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무> 제주시립희망원 '위기탈출 원!투!쓰리!'

동기부여 사각 부랑·노숙인 대상 '문제음주 탈출 프로젝트' 결정판 눈길
참가자 10명 중 7명 '100일 단주'성공…자체운영 위한 사회적 관심 필요

 
"이번에는 꼭 끊겠다. 제발 끊고 싶다"
 
그날, 성호씨(가명)의 얼굴은 이상스레 밝았다. 단주 마라톤을 시작해 50일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만해도 흙색이 된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함께 단주를 시작한 이들 중 많은 수가 100일을 향해 속도를 내는 것에 자극을 받은 성호씨는 스스로 알코올 전문 병원 입원을 결정했다.
 
성호씨만이 아니다. 살아온 인생의 많은 부분을 '술'의 힘에 휘둘려온 19명 중 14명이 이미 100일 단주에 성공했다. 술에 취해 상습적으로 폭력이나 행패를 저질러온 이들에게 '주폭(주취폭력배)'이라는 불편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다른 한편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제주시립희망원(원장 박정해·이하 희망원)은 벌써 수년째 시설 입소 노숙인과 부랑인을 위한 문제 음주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그동안의 사례관리를 통해 이들의 사회부적응이나 지나친 알코올 의존 문제의 원인이 환경과 의지에 있음을 간파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술과 이별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영상미디어와 인문학 등을 연계해 글모음집을 발간하는 등 성과도 얻었다. 올해는 그동안의 작업을 집대성하는, 그리고 내년 자체사업 운영에 따른 사전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 내용이 보다 진중해졌다. 올해 사업까지는 제주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배분사업 등을 통해 운영비 등을 조달하고, 외부강사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었지만 내년은 규모나 인력 운용에 있어 어려움이 예견되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단계별 변화를 통한 문제음주 탈출 프로젝트-위기탈출 원!투!쓰리!'는 희망원과 참가 대상간 호흡과 신뢰를 전제로 한다. 알코올 의존증은 단순히 개인성향이 원인이 아니라 성장배경과 환경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 특히 대상자별로 음주 정도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같은 출발선에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재발 방지나 재활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참가자의 의지 없이는 답을 얻을 수가 없다.
 
동시에 출발 신호를 들었지만 속도는 제각각이다. 한 발짝 한 발짝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지며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한달음에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하지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의지는 강해진다. '어찌 되었든 언젠가는'하는 믿음은 단주 마라톤 결과로 확인된다.
 
총 19명 중 병원 치료를 선택한 1명을 제외한 18명이 단주마라톤을 펼쳤고 이중 14명은 '100'란 세 자리 숫자를 밟았다. 나머지 4명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 단주 50일을 채웠다. 이들에게 숫자는 사회 복귀를 위한 자신감 지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희망원 김홍철 사회복지사는 "예산·인력 문제로 단기 진행하던 사업 중 효과가 좋았던 사업들을 하나로 묶어 진행하고 있다"며 "자체 사업 진행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사회적 관심과 참가자들의 의지가 제대로 맞물리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의=755-9810(도 공동모금회·지정기탁), 721-0712(자원봉사, 재능기부 등).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