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섬에 가면] 2. 거친 자연의 섬 ‘마라도’

▲ 마라도
국토 최남단 상징성 관광객 지속 증가
개발에 따른 생태환경보호 목소리 커져

바다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마라도는 척박한 땅이다. '국토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고,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곳의 들판과 강한 바닷바람만은 변하지 않았다. 섬이기 때문에 고립은 필연이겠지만, 이로 인해 섬은 그 가치를 더욱 빛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섬에 가면>

글 싣는 순서

1. 프롤로그
2. 거친 자연의 섬 '마라도'
3. 초록의 섬 '가파도'
4. 천년의 섬 '비양도'
5. 자연의 섬 '우도'
6. 가깝지만 먼 섬 '추자도'
7. 에필로그

▲ 마라도에 담수화 시설이 들어서기 전에 마을주민들이 허드렛물로 사용하기 위해 빗물을 모아 두었던 연못.
△마라도에 터전을 잡은 사람들

태풍의 길목인 마라도의 자연은 제주의 여느 곳과 다르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닷바람은 그 수준이 다르다. 사람 키를 넘는 나무를 찾아보기도 힘들어 섬 전체를 둘러봐도 나무 그늘은 호사다. 섬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뜨거운 태양은 살갗을 자극한다.

마라도는 분명 거칠고 척박한 땅이지만,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섬사람들이 있다. 마라도에 사람이 처음으로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1883년 김(金)·나(羅)·한(韓) 등 3성(姓)의 몇몇 영세농민이 들어오면서부터다. 이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섬에 불을 놓는 바람에 여태까지 뱀과 개구리가 살지 않는다고 한다.
1915년 일본인들이 이곳에 등대를 건설하기 위해 입도했으며, 당시 건설됐던 등대의 여러 시설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은 울타리와 돌담 뿐이라고 한다.

지금은 인구수가 53세대·108명이다. 이동 인구가 많아 마라도에 정착해 사는 인구는 절반 정도. 주민들은 민박과 식당 등을 운영하고 어업을 통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선출된 지한봉 이장은 "마라도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넓은 들판과 바닷바람"이라며 "변화에 따라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 이장은 "앞으로도 마라도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환상의 섬 마라도를 언제든지 찾아 달라"고 덧붙였다.

▲ 마라도는 국토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매년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마라도를 찾는 사람들

'국토 최남단-환상의 섬'이라는 이미지가 알려지면서 마라도에는 매일 적게는 1000여명, 많게는 40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올해도 30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들이 이 작은 섬을 찾는 이유는 '국토 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특히 다른 국토 끝에 비하면 시간 대비 효용도 높다. 서쪽 끝이 가거도는 목포에서 4시간 30분, 동쪽 끝 독도는 묵호에서 울릉도까지 3시간이 걸리고 또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2시간이 더 소요된다.

반면 마라도는 모슬포항에서 30분에 불과, 권하고 싶진 않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마라도에서 자발적 유배를 청한 이들도 있다.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는 이 곳 마라도에 창작스튜디오를 짓고, 작가들에게 창작의 장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입주 작가들은 개인 문학 집필실과 하루 두끼의 식사를 제공받는다.

마라도는 기후변화를 가늠하는 척도의 역할도 한다. 때문에 관련 연구학자들은 마라도의 식생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마라도는 찾는다. 2009년에는 열대조류인 푸른날개팔색조가 발견됐으며, 지난해에는 국내 미기록 아열대 나방류가 확인되며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밖에 벵어돔과 감섬동 등의 손맛을 보기 위한 낚시꾼들의 발걸음도 제법 많다.


▲ 넓적하고 야트막한 섬에서 그나마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등대는 남국의 항로를 밝힌다. 늦가을 등대 앞을 가득 채우고 해풍에 흔들리는 억새가 매혹적이다.
△다양한 볼거리

마라도가 '국토 최남단'이라는 것 때문에 관광객이 매년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볼거리도 많다.

