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1>프롤로그

   
 
  다랑쉬 오름에서 본 앞근 다랑쉬오름  (사진 제공=홍순병 제주특별자치도환경사진연합회장)  
 

생명의 지하수 제공 제주의 심장
화산 폭발로 생성…368개 확인
‘올레’와 함께 제주 상징 아이콘

그게 1990년 6월이다. 한 남자가 오름을 우리 곁으로 불쑥 데려온 게. 그렇다. 산을 미치도록 사랑한다던 고 김종철 선생은 제민일보 창간기획으로 시작된 '오름나그네'를 3년간 연재하며 가까이 있었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오름의 이야기를 매주 우리들에게 전해줬다. 그로부터 20년,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 제주의 오름의 달라진 사연을 듣기 위해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를 시작한다. 우리 곁으로 확 다가온 오름의 즐거운 탐방 방법은 물론 효율적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식생 등 오름의 훼손 상태도 점검한다.

다랑쉬 "가장 인상 깊어"
223명 설문, 노꼬메-사라오름 순

도내 '오름꾼'들은 다랑쉬오름을 제일로 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11월 도민과 공무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오름 설문조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오름'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223명에서 가장 많은 48명(21.5%)이 다랑쉬오름을 꼽았다.
이어 노꼬메오름 32명(14.3%)·사라오름 16명(7%) 순이다. 물영아리(10명), 거문오름(9명), 따라비·용눈이·물찻오름(각 8명)과 백약이오름(7명), 군산·저지오름(6명)도 톱10에 들었다. 선택 사유로는 자연경관이 70%로 압도적이었고 오름 고유의 모습은 17%다.
다랑쉬오름은 이와함께 '가꾸고 싶은 오름'에서도 응답자 559명 가운데 가장 많은 63명(11.3%)의 선택을 받았다. 노꼬메오름도 51명(9.1%)으로 두 번째로 '소중한' 오름에 올랐다. 다음으로 거문오름 43명(7.7%)·사라오름 38명(6.8%)·물찻오름 35명(6.3%)·용눈이오름 31명(5.5%)순을 보였다.
특히 오름 탐방 경험에는 1116명이 응답한 가운데 90%이상이 "있다"고 답한 데다 가꾸고 싶은 오름으로 97개가 제시됨으로써 다양한 오름 탐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함께 응답자의 36%가 월1회 오름을 탐방하고 이유로는 건강관리(48%), 동호회 활동(15%), 가족나들이(14%), 스트레스 해소(12%) 등으로 나타났다.
오름의 문제점으로는 탐방로 등 오름 훼손(51%), 탐방로 주변 쓰레기(23%), 통신탑 등 인공 시설물(14%) 등이 지적됐다.

오름은 제주민의 삶과 뗄레야 뗄 수가 없는 대상이다. 신앙적 성소였을 뿐만 아니라 마을 형성의 모태였다. 오름 자락에 집을 짓고 밭을 일구었다. 오름에서 열매를 따고 땔감을 얻었다. 오름은 개발의 바람 속에선 생채기를 당하면서도 자신의 몸을 내주었다.

곶자왈이 제주의 허파라면 오름은 심장이다. 곶자왈이 산소를 냈다면 오름은 물을 줬다. 혈액이 심장에서 나가 우리 몸을 돌듯 오름을 타고 오름 속으로 들어간 빗물은 땅속을 돌며 제주의 곳곳에 생명을 틔우는 지하수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오름은 제주민의 삶 그 자체였다.

고 산악인 김종철은 「오름나그네」서문에서 "오름이 없는 바람만 스산한 죽음의 황야 같은 땅을 섬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오름자락에 살을 붙여 뼈를 묻혀 왔다. 한라산을 비롯한 오름들은 제주신화 신들의 고향"이라고 했다.

제주어인 '오름'의 어원은 악(岳)을 나타내는 사투리로 오로음(吾老音)과 올음(·音)이다. 오름을 한자로 표기할 때 주로 '岳'으로 쓰다가 19세기말 경부터 '봉(峯·峰)'으로 대체됐으나 오늘날에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산(山)을 뜻하는 고유어 '뫼'의 흔적도 있어 오름은 산의 의미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그러나 오름은 이제 제주섬의 독특한 자연경관을 이루는 봉우리를 뜻하는 제주어의 개념을 넘어 '올레'와 함께 대한민국의 보편적 단어이자 제주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내 오름 숫자는 368개다. 막연히 300여개로 통칭돼 오던 것은 제주도가 1997년 항공사진 등으로 오름을 전수조사한 뒤 발간한 '제주의 오름'에서 368개로 공식 확인했다.

앞서 1995년 '오름나그네'를 펴냈던 김종철도 오름의 숫자를 330여로 봤다. 1997년 조사 당시 2만5000분의1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오름이 149개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작고 중요시 되지 않았던 오름들이 누락됐던 탓이다.

제주 오름의 개념은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을 제외한 제주도 일원에 분포하는 소화산체로 화구를 갖고 있으면서 화산분출물에 의해 형성된 독립화산체 또는 기생화산체를 말한다.

이러한 제주의 오름들은 대부분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약 200만~300만년에서 1만년 전)에 형성됐다고 한다. 그러나 독립 화산체 또는 기생 화산체를 형성할 수 있게 했던 화구를 사라진 원추형 등의 오름은 형성 단계에서 메워졌거나 일정시간이 경과하면서 함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소화산체는 규모가 매우 작은 독립화산 또는 기생화산을 의미한다. 바로 제주도의 오름들이다. 특히 기생화산(Parasitic volcano)은 측화산(Lateral volcano)이라고도 하는데 화산체가 커져 화도가 길어지면서 발생한다.

