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말에 대한 이해] ‘ㆍ’에 대하여
‘제주말에 대한 이해’를 다루면서 이 ‘ㆍ’를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 쉽지 않은 편이어서 대충만 다루겠습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에서 모음을 만들 때, ‘ㆍ, -, ㅣ’를 기본 글자로 해서 다른 모음들도 만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ㆍ’이어서 그만큼 이 ‘ㆍ’는 비중이 큰 것입니다. 그 글자의 소리값은 ‘ㅏ’와 ‘ㅗ’의 중간 소리라고 하는데, 제주말에서는 오늘날까지도 그 소리값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들 있습니다.
제주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18세기에 그 소리값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그 ‘ㆍ’ 글자는 1930년 총독부 철자법이나 1933년 한글학회에서 한글 맞춤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반사적으로 쓰였는데, 그때는 ‘ㅏ’로 읽혔습니다. 그래서 ‘아래 아’란 이름이 붙게 된 겁니다.
그래서 다른 지방 사람들이 고어를 읽을 때는 ‘음, 을’ 따위는 ‘ㆍ’를 ‘아래 아’로 보니까, 그 말에 따라 ‘마음, 가을’ 따위로 발음합니다. 옛날처럼 ‘ㅏ’와 ‘ㅗ’의 중간 발음은 아니지만 뜻은 그런 대로 됩니다. 그런데 ‘, ’ 따위에서는 ‘가살, 나말’로 읽으면 발음도 옛날처럼 되지 않았고, 또 뜻도 알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제주 사람들은 ‘음, 을’이나 ‘, ’ 따위를 보더라도 ‘ㆍ’는 ‘ㅏ’와 ‘ㅗ’의 중간 발음인 'a'나 'c'로 보니까(현평효 교수의 '제주도 방언 'ㆍ'음 소고'에서는 'ㆍ'를 발음부호 'a'로 나타내었다. 그리고 'c'로 보는 이들도 더러 있다) 'maщm, gaщl'이나 'gasal, namal' 따위로 소리 내면서 '마음, 가을, 나물' 따위의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그러니까 제주에서는 ‘ㆍ’를 ‘ㅏ’나 ‘ㅗ’로 발음하는 것은 어긋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이 ‘ㆍ’를 ‘아래 아’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또 이 ‘ㆍ’는 제주 사람들과 영욕을 함께 했던(?) 음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ㆍ’가 언어학적으로 귀중한 가치가 있다고 할 때는 어깨가 으쓱했었는데, 다른 지방 사람들과 말할 때, 저도 모르게 이 ‘ㆍ’가 튀어나오면, 당황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송상조 문학박사·㈔제주어보전회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