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세경할망 자청비(12)

청비는 알엣 싀상으로 려간 서천꼿밧듸 들언 도환싕꼿을 타단 죽은 낭군 문도령을 살려내엿다. 메칠 후제 청비가 거리에 나산 보난, 방이 붙엇는디, ‘천제국에 사벤난이 일어나신디 주동자 도원수를 막는 사름안틴, 땅 착 물 착을 주겟노라’ 여시난, 청비 또시 알엣녁 서천꼿밧듸 려간 수레멜망악심꼿 것거단, 천제국에 올라완 보난 수만 군가 둘로 갈라젼 드러 싸왐시난, 수레멜망악심꼿을 방에 뿌리난 밋밋 씨러져 간다. 벤이 끗나난 천제왕(天子王)이 오랜 연, 가난 청비신디 원는 걸 다 르렌 다.
“땅 착 물 착은 안 줘도 좋으난, 오곡 열두시만국이나 내여줍서.”
그 직시 시만국을 내여주난, 문도령광 이 칠월 열나흘 연간에 려와신디, 그 때 내운 법으로 칠월열나흘이 백중(百種)이 뒌다.
인간 싀상을 려사고 보니, 정이 읏인 정수남이가 뭇 지천 개염지 은 허리로 흥글락흥글락 멍 걷단 청빌 만나난,
“상전님! 이거 어떵 뒌 일이우깡? 큰상전광 셋상전은 몬저 저싕에 가고, 나만 갈 디 읏언 요 모냥이 뒈엿수다. 너미 시장연 징심 요기나 게 여줍서.” 다.
“경건 저 밧더레 베려보라. 아옵 쉐예 아옵 장남 거느련 밧 갈암시녜. 그디 강 밥이나 얻어먹엉 오라.”
정수남이가 가난, 아옵 장남이 후려 욕을 멍 줄 밥 읏뎅 다. 정수남이가 완 청비 안티 르난, 청비가 아옵 장남신딘 급징(急症)을 불러주고, 아옵 쉐옌 애기 테완 들러퀴멍 잠대 다 것거불고, 궂인 름 불류완 곡석을 다 씰어부러 둰,
“저 밧더레 보라. 두 늙신네가 갱이농 염시녜. 그디 강 밥이나 얻어먹엉 오라.”
연, 정수남이가 그 밧디강 르난, 동고량 밥을 내여줜, 밧은 갱이로 지섯주마는 그 해에 대풍을 이루완 조코고리가 홍짓대만썩 더라.
오곡 종를 마련단 보난 씨 날 잊어불어선, 그제사 옥항에 간 씨를 타오는 름에 다른 것보단 늦이 뿌려도 이 여 먹는 모멀이다.
그로부터 오곡 열두시만국 마련 상세경에 문도령, 중세경에 청빌 모셧고, 하세경은 정이 읏인 정수남으로 칠월 마불림제를 받아먹게 고, 일이삼오륙소장 테우리들이 마련여 부일월 상세경이 뒈엇다 다.
그런 연유로 제주 땅에서는 죽어서 엄토감장을 여도, 세경땅에 묻게 뒈엿다. 부일월 상세경 난산국이 뒌 것이다. (끝)
“이간주당 열두시만국 보리농에 감비역 대우리 제추(除草)옵고
을추곡 조농에 라지 황조 귀마구리 제추시켱
방울조로 주리주리바리바리 상눌굽 중눌굽 하눌굽에 일천 바리,
동창궤 서창궤 남창궤 북창궤 득이당 남은 걸랑, 엇인 백성 거리공덕 시켜줍서.
농 송동이 웨농 송동이 두미역 콩농 굼벵이 소꿉게 마옵소서,
오날 세경광 테우리청을 지사비건 먹을년 입을년 동서으로 나수와 줍서.
세경 난산국이웨다.”(세경본풀이 중 ‘비념’)
“세경신중 마누라님 들다 남은 주잔(酒盞)이랑
천왕테우리 지왕테우리 인왕테우리도 공경자.
일수장 이수장 삼수장 오륙십수장 테우리도 공경자.
주잔으로 하영 권장염수다.”(세경본풀이 중 ‘주잔넘김’)
-현용준 저 「제주도무속자료사전」(신구문화사, 1980)에서
벤난 : 사변란(事變亂). 여기서는 하늘나라의 ‘반란(叛亂)’인 듯
수레멜망악심꽃 : 제주 무속에 나오는 꽃으로 ‘뿌리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죽는다는 꽃’
열두시만국[十二新萬穀] : 제주무속에 나오는 오곡과 7가지 잡곡인데 ‘가을에 거두어들이는 모든 곡식’
큰상전광 셋상전 : ‘상전(上典)’은 종이 주인을 이르던 말로, 여기서는 ‘자청비의 부모’를 가리킴
갱이농 : 호미만을 이용해 어렵게 짓는 농사
동고량 : 대로 짜서 작게 만든 도시락
마불림제 : 제주무속에서, ‘음력 7월14일경에 마을에서 행해지는 당굿’으로 마소의 번성을 위해 축산신에게 올리는 제임.
부일월 상세경 : 제주무속에서 ‘일반 농가의 농신’을 일컬음
엄토감장(掩土勘葬) : 시체를 흙으로 겨우 가릴 정도로 묻어 장례를 치름
난산국 : 본디 태어난 곳과 그 내력. 본풀이
이간주당 : 이 집안.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