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잠녀를 만나다-제주 해녀문화 보존 및 지원 조례안

의견수렴 등 3년여 작업 불구 ‘책임 소재’ 등 밀려 심의 보류

무형문화유산 등재 발판…부서간 협력 대신 ‘거점’구축 방안도

 

   
 
   
 

 

 

제주 잠녀 문화의 가치에 대해 내부 평가가 너무 박하다는 지적이다. '잠녀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보다는 과거 생계를 위해 바다와 치열하게 싸웠던 직업군에 대한 이미지를 앞세우면서 오히려 평가절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청 등으로부터 끊임없는 관심을 받는 것과 달리 정작 제주에서는 조례안을 만드는 작업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 3년 노력…책임소재 문제로 표류

해녀조례안 추진 일지

 

 

 

* 2007년 4월 26일 : 도내 해녀 관련 전문가 등과의 간담회 통해 제주 해녀 보존 및 지원 등에 대한 조례 제정 필요성 도출

* 2007년 5월 3일 : 조례 초안 작성

* 2007년 5월 9일 : 전문가 등과의 간담회에서 ‘잠수’용어 정리 등 조례에 대한 논의

* 2007년 5~6월 : 자료 조사

* 2007년 6월말 : 조례안 작성

* 2007년 8월 : 전문가 의견 조사

* 2007년 10월 25일 : 제주학회·제주해녀박물관 주최 해녀 심포지엄 등서 추가 자료조사

* 2007년 11월 5일 : 관련 전문가 그룹에 최종 조례안 발송

* 2008년 6월 18일 : 해녀문화 보존 및 지원 조례안 상정했으나 보완 필요 등 이유로 철회

* 2009년 3월 11일 : 제주대 등 학계 소회의

* 2009년 5월 : 조례수정안 작성, 입법정책관실 및 집행부에 검토 요청

* 2009년 6월 8일 : 집행부 검토안 수신

* 2009년 6월 12일 : 전문가 그룹에 수정안 발송

* 2009년 7월 : 전문가 그룹 의견 수렴

* 2009년 7월 6~27일 : 도의회 입법 예고

* 2009년 9월 2일 : 해녀문화유산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자문회의 개최

* 2009년 9월 10일 : 도의회 문화관광위 심의 보류 결정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조례안'(이하 해녀 조례안)은 꼬박 3년여의 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지난 2007년 4월 조례 제정에 대한 의견이 모아진 뒤 학계와 전문가그룹 등의 의견 수렴과 자료 조사 등을 통해 같은 해 11월 최종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지난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도의회에 심의조차 받지 못하더니 올해는 집행부가 책임 소재를 놓고 난색을 표하면서 심의가 보류되는 등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해녀 조례안은 도지사가 잠녀 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발굴·조사·연구사업, 잠녀어장 보호·관리, 잠녀 관련 무형문화재·민속자료에 대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자원화, 잠녀 문화 세계화와 홍보, 잠녀 관련 시책 개발과 추진전략 등을 담은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하고 있다. 또 잠녀 생업기술의 전수·연구·조사, 잠녀문화의 발굴·보존·전승을 위해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 범위 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잠녀문화 전수생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담았는가 하면 잠녀문화 보존과 전승위원회를 두고 계획 수립, 교육 및 전수생 육성 등을 심의토록 했다.

제주 잠녀 출향 지역과의 교류 등 말 그대로 사라져가는 잠녀와 잠녀 문화를 지키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멀지 않다

해녀 조례안은 특히 '제주 잠녀 문화'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적극적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도 차원의 인정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은 이번 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열린 잠녀의 무형문화유산-유네스코 대표목록 등재와 보존대책 세미나에 참석한 임돈희 문화재청 무형문화재분과위원장은 "나무보다는 숲을 봐야 한다"고 건실한 접근을 주문했다.

제주도가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칠머리당영등굿'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시·도 지정 문화재도 추천할 수 있다'는 문화재청의 방침에 따라 해녀노래를 대표 목록에 포함시키면서 해녀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을 열었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린데 대해 일종의 경계를 당부한 것이다.

특히 "아직까지 잠녀 문화가 도 지정 문화재 등 공식적인 인증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것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고 있는 만큼 조례안 등 법적지지 기반과 함께 지역적 공감대를 형성할 때 등재 가능성이 높아 진다"고 당부했다.

임 위원장은 "제주만큼 잠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곳이 없지 않냐"며 "제주 지역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면 문화재청 등도 적극 지원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내 책임이요" 나서야

해녀 조례안이 표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2개 이상 부서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데 있다.

해녀 조례안이 문화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문화정책과나 어업인·어장관리를 책임진 해양수산과 소관 업무의 교집합 형태를 띠면서 '남의 일'로 미루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전문성 등의 관점에서 봤을 때 집행부의 의견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금만 탄력적으로 접근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장 관리가 문제라면 일본 와지마시처럼 문화 계승을 희망하는 '젊은 해녀'를 지원해 전문 직업으로 자리 잡게 하거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전제로 살아있는 문화 유산을 문화재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시도할 만하다.

실·과별 협력이 어렵다면 잠녀 재단 또는 잠녀 유네스코무형문화유산 추진위원회 등 중추적 역할을 할 거점을 만드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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