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잠녀’에서 미래를 읽다-들어가며

세계화 5개년 계획 이어 무형문화유산 국가목록 작업 확정

외부적 움직임 반해 내부 공감대 부족·감소 위기감 심화돼

 

아직 섬 바다에는 폐를 쥐어짜며 쏟아내는 ‘숨비 소리’가 흐른다. 벽안의 이국인마저 발을 멈추고 잔인하면서도 치명적인 소리에 젖어든다. ‘제주’를 상징하는 그들의 독특한 생애는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줄곧 고령화 등 환경적 영향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묻혀 왔다.

‘나잠’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물질 방법만으로도 그들과 그들의 문화를 보존할 이유는 충분하지만 보호대책으로 제시된 것은 종패 사업 확대나 잠수옷 같은 장비 보급 등 경제적 지원이나 복지 부분에 한정돼 온 것 역시 사실이다.

‘잠녀·잠녀문화’를 문화유산으로 평가해야할 이유가 만들어졌다. 지금까지의 접근으로는 답을 내기 어렵다.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떻게 접근해야할 지에 대한 ‘목소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 7년여 기획…여전히 ‘진행중’

오래 걸렸다. 2005년 6월 제민일보 창간 15주년에 맞춰 ‘인류문화유산 제주잠녀’로 그 가치를 인정하자는 목소리를 낸지 햇수로 7년이 됐다. 처음 1년간 잠녀의 ‘문화유산으로의 가치’를 이끌어낸데 이어 2006년 7월부터 ‘발로 딛는 잠녀의 삶’이란 이름으로 도내 85개 어촌계를 탐방했다. 그 작업만 꼬박 2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 직접 ‘잠녀’들을 만났고 그를 지키려는 사람·단체와도 눈을 맞췄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이하 대표목록)’ 등재라는 답에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무형문화유산과 관련한 제도와 기관, 등재 과정 등을 찬찬히 살피기도 했다.

인정하지만 그 사이 변화도 있었다. 2009년 11월에는 3년의 산고 끝에 ‘해녀문화 보존 및 지원 조례’가 탄생했다. 2011년에는 ‘제주해녀문화 세계화 5개년 계획’이 수립됐고 행·재정적 지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잠녀·잠녀문화 정체성을 확립할 해녀문화보존 및 전승위원회도 만들어졌다.

여기에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재 인증을 받지 못해 가치 평가 등에 있어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는 비지정 문화유산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무형문화유산 국가목록’ 지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며 ‘제주 잠녀·잠녀 문화’가치 평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 ‘대표목록’이란 열매를 따는 데까지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 이들 과정에는 ‘흐름’이란 것이 있지만 우연히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칠머리당영등굿이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렸을 때처럼 문화재청이 관련 작업을 주도하기에는 비슷한 뜻을 이루고자 않는 지자체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내부 공감대 형성’과 ‘향후 보존·관리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유네스코의 평가에 대한 대응은 우리가 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 아직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앞선다. 제주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업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공유’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들이다. 제주도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 공감대 형성’에 대한 타 지역이나 이미 무형문화유산 등재 작업을 진행했던 사례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지켜야할 것’ 기준 정해야

그럼에도 사라지고 있다.

바다, 제주, 어머니로 상징되는 존재들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심오한 가치를 지녔지만 그 인정작업은 아직 소원하다. “앞으로 10년을 장담 못한다”는 얘기로 귀에 못이 박힌 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얘기다. 혹자의 말처럼 대표목록 등재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 잠녀·잠녀문화라는 이름으로 보존할 대상 역시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는 동안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1970년만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집계된 잠녀의 수만 1만4143명, 이중 20대만 4426명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한 ‘산업 일꾼’이란 평가까지 받았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잠녀수가 1970년대의 절반 수준인 7804명으로 줄어든 대신 50세 이상 비율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도시화·산업화 등으로 여성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해안도로 개설이나 육장양식장 등으로 바다를 잃은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때부터 시작된 위기감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기만 했다. 젊은 잠녀는 희귀한 존재로 취급됐다.

2011년도 말 현재 도내에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잠녀는 488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조사 때와 비교해 114명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전체 0.1%인 30대 잠녀(4명)는 불확실한 ‘제주 잠녀의 미래’를 반영하고 있다.

몇 번을 강조하지만 잠녀들의 흔적을 찾아내 기록하고 가치를 채우는 작업은 단순히 지난 시간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전승·보전이란 과제와 연결된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협약은 단순한 문화적 가치가 아닌 전승보존운동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이벤트 성격의 축제를 키우고 행정 중심의 정책을 쏟아내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잠녀·잠녀문화 세계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아직까지 잠수·해녀·잠녀 등 사안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잠녀 공연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에는 많은 학자들이 불편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물질 기술만을 가지고 본다면 기능인이지만 우리가 읽어내야 할 것, 그리고 미래 경쟁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역할과 문화적 영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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