이수정 미국 스탠포드대 인류학과 연구원
나이 든 잠녀들이 여전히 바다 의지하는 모습 인상적
번역 작업 중 오류 적잖아 “생각하는 모든 것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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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잠녀들의 나이도 많고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살면서도 계속 물질을 하는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제주 잠녀를 찾아 꼬박 이틀이 넘는 거리를 달려왔다. 인류학 전공을 선택한 뒤 우연히 제주 잠녀를 알게 됐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알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다.
미국 스탠포드대 인류학과 이수정 연구원(22)은 그렇게 지난 7월 8일부터 제주 잠녀와 만나고 있다. 숫기 없어 보이던 얼굴은 이제 구릿빛으로 잠녀들과 닮아간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자란 탓에 아직 한국어가 서툰 이 연구원에게 잠녀를 만나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간신히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한국어 실력에 제주말은 처음 듣는 외국어처럼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이 연구원은 “잠녀 할머니들이 진짜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인터뷰하고 싶은데 질문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 잠녀를 알게 된 과정부터 한편의 드라마 같다.
환경과학 분야를 2년 정도 공부하다 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꾼 뒤 어머니로부터 제주 잠녀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시작이다. 서울 출신의 어머니 역시 한 언론매체를 통해 ‘잠녀’를 알게 된 것이 전부였다.
스탠포드대 내에 한국과 관련한 인류학 연구를 하는 사람이 없어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간신히 찾은 자료라고 해도 최근 자료는 하나도 없는데다 신문자료 등을 복사한 것이 많았고 그나마 틀린 것도 적잖았다.
실제 대학에서 과제로 잠녀에 대한 논문을 썼었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았다.
이 연구원은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현장에 와서 보니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며 “기회가 된다면 그런 부분에 대한 수정작업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달 가까이 제주 잠녀와 만나며 많은 것을 얻었다. 구전되는 이야기며 잠녀노래, 잠수굿 등 ‘더 알고 싶은 것’투성이다.
이달 중순 귀국 예정인 이 연구원은 “미국에 돌아가면 연구지원금을 신청해 다시 제주에 오고 싶다”며 “나이가 많은 데도 물에 들어가고 또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든 것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