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신의롭게 하고,행동을 공경스럽게 하면 비록 오랑캐 나라에서도 통할 것이나,말이 신의롭지 못하고 공경스럽지 않으면 향리에서라도 통할까 보냐? 서 있을 때에도 눈앞에 독실함이 어울려 있나 살펴보고,수레를 타도 수레 멍에에 지성과 독실함이 걸려 있나 살펴 보라.그래야 뜻이 세상에 통하니라 ”

 논어 위영공(衛靈公)편에 나오는 얘기로,자장(子張)이 공자에게 사람들과 뜻한 대로 통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은데 대한 공자의 대답이다.성현의 말은 말로써 말 많은 세상이니만큼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며,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무엇보다 세상을 얻으려는 위정자들을 향해 하는 말이기도 했다.같은 맥락에서 최근 한나라당 김기배사무총장의 '제주도 반란'발언등 일련의 사태는 위정자의 도를 넘은 처사로,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에 왜 인민군이 득실거리나 ”“북한사람들은 서울보다 제주도를 좋아하는 것 같다 ”“제주도는 반란사건이 일어난 곳이 아니냐... ”지난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총재단회의 시작직전,남북국방장관 제주회담을 화제로한 박희태부총재와 김기배총장간의 대화다.아마도 그들이 말하는 반란사건은 반세기전의 비극 '제주 4·3'을 지칭한 듯 했다.사실이 그렇다면 그들의 발언은 제주도민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는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제주도민들을 반도로 몰아 부치고 있음에 다름아니어서다.

 제주의 4·3을 두고 감히 '반란'이라 지칭한 정치인들이 있었는가는 기억에 없다.있다면 그것은 미국의 현대사학자 존 메릴이 '제주도의 반란'이란 책자 정도다.하지만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외국인이기에 크게 탓할 바는 못될 것이다.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기 전,미군정시절의 일이기에 그들의 시각으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그럼에도 공권력에 의해 미증유의 대학살극이 벌어졌던 당시의 일을 두고 '반란'이라니 그런 무례와 무도함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

 시대를 이끌어 가는 우리 정치인들의 현주소가 어떤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실망스러운 사건들임에 틀림이 없다.낮 뜨거운 변명과 사과에 앞서, '수레를 타도 수레의 멍에에 지성과 독실함이 걸려 있나' 먼저 살펴 보았어야 했다.<고홍철·논설위원 겸 코리아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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