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무>제주알코올상담센터 단주유지를 위한 심신회복프로그램

   
 
   
 
사례관리 2006년부터 한해 2000건 넘어…연령대 낮아지는 등 심각성 더해
건강 등 환경적 이유로 직업재활 한계, 예산 부족으로 자원봉사 의존 높아


"조금 만 더 일찍 내 상태를 알고 도움을 청했더라면…"

지난 2008년 제주알코올상담센터(이하 센터)를 찾았던 A씨(45)의 생활에서 현재 '술'을 찾을 수 없다. 심한 알코올의존증으로 얻은 것은 심각한 간경화 뿐. 일이며 가족이며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에는 타의에 의해 센터를 찾았다.

상담이며 참여 프로그램에 빠지는 일은 없었지만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던 A씨에게서 조심스럽지만 변화가 나타났다. 보일러 시설 일을 했을 만큼 손재주가 좋았던 A씨는 센터가 진행하는 천연염색이며 도자기 공예 프로그램에서 남다른 결과물을 내놨고, 조금씩 자신을 찾았다. 한 번 망가진 몸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자립을 위한 준비는 뒤로 미뤘지만 뭔가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인은 회복에 대한 의지를 단단하게 했다.

지난해까지 '직업재활'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센터가 올해 '심신회복'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많은 경우 건강 등 환경적 이유로 자립 또는 사회복귀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직업재활 훈련은 또 다른 음주 기회로 변질되기도 한다.

단주 유지를 위해서는 스스로 알코올의존증인 것을 인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욕구를 이기고 의지를 다스리는 등 자기관리를 돕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에서다.

술에 관대해진 분위기는 알코올의존증을 사회적 전염병으로 만들고 있다. 센터의 한해 사례관리 건수는 지난 2006년 2266건으로 2000건을 넘어선 뒤 2008년 2539건·2009년 2129건·2010년 2419건 등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중 실제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주량을 넘겨 계속 마시거나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안·초조 등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것 외에도 몸이 만족할 때까지 마셔 주량이 끊임없이 늘어나는 내성 등이 모두 알코올의존증이란 점을 감안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은 환자도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알코올의존증 문제를 안고 있는 여성과 20대가 꾸준히 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개입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20대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10대 때 시작한 무분별한 음주 행위로 신체와 정신이 크게 망가진 경우가 많고 회복 역시 쉽지 않다. 여성 역시 외부로 쉽게 노출되지 않으면서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적잖다. 하지만 제때 기회만 잡는다면 사회복귀는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던 B씨는 부부불화로 술에 의지하다 센터를 찾았다. 자신의 상태를 알고 아이와 자기를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던 그녀는 결국 임시 교사로 다시 현장에 섰다.

센터에서는 현재 알코올교육, 인지행동치료, 분노관리 프로그램 외에도 알코올관련 독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심신회복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 천연염색만 실시하고 있다. 그밖에 기체조와 기타연주 등은 자원봉사자의 재능 기부로 꾸려지고 있다.

김하나 사회복지사는 "의지 부족이나 술을 좋아한다는 개인적 특성으로 보기에 알코올의존증의 심각성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며 "내 가족, 이웃의 문제로 인지하고 관심을 보여줄 때 회복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문의=755-9810(도 공동모금회·지정기탁), 759-0911(제주알코올상담센터·자원봉사 및 재능기부).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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