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속담] (천지를 모르고 깨춤을 춘다)
나자랑 : 와우. 올히 이번 모의고사에서 언어영 수리영 1등급 맞앗저.
(와우. 올해 이번 모의고사에서 언어랑 수리랑 1등급 맞았다.)
나자랑 : 야, 중한아. 나 성적 올랏저. 다음엔 외국어도 1등급 맞앙 S대 가불켜.
(야, 중한아, 내가 성적 올랐어. 다음에는 외국어도 1등급 맞아서 S대 가겠다.)
신중한 : 야, 자랑아. 느 셍각이 이시냐 어시냐? 천지를 모르곡 꽤춤을 추냐?
(야, 자랑아. 너는 생각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천지를 모르고 깨춤을 추냐?)
나자랑 : 무사? 무신 일 이시냐?
(왜? 무슨 일이 있어?)
신중한 : 야, 임마. 길동이가 이번엔 시험 죽을 쒔다고 허멘. 기분이 아앚앙 점심도 안 먹엄저.
(야, 임마. 길동이가 이번에는 시험을 망쳤다고 하네. 기분이 가라앉아서 점심도 안 먹어.)
나자랑 : 기이. 까불언 미안허다.
(그래. 까불어서 미안하다.)
천지를 모른다는 것은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모른다는 말이다. 깨춤은 깨를 볶을 때에 톡톡 튀듯, 체구가 작은 사람이 방정맞게 까부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만일 즐거운 경사가 있어 춤을 춘다면 모르되, 춤을 출 수 없는 상황인데도 춤을 춘다면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자기가 처해 있는 환경이 어떤지도 모르는 주제에 제철을 만난 듯이 깨춤을 춘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형세 파악을 못하고 우쭐대는 꼴을 나무랄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모르곡 : 모르고 꽤춤 : 깨춤
올히 : 올해 아앚앙 : 가라앉아서
올랏저 : 올랐어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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