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무>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 '우리동네 디딤팡'

영구임대아파트 거주 청소년 대상 3년차 정서·학습 지원 야간 보호 공간
예산 축소 계속 사업 위한 고민 커져…'지역 위한 안전장치' 지원 절실

'긍정의 힘'이라는 것이 있다. 인생은 될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대로 되는 것이고, 자신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실 간절한 생각이 행동을 이끌고 지속적 노력이 큰 꿈을 이루게 만들어주는 일들을 적잖이 봐왔다. 그래서 더 많이 격려하고 응원한다.

"다녀왔습니다"하는 흔한 인사 한마디가 던지는 희망 역시 긍정의 힘이다.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관장 송옥희)의 '우리 동네 디딤팡'이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동네 디딤팡'는 제주특별자치도공동모금회 제안기획사업으로 지난 2009년부터 꾸려지고 있다. 올해로 3년차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야간 보호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장에서 부딪히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놓고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디딤팡이 만들어졌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해체 등의 고비를 겪고 난 후의 아이들에게는 크기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바탕이 됐다.

비가 온 뒤 땅이 더 굳는다고 했지만 아이들이 가슴에 품은 상처와 선택할 수 없었던 주변 환경들은 진땅인 채로 더한 어려움을 만들었다.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겉도는 것은 일도 아니다. 선행학습 부재로 수업을 따라잡지 못하다보니 '학교밖'이 오히려 더 편해져 버렸다. 꿈같은 것은 일치감치 포기하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런 사정들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에는 강사를 직접 가정에 파견해보기도 하고 학원이나 학습지를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해봤다. 역부족이었다. 몇 번이고 머리를 맞댄 결과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생각하게 됐다.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집중 관리를 받는 초등학교 저학년 대신 질풍노도의 시기인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고생도 참 많이 했다.

아이들을 찾아 동네 PC방을 뒤지고 시간이 날 때마다 집으로 찾아가 상담을 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 눈도 못 마주치던 아이들이 "왔어요"를 외치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조금씩 아이들이 변한 얘기는 책 몇 권을 써도 모자랄 정도다.

원래 그렇게 말이 많은 아이였는지 놀라기도 하고 아주 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꼭 묻어뒀던 꿈 이야기에 맞장구도 쳐주고, 가끔은 엄마나 이모, 누나, 언니처럼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긍정의 효과는 그러나 내년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제안기획사업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역시 3년차이자 운영자립도에 대한 기준 등의 이유로 예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주 5일 프로그램을 주2일로 확 줄였다. 연계성이 떨어지다 보니 출석률도 슬그머니 내려앉기 시작했다.

강희정 사회복지사는 "같이 한 밥상에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변화가 나타났다"며 "공동모금회의 복권기금지원 사업 등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자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강 사회복지사는 또 "사회 환경적 이유들로 한 번 상처 받았던 아이들이어서 더 조심스럽다"며 "아이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꾸준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자원봉사자와 지역사회의 후원이 절실하다"고 도움을 청했다. 문의=755-9810(도 공동모금회·지정기탁), 762-0211(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 자원봉사·재능기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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