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세경할망 자청비(12)

▲ 그림 고재만(화가·한국미술협회제주지회 자문위원)

청비는 알엣 싀상으로 려간 서천꼿밧듸 들언 도환싕꼿을 타단 죽은 낭군 문도령을 살려내엿다. 메칠 후제 청비가 거리에 나산 보난, 방이 붙엇는디, ‘천제국에 사벤난이 일어나신디 주동자 도원수를 막는 사름안틴, 땅  착 물  착을 주겟노라’ 여시난, 청비 또시 알엣녁 서천꼿밧듸 려간 수레멜망악심꼿 것거단, 천제국에 올라완 보난 수만 군가 둘로 갈라젼 드러 싸왐시난, 수레멜망악심꼿을 방에 뿌리난 밋밋 씨러져 간다. 벤이 끗나난 천제왕(天子王)이 오랜 연, 가난 청비신디 원는 걸 다 르렌 다.

“땅  착 물 착은 안 줘도 좋으난, 오곡 열두시만국이나 내여줍서.”

그 직시 시만국을 내여주난, 문도령광 이 칠월 열나흘 연간에 려와신디, 그 때 내운 법으로 칠월열나흘이 백중(百種)이 뒌다.

인간 싀상을 려사고 보니, 정이 읏인 정수남이가 뭇 지천 개염지 은 허리로 흥글락흥글락 멍 걷단 청빌 만나난,

“상전님! 이거 어떵 뒌 일이우깡? 큰상전광 셋상전은 몬저 저싕에 가고, 나만 갈 디 읏언 요 모냥이 뒈엿수다. 너미 시장연 징심 요기나 게 여줍서.” 다.

“경건 저 밧더레 베려보라. 아옵 쉐예 아옵 장남 거느련 밧 갈암시녜. 그디 강 밥이나 얻어먹엉 오라.”

정수남이가 가난, 아옵 장남이 후려 욕을 멍 줄 밥 읏뎅 다. 정수남이가 완 청비 안티 르난, 청비가 아옵 장남신딘 급징(急症)을 불러주고, 아옵 쉐옌 애기 테완 들러퀴멍 잠대 다 것거불고, 궂인 름 불류완 곡석을 다 씰어부러 둰,

“저 밧더레 보라. 두 늙신네가 갱이농 염시녜. 그디 강 밥이나 얻어먹엉 오라.”

연, 정수남이가 그 밧디강 르난, 동고량 밥을 내여줜, 밧은 갱이로 지섯주마는 그 해에 대풍을 이루완 조코고리가 홍짓대만썩 더라.

오곡 종를 마련단 보난 씨 날 잊어불어선, 그제사 옥항에 간 씨를 타오는 름에 다른 것보단 늦이 뿌려도 이 여 먹는 모멀이다.

그로부터 오곡 열두시만국 마련 상세경에 문도령, 중세경에 청빌 모셧고, 하세경은 정이 읏인 정수남으로 칠월 마불림제를 받아먹게 고, 일이삼오륙소장 테우리들이 마련여 부일월 상세경이 뒈엇다 다.

그런 연유로 제주 땅에서는 죽어서 엄토감장을 여도, 세경땅에 묻게 뒈엿다. 부일월 상세경 난산국이 뒌 것이다. (끝)

 

“이간주당 열두시만국 보리농에 감비역 대우리 제추(除草)옵고

을추곡 조농에 라지 황조 귀마구리 제추시켱

방울조로 주리주리바리바리 상눌굽 중눌굽 하눌굽에 일천 바리,

동창궤 서창궤 남창궤 북창궤 득이당 남은 걸랑, 엇인 백성 거리공덕 시켜줍서.

농 송동이 웨농 송동이 두미역 콩농 굼벵이 소꿉게 마옵소서,

오날 세경광 테우리청을 지사비건 먹을년 입을년 동서으로 나수와 줍서.

세경 난산국이웨다.”(세경본풀이 중 ‘비념’)

“세경신중 마누라님 들다 남은 주잔(酒盞)이랑

천왕테우리 지왕테우리 인왕테우리도 공경자.

일수장 이수장 삼수장 오륙십수장 테우리도 공경자.

주잔으로 하영 권장염수다.”(세경본풀이 중 ‘주잔넘김’)

-현용준 저 「제주도무속자료사전」(신구문화사, 1980)에서

 

벤난 : 사변란(事變亂). 여기서는 하늘나라의 ‘반란(叛亂)’인 듯

수레멜망악심꽃 : 제주 무속에 나오는 꽃으로 ‘뿌리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죽는다는 꽃’

열두시만국[十二新萬穀] : 제주무속에 나오는 오곡과 7가지 잡곡인데 ‘가을에 거두어들이는 모든 곡식’

큰상전광 셋상전 : ‘상전(上典)’은 종이 주인을 이르던 말로, 여기서는 ‘자청비의 부모’를 가리킴

갱이농 : 호미만을 이용해 어렵게 짓는 농사

동고량 : 대로 짜서 작게 만든 도시락

마불림제 : 제주무속에서, ‘음력 7월14일경에 마을에서 행해지는 당굿’으로 마소의 번성을 위해 축산신에게 올리는 제임.

부일월 상세경 : 제주무속에서 ‘일반 농가의 농신’을 일컬음

엄토감장(掩土勘葬) : 시체를 흙으로 겨우 가릴 정도로 묻어 장례를 치름

난산국 : 본디 태어난 곳과 그 내력. 본풀이

이간주당 : 이 집안.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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