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잠녀] 6부. 제주 해녀 문화 목록

▲ 구좌읍 하도리 어촌계 해녀들이 불턱에서 몸을 녹이며 차가운 겨울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제주 해녀 문화'다.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대상 신청 종목 선정은 제민일보가 지난 2005년 6월 지역 학계 등에서 산발적으로 제기됐던 제주잠녀·잠녀 문화의 유네스코 등재 당위성을 공식 천명한 지 무려 9년여 만에 맺은 결실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하다. '제주 해녀 문화 세계화'를 기준으로 한 그간의 사업은 경제적 위치와 특이성에 맞춰지면서 채워지지 않았다. '유네스코 등재'는 채움을 전제로 한 '지속가능한 보존과 발전'을 의미한다. 국가 브랜드로 '제주 해녀 문화'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 해결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올해 제민일보가 수행할 제주해녀문화 목록 작성은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 '문화재' 기준에 구색만
 
▲ 물질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평리 해녀.
이제 제주해녀는 억척스럽고 강인한 제주여성의 상징에서 국가 브랜드를 견인할 아이템이 됐다. 해녀 문화는 바다 생태환경에 적응하며 축적된 민속지식, 공동체 문화의 보고(寶庫)이자 '자연(바다)과의 공생을 전제한 지속가능한 보존·발전'의 모델이다. 그동안 정체성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지만 '유네스코 등재'라는 목표가 던져지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09년 11월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 제정 이후 2011년 7월 해녀문화 전승 및 보전 위원회가 구성됐고, 9월에는 제주해녀문화 세계화 5개년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같은 해 11월 문화재청에 한국무형유산 국가목록 선정 신청을 해 이듬해 1월 전국 61개 종목 안에 이름을 올렸는가 하면 '우선등재 추진 목록'에 포함되는 성과를 얻었다. 2012년 10월 문화재청 제주해녀·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 신청서 제출 후 1년여만인 지난해 12월 19일 줄다리기와 함께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대상 신청 종목 선정됐다.
 
이런 움직임들에 반해 문화콘텐츠 작업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제주잠녀 관련 유·무형 문화재 지정현황은 중요무형문화재 1건, 제주도 지정무형문화재 1건, 제주도 지정 민속자료 지정 15건이 전부다.
 
제주해녀 자체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제도 상 한계로 성사되지 못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는 무형문화재 지정기준으로 농경어로 등의 생업기술과 관련한 전통지식이 없다. 이러한 전통지식이 해녀문화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에 지정근거가 되는 음악(해녀노래), 의식(민간신앙) 등의 세부 기·예능을 중심으로 해녀문화 일부를 지정하는 것으로 구색만 갖췄다.
 
# 문화경쟁력 결집 '유산' 발굴해야
 
▲ 소중이를 입고 테왁을 든 제주해녀(왼쪽)와 미메현 스가지마 지방의 아마.
문화재와 문화유산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2006년 6월 해녀박물관이 개관한 후 제주를 상징하는 공간이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2012년 7월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공동 진행한 '제주해녀' 전시에서도 빈약한 자료들이 아쉬움을 남겼다. 심지어 2012년 6월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콘텐츠산업 진흥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이를 활용한 성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해녀문화 세계화의 상징 사업으로 3년간 '공을 들인' 해녀축제는 문화콘텐츠 개발과 문화 경쟁력에 대한 정책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해녀 문화를 공유할 장치 대신 해녀들을 대상으로 한 노래 경연과 수산물판매장이 주행사장을 장악한 상황은 지역 문화유산 마인드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녀생태박물관과 해녀문화센터 건립 등의 작업은 그 안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고민이 따라붙는다. 2012년 9월 WCC세계자연보전포럼 중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총회에서 제주형 의제 중 하나로 세계의 이목을 받았던 것 역시 그 활용은 미진한 상황이고 제주해녀 홍보를 위해 4개 국어로 만들어진 핸드북은 지난해 1050만 명 넘게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는 처음 듣는 소리다.
 
그렇다고 제주해녀문화가 이 것 뿐인가 하면 대답은 '아니다'. 문화 경쟁력으로 힘을 모아야할 대상을 설정하지 못했을 뿐 해양생태의 변화와 어로조직의 자원 운영 측면, 공동체 특유의 전승 문화와 민속지식, 신앙과 의례 등 '제주해녀문화'를 채울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이에 따라 제민일보는 '제주 해녀 목록'<도표>의 나침반 역할을 4개 기준안을 제안한다. 이는 제민일보가 '대하기획 제주잠녀'를 통해 지난 8년 동안 지역 100개 어촌계를 직접 찾아다니며 직접 취재한 자료와 제주 해녀와 관련한 각종 연구보고서 및 관련 문헌들을 총망라한 것으로 지역문화유산 사업에 있어 하나의 시도이자 유네스코 등재에 필요한 과정으로 의미 있다.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 등과 함께 진행할 이번 작업은 특히 목록에 대한 해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것은 물론 목록을 특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추가 또는 재분류해 '문화유산'으로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등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고 미 기자
 

제주해녀문화 목록안

제주 해녀문화 목록은 ①해양 생태와 어로 패턴 ②공동체의 자원관리와 사회적 역할 ③공동체 특유의 전승 문화 ④신앙과 의례 등 크게 4개로 분류할 수 있다.
 
① 작업 기술과 해녀물옷, 물질 작업도구(해녀박물관 소장·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 제10호)
 
② 공동체의 자원관리와 사회적 역할
- '잠수회', 갯닦기·종패 사업 등 바다 어장 관리를 위한 공동 작업, 잠수회를 주축으로 만든 이용규약(잠수회 정관, 협동양식어장관리규약 등)
-'제주  해녀 항일항쟁'- 연인원 1만7000여명이 참여, 238회의 집회 및 시위를 전개한 우리나라 최대 어민운동이자 여성운동.
 
③공동체 특유의 전승 문화 
- 불턱에서부터 해녀탈의실까지, 해녀 노래와 출가해녀의 노래, 해녀항일가, 해녀놀이요 등 해녀 관련 전승 민요에서부터 2013 신 해녀의 노래(현기영 글·양방언 곡)
- 게석 문화-해녀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응원과 격려의 상징이다.
- 문화재청 가파도 민속마을 추진, 해녀축제 등
 
④신앙과 의례 
- 해신당과 요왕맞이, 지들임 등
-무속의례(칠머리당 영등굿-음력 2월 초하루, 김녕리 잠수굿-음력 3월 8일, 고성·신양 용올림굿-음력 2월 13일,  사계리 잠수굿, 조천읍 북촌리 영등굿 등)와 풍어제 등 유교식 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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