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표류인 김비의(6)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멱고시마섬의서  을 지내단 마름이 부난, 벳사름 열다섯이 김비의네를 안 이틀을베질연, 낫이 이슥난 유구국(琉球國)에 도착여신디, 바당이 거칠고 절이 씨여서 베 탄 사름덜 딱 수질엿다. 왕이 직접 나산 아다 준 사름덜신디 수고엿덴 상을 주고, 멘포[綿布]를 하사멍 술광 밥을 리난 를해원 취엿다. 섬사름덜은 유구국에 온 지망에 구경도 고 왕이 린 멘포로 옷도 맞추왕 입언  만이 돌아갓다.

김비의는 베 탕 오멍 멀미로 어질어질 멍도 심 책[自責]을 엿다. 정말 뚜럼 노릇을 히 엿덴 생각을 다. 라 섬을 멍 는 걸 보난, 다른 섬의 보낼 땐 꼭   기간을 정영 필요 름이 불어사 베를 띄왓다. 손님 접대가 귀찬이영 재게 보내불젱도 안곡, 바당을 조심시럽게 대엿다. 제주목사가 보름장 감쥴을 보내여도 뒌뎅 멍 마름이 지대로 불걸랑 가렌 여도, 그놈의 창고직이덜 성화에 벨 일 읏주기 멍 서둘른 것이 요 모냥 요 꼴이다. 아명 름 따문이옝 여도 목심을 다섯이나 잃곡, 진상품도  방올 건지지 못난 남은 건 무신 거란 말인가. 감쥴 멧 개 썩는 걸 아까왕 단 보난 ‘아끼는 거 ×더레 간덴’ 연게. 빙신 이 경거망동  것이다. 아이고 이 두루웰 어떵코.

꼼 시난, 유구국 통역이 오란 김비의네신디 ‘당신네 어디서 온 사름덜이냐?’ 들으난, ‘예, 조선서 온 사름덜이우다.’ 고 대답엿다. 경난 ‘궤기 잡으레 나왓단 표류연 이디지 온 거냐?’ 난, 싀 사름은 의논연 대답여신디 ‘우린 해남(海南) 사름덜인디, 진상 을 실런 서울에 가단 름을 만난 이지 오라졋덴’ 앗다.

통역사가 싀 사름신디 들은 걸 아단 왕신디 보고난, 갑자기 관(官) 사름덜이 완 싀 사름을 객관(客館)더레 모셧다. 그듼 바당광 경 멀지 아니 듸로, 판[板子]로 지붕을 더펏고 문광 창이 셧다. 베꼇으론 성이 둘런 통쉐를 채우고, 베꼇디 집이서 감시엿다. 벨도로 창고가 신디, 그 소곱엔 재물·전포·어염을 보관다. 통역이 는디, 너네 사는 고장 관청과 으덴 엿다.

싀 사름을 멕여 주멍 삼시 반주도 거르지 아니엿다.  집의서 다섯 날치 광 탁베기, 젓을 관청에 강 받아당 대접는디, 그것이 끗나문 다음 집의서 또 밧아당 려주곡 돌아가멍 대접엿다. 또 대엿새만의 번썩은 수령이 아왕 직접 술광 안주로 대접곡 멍, 관리덜신디 꼼도 박접지 못도록 엿다.

번은 왕모(王母)가 나뎅기는 걸 봐신디, 곱게 칠 멕인 가메에 방으로 발을 리우고 모시옷에 머리에 비단 둘른 가메꾼 수무나문이 들런 간다. 군덜은 큰 칼 차고 활을 들러신디 앞뒤로 벡멩도 더 모연 호위엿다. 쌍나발광 태펭소 불곡, 화포를 팡팡 쏘멍 곱닥 처녀 대여섯은 비단옷 입고, 그 우틔로 진진 모시옷 걸쳔 른다. 김비의네 싀 사름이 앞더레 나사멍 엎더젼 절난, 가메 세완 술을 잔에 숨빡게 라 주는디, 술맛은 조선광 앗다.

열 쯤 뒌 아이가 꼼 뒤에 가는디, 양지광 곱들락게 머리는 다우지 아니연 뒤터레 넹겻고, 뻘겅 비단옷을 입언 띠로 무껏다. 진 을 타난 흰옷 입은 사름덜이 석을 심엇다. 앞의서 네다섯이 을 탄 선도고 양 으로도 라이 호위다. 호위 군로 큰 칼 찬 사름도 수무나문이고, 일산(日傘)을 들른 사름덜은 을 라 가멍 벳을 막는다. 싀 사름이 다시 엎더젼 절난 아이가 직접 에서 련, 술을 숨빡 비와 줜 다 들으씨난 을 타고 갓다. 그딋 사름덜 말을 들어보난, 왕이 죽언 대를 잇어신디, 안적 어려부난 어멍이 수렴청정 는디, 아이가 크문 직접 통치덴 엿다.

7월 보름 백중날이 뒈난 절간마다 당기(幢旗)를 물들인 비단으로 멩그는디, 그 우터레 사름이나 중싕덜 모냥 앙 왕궁더레 보낸다. 그디 사는 사름 중에 심씬 어린 아일 령 금색으로 멩근 가멘[假面]을 씌왕 피리불곡 북을 치멍 왕궁으로 나가는디, 피리는 조선의 단금 닮고, 북은 거의 모냥이 으다. 그날 밤읜 하간 춤이영 놀이를 벌이는디, 왕도 직접 보레 오난 사름덜이 들끌르곡, 에 재물 실엉 왕궁더레 가는 사름도 싯다.

바당의서 왕궁진  두어 참 떨어져신디, 멀리서 봥 질 높은 집이 왕이 사는 디옌 엿다. 지붕은 지에로 더끄기도 나 널집이 하다. 남나 여나 임댕이로부터 상투를 다왕 비단으로 싸곡, 백성덜은 다 희양 모시옷을 입엇다. 아주망덜은 머리 뒤로 쪽을 지고, 모시로 질게 옷을 멩글앙 입기도 고 치메도 입엇다. 혹 부제나 높은 사름덜은 비단으로 라 가질 멩글앙 입는다. 수령덜은 무늬 신 비단으로 상투를 싸고, 흰 모시 도포 입곡 붉은 비단 띠 메영  탕 댕기곡 종덜도 하영 부린다. (계속)

이슥다 : 기준 시간에서 한참 지나다

지망 : -ㄴ 뒤에 쓰여 ‘김’의 뜻을 나타냄. ‘온 지망에’는 ‘온 김에’의 뜻

두루웨 :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거나 어리석은 짓을 하는 사람

탁베기 : 집에서 담근 술에서 청주를 떠내고 나머지 된술

박접다 : 박하게 대접하다

수무나문 : 20여

참 :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 1참 = 약 2㎞

지에 : 기와.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