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14>높은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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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미오름에서 바라본 높은오름 남동면 | ||
제주시서 32㎞…탐방은 들꽃과 같이 돌아도 1시간
높은오름은 시원한 능선에 담백한 맛의 오름이다. 높은오름은 이름이 말해주듯 '오름왕국'이라는 구좌읍 지역에서 가장 높다. 또한 거의 모든 능선은 정상에서 아래도 곧게 뻗어 내렸다. 하나의 군더더기가 없다. 분화구가 중첩된 남동사면도 여유로움을 느낄 정도의 평지를 제외하곤 역시 길게 벋었다. 더욱이 높은오름은 '최고'이면서도 화려함을 강조하지 않는다. 아늑함을 주는 적당한 깊이의 분화구와 완만한 산정부 등 격한 맛보다 담백함이 느껴지는 오름이다.
높은오름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213-1번지에 소재한 '진짜로' 높은 오름이다. 표고가 405.3m로 '오름의 왕국' 구좌읍 지역 40개 오름 가운데 가장 높다. 이름도 그래서 높은오름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주변 지표면에서의 자기 높이인 '비고'는 175m로 북동쪽에 인근한 다랑쉬오름(227m)보다 52m나 낮다. 그래도 높은오름이 높이에서 다랑쉬오름 위에 군림하는 것은 해발이 높은 한라산 쪽으로 위치한 덕분이다.
높은오름은 도내 369개 오름 가운데 아주 큰 오름에 속한다. 비고도 다랑쉬보다 낮기는 해도 오백나한·어승생·산방산·군산·족은드레·노꼬메큰오름·다랑쉬·바리메·삼각봉·금오름·영주산에 이어 12번째다. 더욱이 면적(95만1657㎡)은 군산·어승생·영주산·바리메·하논·고근산·고냉이슬·산방산에 이어 9번째다. 반면 표고는 해안가에 위치한 탓에 162번째로 가까스로 중간 앞쪽이다.
높은오름은 제주시 종합경기장에서 32㎞다. 번영로를 거쳐 대천동 사거리에서 좌회전, 비자림로(1112번 지방도)를 탄 뒤 송당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중산간동로로 2.2㎞ 가면 '구좌읍공설공원묘지' 표석이 있다. 이곳이 오름 입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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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은오름 탐방로> A=중산간동로에서 들어오는 길 B=주차장 C=탐방로 중간 평지부분 D=산정부 입구 E=최정상 F=분화구 중심 G=구좌공설묘지 | ||
높은오름은 남동쪽 능선을 타고 올랐다가 정상부를 돌고 같은 길로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탐방 시작은 남동쪽 자락 구좌공설묘지 사이로 올라가면 된다.적당한 경사의 탐방로이나 타이어매트가 깔려 있지 않고 핸드레일 기능을 하는 로프도 설치돼 있지 않아 비온 뒤에는 아주 미끄럽다. 등산용 지팡이가 큰 도움이 된다.
10분쯤 올라가면 남동자락 중간부분의 평지(〃C)와 만난다. 이전 산불감시초소가 있던 터로 전망이 좋다. 남쪽의 문석이·거미·손자봉·용눈이오름과 다랑쉬·아끈다랑쉬·물오름과 함께 뒤쪽 성산일출봉까지 보인다.
여기서 15분을 올라가면 정상부(〃D)다. 두사람이 같이 올라가기에 좁을 정도의 탐방로가 다소 불편한 듯해도 '자연의 맛'을 선사한다. 우선 타이어매트가 아닌 흙을 밟는 감촉이 좋다. 그 발 옆에 좌우로 군락을 이뤄 꽃을 피운 꿀풀이며 까치수염·솔나물 등 들꽃과의 조우도 반갑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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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부의 타래난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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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치수염 | ||
산정부에 오르니 몸체가 실타래와 같다하여 이름이 붙여진 '타래난초'가 잡초 사이로 단아한 분홍빛 꽃을 피웠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생지라던 피뿌리풀은 찾기가 힘들다. 야생화는 꽃을 피워야 존재감을 갖는다지만 방목이 사라지면서 발생한 식생의 변화에 치이고 무분별한 도채에 밀려 개체수가 줄고 있음이 확실하다.
