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정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 지원 프로그램
중증 지적 장애인 10명 올 초부터 호흡, 기본 틀 위에 개인 창작 능력 보태 
▲ 혜정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는 '근로장애인'을 희망하는 훈련 장애인 10명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관심의 힘'으로 내년부터 '근로장애인' …자립심 등 사회 적응 훈련 효과도
태호씨(가명)의 손이 바빠진다. 처음 훈련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눈앞에 있는 것이 뭔지도 몰랐다.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지는 더더욱 모를 일이었다. 그런 그의 표정이 결연해 보이기까지 하는 건 '오늘'이 되기까지 쏟았던 땀과 노력 때문이다. 몇 번을 뒤집어 보고 바로 보고 조심스레 손을 놀린 뒤 슬쩍 무언가 하나를 내려놓는다. 몇 번을 설명해도 '보람'이나 '성취감'이란 말의 뜻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런 느낌을 담은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드러내고 '씩'하고 웃는 얼굴은 더 이상의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쿵 짝'하듯 돌아가는 미소만으로도 충분하다.
"이거 팔 거예요?"
'제법 잘 만들었으니 칭찬해 달라'는 말 대신 직설적으로 툭 던지는 말에 그만 짠해진다.
혜정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는 태호씨처럼 '근로장애인'을 희망하는 훈련 장애인 10명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모두가 지적 장애 1~3급의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다. 어리게는 23살부터 많게는 50살을 바라보는 이까지 벌써 1년 가까이 흙을 반죽하고 틀에 맞춰 모양을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첫 눈맞춤이 힘들었던 것처럼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일은 마치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라 때부터 준비부터 힘든 과정을 수 차례 반복하고 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일이었다.
이제는 확실히 달라졌다. 각자 만들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모양을 만든다. 그랬다고 바로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근로장애인이 된 이들이 구워진 것들을 일일이 사포질 해 윤을 내고 하나 하나 정성스레 포장을 한 뒤에야 '혜정원'이란 이름을 달고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된다.
제주 이미지를 모티브로 한 액세서리며 시계는 제주도립미술관과 도민속자연사박물관, 돌하루방공원, 제주테마조각공원에서 전시·판매되고 있다.
작품 당 가격은 평균 잡아 3000~4000원선. 하지만 자신들의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고 또 돈을 벌었다는 성취감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이들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았다. 시내버스 노선이 없는 곳까지 직접 찾아와 도움을 준 외부강사(도예가 박선희)가 있었고, 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을 위해 시설 사회복지사가 돌아가며 자리를 지켰다.
하고 싶어하는 표정에 조금씩 서로를 도와 가는 모습은 그대로 사회적응훈련이 된다. 이르면 12월 시설 내 전시장 리모델링 작업이 끝나고 이번 프로그램을 이수한 장애인들은 내년부터 한달에 40만원 안팎의 '월급'도 받게 된다.
가을엔 갈무리를 한다. 세 계절을 부대끼며 벼는 알곡을 내밀고 나무들은 열매를 떨어뜨린다. 새봄 다시 시작할 준비인 셈이다. 우리들 삶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태어날 때 가져온 과제가 있다. 전생에서 강한 의지로 태어난 이유, 삶의 씨앗이다. 그 안에 어떤 것을 넣고 열매 맺을까는 스스로 선택하는 일이다. 그러지 못할 때 손을 내밀고 도와주는 것도 역시 '나눔'에서 출발한다.
혜정원 고호경 복지사는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처음과 달리 표현도 많아지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며 "이 분들의 근로 의욕과 자립심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755-9810(도 공동모금회), 물품·자원봉사·재능기부 문의=783-9920.(혜정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