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백발도 영광이요"

 “인간은 누구나 젊을 때는 꿈과 슬기를 먹고 늙으면 추억과 지혜를 먹고 산다고 한다.모두 거쳐 갈 과정이다.그러나 인생은 백발도 영광이요 백수(百壽)나 천수(天壽)까지도 오복 중에 으뜸이라 했으니 장수하는 것은 더없는 영광이라 하겠다.이는 오직 천명이요,자연의 섭리이기에 그대로 순종할 뿐이다.따라서 늙어가는 것을 성급히 포기하거나 남의 눈치를 보거나 두려운 나머지 주저할 것까지는 없다”(‘황혼의 소심(素心)’중에서).

 수필가이면서 교육자인 강정 윤세민씨(70·서귀포시 강정동)가 고희기념문집 「문턱에 얽힌 사연들」을 펴냈다.

 이 문집은 지난 96년 8월 「문예사조」에 수필‘얼룩진 족보’가 당선돼 수필가로 등단한 이후에 써놓은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1부 ‘가문의 훈기’,2부 ‘고향의 향취’,3부 ‘삶의 여백’,4부 ‘노년의 단상’,5부 ‘추억의 갈피’,6부 ‘가족들의 이야기’로 나눠 가파른 인생길을 닦으면서 살아온 노 교육자의 교육철학과 인생철학,표표히 흐르는 인생여정이 책 갈피갈피마다 소담하게 담겨있다.

‘가문의 훈기’에는 ‘얼룩진 족보’‘남겨둔 상복’‘가문잔치의 훈기’‘효와 상식’등 15꼭지의 수필이 담겨있는데 선인들의 삶의 지혜와 사라져가는 제주풍속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수의와 상복을 준비하고 세상을 뜬 어머니의 모습에선 우리 어머니들의 정갈한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고,가문잔치때 고깃도감에 얽힌 이야기 속엔 훈훈한 이웃 인심을 엿볼 수 있다.

 대바구니에 허벅을 넣고 강정물을 길러다니던 제주여인의 모습,물질하는 잠녀들이 옷을 갈아입고,몸을 녹이고,세상살이를 나누는 장소인 바닷가 불턱에 얽힌 추억,백중물맞이 등 사라져가는 제주풍속도와 노무자 징용과 4·3등 조상들이 겪은 아픔을 반추하고,교단 경험을 되새기는 모습에선 칠십평생을 살뜰하게 살아온 노교육자의 맑은 시선을 대하는 것같다.

 윤씨는 서귀포시 강정동 출신으로 40여년동안 교직생활을 한 교육자다.제주도교육청 장학사와 연구사,강정 중문 서귀북교 서귀중앙교 교장,제주도교육연구원장 등을 지냈다.(도서출판 디딤돌,비매품)<김순자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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