우선 모슬포에서 마라도를 잇는 정기여객선을 타고 선착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해식동굴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지난 세월 파도가 들이치고 들이쳐서 절경을 빚어낸 것이다.

섬 주위를 도는 데에는 넉넉잡아 한 시간 남짓. 하지만 섬 가장자리의 가파른 절벽과 기암, 남대문이라 불리는 해식터널과 해식동굴 등 마라도의 뛰어난 절경을 즐기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마라도에는 종교시설도 많다. 교회와 성당, 절이 각각 한곳씩 있다. 모두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시설들이다. 성당과 절에는 신도들이 많지만, 타 교회를 찾는 순례풍습이 없는 교회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다.
대한민국 최남단비는 마라도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을 들려야 하는 코스며, 기념촬영은 기본이다.

넓적하고 야트막한 섬에서 그나마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등대는 남국의 항로를 밝힌다. 늦가을 등대 앞을 가득 채우고 해풍에 흔들리는 억새는 매혹적이다.

이밖에도 '천신과 지신이 만나는 곳'인 장군바위 등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품들도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 마라도가 자장면으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이로인해 자장면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불법건축물에서 운영되던 자장면집 철거 모습.
△자장면과 마라도 이질적인 조합

선착장에서부터 계단을 따라 마라도에 오르면 드넓은 들판이 눈앞에 펼쳐진다. 보는 이들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나온다. 하지만 감탄사는 이내 사라지고 섬의 유일한 도로를 따라 늘어선 자장면집 등 식당에서 손님을 '모시기'위해 부산을 떠는 소리가 탄성을 대신한다.

꽤나 이질적인 조합이다. 하지만 지금의 마라도를 있게 한 것이 자장면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마라도에 자장면집이 생긴 것은 1997년. 그러다 2000년 모 이동통신사의 광고가 방송을 타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후 '마라도에는 자장면집이 있다, 없다'라는 세간의 흥미로운 논쟁과 함께 마라도를 찾은 관광객은 누구나 한 그릇씩 의무적으로 먹게 됐다.

최근에는 자장면집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 간판이 너무 커지는 등 경관을 해치고 있다.

게다가 일부 건물들은 불법건축물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그 '뒷맛'이 더욱 씁쓸해졌다.

마라도는 '개발과 보호'라는 갈등을 안고 있다. 마라도는 2000년 문화재보호구역에 이어 2008년 천연기념물 제423호로 지정됐다. 관광객 증가와 각종 시설물 설치 등 개발에 따라 마라도의 생태환경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모두가 지켜야할 소중한 곳"

●인터뷰/마라도 정기여객선 모슬포1호 고명훈 선장


▲ 마라도 정기여객선 모슬포1호 고명훈 선장
"마라도는 찾는 관광객들의 발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보람입니다"

모슬포항과 국토최남단 마라도를 잇는 정기여객선 모슬포 1호의 운항 키를 잡고 있는 고명훈 선장(40). 그는 지난 3년간 쉬지 않고 1일 왕복 6회(편도 12회) 모슬포항과 마라도를 오가고 있다.

고 선장은 "승객이 안전하게 목적지인 마라도를 밟을 수 있도록 매일 거친 파도와 싸움을 하고 있다"며 "여객선이 통제되는 날을 제외하고는 쉴 수도 없지만 마라도를 알린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바다를 품고 살아온 고 선장은 승선 경력이 23년이나 되는 베테랑이다.

특히 모슬포와 마라도간 뱃길은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 웬만한 실력의 선장은 운항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고 선장은 "관광객도 관광객이지만 마을주민들은 이 배가 없다면 섬에서 생활하는데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궂은 날씨에도 배를 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년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마라도는 각종 쓰레기가 넘쳐나고, 불법 건축물 무질서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마라도는 우리 모두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소중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강승남 기자 ksn@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