정상부를 시계방향으로 조금만 돌면 높다는 높은오름의 제일 높은 곳이다. 사방 오름들을 밑에 두고 벌판에 우뚝 선 형국이어서 완전한 360도의 전망을 자랑한다. 남쪽 백약이·좌보미·문석이·거미오름을 시작으로 동쪽의 손지·용눈이·다랑쉬오름과 북쪽의 돋오름·둔지봉·안돌·밧돌오름과 서쪽으로 거슨새미·아부오름·칡오름·민오름·비치미 등이 보인다. 멀리 한라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정상부 가운데는 너무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아 '아담하다'는 분화구가 있다. 깊이가 25m 내외다. 산정부는 한바퀴가 500m에 불과한데다 경사도 급하지 않아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돌아도 15분이면 된다. 하산도 올라온 길을 내려가면 되는 데 20분이면 넉넉하다. 전체적으로 1시간이면 산행이 여유로운 오름이다. 높기는 높되 비고가 상대적으로 낮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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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꿀풀 군락 | ||
이러한 식생의 변화로 높은오름의 대표적 자생식물이었던 피뿌리풀도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팥꽃나무과(科)의 다년생 식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국가단위 멸종위기종(CR)인 피뿌리풀은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을 나타내는 표징종의 하나로 분류되는 종이다. 대표적인 북방계식물로 중국·몽골 등에 분포하나 국내엔 제주도와 황해도 지역 등에만 생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원나라 점령 당시 말들에 의해 묻혀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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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나물 |
특히 높은오름은 원형 분화구를 갖고 있으나 분화구 2개가 중첩돼 있는 오름이다. 남동 사면, 지금의 평지 부분에서 먼저 분출한 뒤 화구가 북서 방향으로 이동해 분출, 한쪽으론 원래 분화구를 덮고 반대쪽으론 현재 산정부의 분화구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강 소장은 "능선은 물론 정상부에도 대형 암반 등이 많이 보이는 것은 송이(scoria)보다 용암을 많이 분출한 때문"이라며 "특히 높은오름은 화산재 분출도 많아 벌건 송이의 다랑쉬오름과 달리 화산재의 영향으로 지면이 서커멓다는 특징도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철웅 기자
| "오름의 선·식생보전 차원 인위적 관리 등 고민 필요" ●인터뷰/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오름의 식생은 오름의 선과 직결된다"면서 "자연적인 식생 천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관리를 통한 종전 식생을 보전할 것인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사는 "오름의 식생은 오름의 형태나 규모·표고·분화구 형태 등 지형·지질적 요인과 방목·화입·조림·경작 등 인위적인 요인들로 인해 변화한다"면서 "최근 피뿌리풀 등 일부 식물의 위기는 인위적인 요인이 배제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름은 지속적인 방목 등으로 현존식생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지만 방목 등 인간의 간섭이 없어지면 100% 천이된다"며 "점차 참억새 같은 장초형의 식물군락에 이어 나무들이 자라며 목본식물군락으로 변해 초본식물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사는 "피뿌리풀·구름체꽃·소황금·애기우산나물·갯취 등 도내 오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키 작은 식물 등이 이러한 생육여건의 변화로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높은오름도 피뿌리풀의 대표적인 자생지 중 하나였으나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피뿌리풀의 개체수 감소는 방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과거보다 방목이 줄면서 식생의 자연천이가 가속화, 생육공간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높은 원예적 가치에 따른 무차별 도채도 피뿌리풀 개체수 감소의 큰 원인 중 하나"라며 "이러한 사정은 높은오름뿐만 아니라 동거미·백약이·비치미·아부오름 등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결국 김 연구사는 "오름의 선이 완만한 곡선을 유지하기 위해선 식생이 잔디나 풀이 돼야지 나무들은 자라면서 선이 날카로워지고 경관도 가린다"면서 관리를 할 것인지, 그대로 나둘 것인지에 대한 도민의 공감대 도출을 주문했다. 김철웅 기자 | ||||||||||||
김철웅 기자
jemin9062@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