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직후 제주도민의 큰 희생을 몰고 온 ‘예비검속 학살’에 관한 경찰 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이도영 박사(대정읍 하모리 출신)는 1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예비구금에 관한 예규철’‘예검자 재심사부’등 정부 문서를 공개했다.

 특히 이 박사가 이날 공개한 자료 중에는 ‘예비검속자 총살집행 의뢰의 건’ 등 제주에서 벌어졌던 예비검속에 관한 경찰 문서가 포함돼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관련기사 3면>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쟁 직후 제주도에서 벌어진 예비검속 학살극은 육군본부 정보국 제주지구CIC와 당시 제주 주둔군인 해병대, 그리고 제주경찰국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박사는 “정부문서 ‘예비구금에 관한 예규철’에 따르면 예비구금자는 범죄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관대한 처우를 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 4·3당시 제주에서 예비검속된 사람들은 재판도 없이 야만적으로 처형되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어 자신의 부친(이현필, 4·3당시 대정면사무소 근무)도 1950년 8월20일 모슬포 동남쪽 속칭 ‘섯알오름’ 기슭에서 총살돼, 구덩이에 던져져 매장되었는데 경찰은 7년 동안 시신도 수습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 박사는 이날 한국전쟁 때 미 육군무관 밥 에드워드 중령이 작성한 ‘한국에서의 정치범 처형’에 관한 문서와 대전·서울·대구에서의 집단학살 장면이 담긴 사진 등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는 미국 비밀자료들을 아울러 보여줬다.

 이 박사는 “미국무성 고홍주 차관보(제주출신 고광림박사의 아들)의 도움으로 지난해 10월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비밀문서와 사진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진행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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