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전설]<2> 군산(軍山)

▲ 남서쪽에서 본 군산

엿날 고려적의 창천을이 이제처록 크지 아니 때 일이다.  열 가호쯤 살던 동네에 강씨 성을 인 훈장이 살앗다. 강훈장은 글을 하영 익은 어른으로 방에 소문이 낫다. 경디다 인품도 추아 놓으난 멀리 이신 을에서지 사름덜이 글 익으레 몰려들엇다.

를은 강훈장이 제자덜을 안 글을 익노렌 난, 문 베꼇듸서도 짝짝 글을 라 익는 소리가 낫다. 강훈장은 ‘것도 이상다’ 연 고만이 귀 줜 들어보난, 방안의서 ‘하늘 천’ 문, 베꼇듸서도 ‘하늘 천’ 는 소리가 개미용게 낫다. 경디도 문 앙 베려보문 아무도 읏엉, 이상 생각이 들엇주마는 당장에 어떵는 것도 아니고 연 그냥 내불엇다.

기영저영 삼년이 흘른 어느 날, 강훈장이 글 익단 아의덜을 다 돌려보내여 둰 자젱 는디, 어디서 무신 소리가 낫다. 시간은 시 가차운 때엿다.

“스승님, 스승님 주무셤수가?”

는 소리에

“거, 누게우깡?” 난,

“예. 전 멀리 동해에서 온 용왕 아이우다. 지난 삼년 동안 허락도 읏이 스승님안티 글을 배와신디, 이제 돌아갈 기한이 뒈연 하직 인사 드리젱 염수다. 그 동안 고마운 은혜는 잊지 아니쿠다.”

강훈장은 그제사 ‘그 동안 베꼇듸서 나단 글 익는 소리가 동해 용왕의 아이라 낫구나.’ 멍 눈치 채여신디,

“이젠 가사 거라부난, 그간 스승님께 입은 은혜를 꼼이라도 가프고 싶언 청염시매, 아주시문 제가 어떵 여 보쿠다.”

용왕 아이 청이 간절엿주마는 펭소 부귀영화옌 욕심이 읏인 강훈장신딘 뭐 부탁 만 것이 읏엇다.

“나사 무신 젊은 사름덜신디 글 르치는 게 좋안 는 일이고, 먹곡 입엉 사는 건 다 도웨주난 부작 건 하나도 읏어. 경나 야씩 불펜 건, 비가 오문 저 내창 물소리가 너미 씨연 글 익는디 꼼 시끄럽긴 주마는….”

비가 하영 리문 창고천 물이 불엉, 물 흘르는 소리가 글 익는디 꼼 궂엇주마는 딜 만은 엿다. 경주마는 용왕 아은 그걸 음에 둰,

“알앗수다. 그 정돈 어떵 여보쿠다. 메칠 안으로 큰 비름이 칠 거난, 아명 요란이가 뒈싸져도 절대로 문 앙 봥은 안뒙니다. 일레가 지나걸랑 앙 봅서.”

여둰 돌아갓다. 은 대로 메칠 후젠 천둥번개가 치멍 고래장비가 오는디, 정이 어섯다. 강훈장은 문 앙 보고졍 여도 지그무찌 단, 일레쩨 뒈는 날은 꼼 아드는 것 닮안 며시 문 빙으련 베꼇을 봣다. 그 순간 ‘파짝!’ 게 방안더레 삣이 들어완게 강훈장이 씨러졋다.

▲ 군산의 정상부

보고를 들은 고려(高麗) 조정에선 제주섬의 천재지벤이 일어낫젱 연, 관원(官員)이 진상을 피레 려왓다. 관원은 새로 생겻젱  산을 봐도 무신 따문인 중 하나토 몰랏다. 어떤 사름은 중국에 싯단 곤륜산(崑崙山)이 이딜로 웬겨 왓젱 기도 고, 중국 서산(瑞山)이 온 거옌 는 사름도 이섯다.뒷녁날 깨어난 보난 강훈장 웬착 눈이 베리질 못게 뒈어부럿다. 베꼇더레 나완 보난 이상 일이 벌어졋다. 비 오기 전읜 읏단 큰큰 산이 딱게 을 앞의 박아졋고, 날은 어느 틈에 안 이섯다.

경연 처얌엔 서산(瑞山)이옝 불르단, 그 모냥이 군인덜이 쳐 놓은 천막 닮덴 멍 군산(軍山)이렝 게 뒈엿다. 어떤 학자는 엇던 산이 굴루이 생겻젱 연 ‘군뭬’로 불러신디, 한자로 씨멍 ‘군산’이 뒈엿젱도 주장다.

경디, 이 군산 봉우린 산(무덤)을 쎵 안 뒈는 금장지(禁葬地)가 뒈여왓다. 원래 생기멍 비가 하영 와부난 산디, 그디 산을 씨문 오랫도록 물든지, 큰 장마가 왕 숭년이 뒌뎅 는 말이 신 따문이다. 어느 핸가 갑자기 물기 시작연게 오래오래 비가 안 완 농가 절단날 때가 뒈엿다. 을 사람덜은 ‘누게 금장지에 산을 씬 거 아닌가’ 연 몰려간 산꼭데기로부터 파헤쳐봐도 아무것도 읏엇다. 경여도 아래장 딱 파헤치난 갑자기 하늘에서 비구름이 몰려 들언게 비가 좍좍 리기 시작엿다. 경연 그해 뭄을 멘 수가 이섯다.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개미용다 : 불빛이나 소리가 가늘고 약하다

야씩 : 조금. 잠깐. 살짝

고래장비 : 오랜 기간 줄기차게 내리는 비

지그무찌 : 단단히 작정하고 참으며 응하지 않은 꼴

웬기다 : 옮기다

굴루이 : 여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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