즉 분화의 압력이 낮을 때 용암이 탈출하기 쉬운 균열을 통해 분출, 작은 화산을 형성하지만 측화산의 화도는 작아 곧 용암으로 메워지고, 또 다른 균열에서 용암이 분출해 작은 화산을 형성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작은 면적에 많은 오름이 형성된다.

제주도의 오름은 응회환·응회구·마르·용암돔·분석구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분석구는 형태에 따라 원추형·원형·말굽형·복합형으로 구분되며 도내엔 말굽형 174개(47.3%), 원추형 102개(27.7%), 원형 53개(14.4%), 복합형 39개(10.6%)로 분류되고 있다.

도내 오름은 표고 200~600m의 중산간 지대에 전체의 46.5%인 171개가 집중돼 있고 200m이하 해안저지대에 105개(28.5%), 표고 600m이상 고지대에 92개(25.0%)가 있다.

지역별로는 제주시 동지역 59개와 읍면지역 151개(한림 16·애월 50·구좌 40·조천 30·한경 13·우도 2개), 서귀포시 동지역 37개와 읍면지역 121개(대정 8·남원 29개·성산 22개·안덕 31·표선 31개)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오름은 제주시의 '장구목'(표고 1813m)이고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오름은 성산읍의 '붉은오름'(표고 33m)이다. 비고(比高)로 구분하면 50m미만 115개(31.3%)·50~100m 136개(40.0%)·100~150m 91개(24.7%) 등 150m 미만이 96%를 차지하며 250m은 5개다. 비고 최고와 최저는 389m의 서귀포시 '오백나한'과 고작 6m의 한경면 '가메창'이다.

도내 오름의 전체 면적은 101㎢로 제주도 면적의 5.5%를 차지하고 제주시 동지역 32.77㎢(전체의 12.8%)·읍면지역 40.06㎢(〃5.6%), 서귀포시 동지역 10.54㎢(〃4.1%)·읍면지역 34.0㎢(〃5.5%)이다. 가장 넓은 오름은 안덕면 군산(283만6857㎡), 가장 작은 오름은 성산읍 붉은오름(5343㎡)다.

제주도 전역 368개 오름의 소유 현황은 국유지 107개(29%)·공유지 57개(15%)·공동 소유 37개(10%)· 재단 소유 15개(4%)·사유지 147개(41%)·기타 5개(1%) 등이다.

“보존·이용 조화 모색”
<인터뷰>제주특별자치도 양광호 청정환경국장
 

   
 
  양광호 도 청정환경국장  
 
제주특별자치도 양광호 청정환경국장은 "제주의 오름은 단순한 동산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영혼이 숨쉬는 제주도민의 영원한 안식처이자 문화적 자산이다"고 역설했다.

양 국장은 "오름에는 제주인의 정신세계를 지켜온 중요한 역사유적이 많다"고 전제, "이러한 유적들이 훼손되지 않고 보존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며 오름 보존이 제주의 정체성 지키기임을 강조했다.

오름 훼손과 관련, 그는 "탐방객의 답압이나 소·말 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가축을 통제하고 탐방로·데크 등 오름 훼손방지 및 이용시설을 설치하고, 그러한 오름에 한해 탐방하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 국장은 이어 "주위환경과 조화를 이룬 친환경 탐방로 설치와 함께 탐방프로그램 운영, 스토리텔링 및 생태자료 조사를 통한 오름 정보시스템 구축 등 소프트 콘텐츠도 확충, 오름의 가치제고에도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오름휴식년제의 경우 도너리오름과 물찻오름의 사례에서 2년이 짧다는 문제가 확인, 1년 연장했지만 일단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국장은 "휴식년제 시행으로 인위적 훼손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지 않았느냐"면서 "사실 오름의 자연복원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봐야하는 만큼 보존과 이용의 조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올해부터 시행하는 '1단체 1오름 가꾸기'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양 국장은 "접수 결과 100여 단체가 신청할 정도로 오름에 관심과 애정이 크다"면서 "이들은 월1회 지정 오름에 대한 훼손실태 점검 등 모니터링과 환경정비 활동으로 주민에 의한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오름 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오름용어해설
 
*마르(Maar)- 비마그마성 분화의 한 형태로 물과 마그마의 상호작용에 의한 강력한 폭발이어서 퇴적물이 거의 없고 비고(比高)에 비해 화구경이 매우 넓다. 하논이 좋은 사례다.
*비마그마성 분화- 고온의 마그마가 천해(淺海)나 지하수 등과 접촉, 대량의 물 기화에 따른 압력 증대로 폭발적 분화를 일으키는 현상.
*응회암(凝灰岩·Tuff) - 화산쇄설물 중 입자 크기가 1/16~2㎜(또는 1/16~4㎜)인 화산회가 주로 모여 이루어진 암석으로 비마그마성 화산쇄설물이다.
*응회구(凝灰丘·Tuff cone), 응회환(凝灰環·Tuff ring)- 비마그마성 분화에 의한 화산체 중 분화구 둘레의 경사가 비교적 급한 것을 응회구, 화구 크기에 비해 주위 퇴적 방출물이 적고 경사가 완만해 낮은 환상의 언덕을 갖는 게 응회환이다.
* 용암돔(Lava dome) - 먼저 분출한 점성이 높은 용암이 흐르지 못한 상황에서 용암이 계속 공급되면서 종 모양으로 솟아올라 형성된다. 산방산이 대표적이다.
*분석구(噴石丘)- 모양이 불규칙하고 직경 4~32㎜의 분석(cinder)으로 이루어진 원추구로 폭발성 분출로 화산쇄설물이 화구를 중심으로 쌓여 형성된 화산체다.
*비고(比高)- 산의 뿌리부터 정상까지, 순수한 산의 높이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