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속담]태풍은 농사에는 해롭고 바다에는 이롭다
호 준 : 선생님, 올힌 테풍 안 불엄수다. 테풍 불어사 교 안 오는디.
(선생님, 올해는 태풍이 안 불어요. 태풍 불어야 학교 안 오는데.)
선생님 : 테풍은 자꾸 분다게. 단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느냐 안 주느냐주. 그리고 학생이 공부는 안 곡 휴교는 거만 셍각니 나라 장래가 걱정이여.
(태풍은 자주 불어. 단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느냐 안 주느냐지. 그리고 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휴교하는 것만 생각하니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
호 준 : 꼭 그건 아니주마씨. 테풍이 불민 바다 적조가 어서진덴 연게마씨. 경허난 일년이민 멧 번은 테풍이 불어산덴 허던디.
(꼭 그것만은 아니죠. 태풍이 불면 바다 적조가 사라진다면서요. 그래서 일년이면 몇 번은 태풍이 불어야 한다던데.)
선생님 : 테풍 ‘나리’ 때찌 비 하영 왕 도로 팡신나곡 집이 침수뒈곡 사름이 죽는 거 어떵 곡.
(태풍 ‘나리’ 때처럼 많은 비가 와서 도로가 결딴나고, 집이 침수되고, 사람이 죽는 것은 어떻게 하고.)
호 준 : 경민 테풍은 불어사 좋은 거우꽈, 안 불어사 좋은 거우꽈?
(그러면 태풍은 불어야 좋은 거예요, 안 불어야 좋은 거예요?)
선생님 : 시상 일이 나가 좋으민 나는 나쁜 법이주게. 경난 테풍은 좋곡 나쁘곡의 문제가 아니라 그건 자연재해난 적절한 대비가 필요헌 거라. 경난 옛날 사름덜도 “테풍은 농엔 헤롭곡, 바당엔 이롭나.”라고 은 거 아니카.
(세상 일이 하나가 좋으면 하나는 나쁜 법이다. 그래서 태풍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건 자연재해니까 적절한 대비가 필요한 거야. 그래서 옛날 사람들도 “태풍은 농사에는 해롭고, 바다에는 이롭다.”라고 말했던 거 아닐까.)
□해설
태풍은 농작물에 막심한 피해를 입힌다. 그 태풍이 한 번 휘몰아치고 나면 풍년을 눈앞에 두고도 삽시간에 흉년으로 바뀌고 만다. 더구나 최근에는 농사만이 아니라 인적, 물적인 피해가 막심하다. 그래서 태풍이 불면 무조건 안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바다의 생태계에는 오히려 신선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상들이 체험으로 얻은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테풍 : 태풍 농 : 농사
헤롭곡 : 해롭고 바당엔 : 바다에는
경난 : 그래서 경민 : 그러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