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3> 영주산과 무선돌

▲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영주산

지금 성읍민속마을 북쪽 펜더레 베려보문 영주산이엔 영 큰큰 오름광 무선돌이옌  돌이 딱 게 박아졍 이신디, 영주산은 축읏이 여자가 오무령 앚인 모냥이고, 무선돌은 툴 소나의가 산 이신 거 닮은디, 그 두 가지에 얽어진 이약입주.

엿날 호랭이 담배 먹던 시절, 영주산 껏 난산리(蘭山里) 실에 가난 총각이 나 살아십주. 그 총각은 다 씨러져가는 초가집의서 홀어멍을 모셩 사는디, 실 사름덜이 딱 칭찬 정도로 얌전곡 늙은 어멍신디 지극정성으로 효도를 여서마씀. 효도뿐만이 아니라 는 말도 잘 듣곡 의논도 잘 타는 아주 모범 청년이라십주. 경연 잘 사는디, 를은 그 총각이 산에서 지들커 영 졍 오단, 마침 허벅 졍 물 질언 오는 부젯집 광 눈이 맞아불질 아닙니깡?  눈에 반 총각은 그 뒷녁날부터 상사병에 걸려분 거라마씀.

시상에 다른 아무 생각도 읏곡, 그 처녈 보고정 는 심뿐이라부난, 어멍이고 뭐고 들러쌍 내불어뒁 그 처녀만 보젠 질레 나강 를헤원 목직여십주. 그것도 루이틀입주 하도 오래여 가난, 실 사름덜이 하나둘 그걸 알안, 어멍을 어떵 경 내불어뒁 뎅겨지느녠, 총각을 욕기 시작여서마씀. 경여도 그 총각은 그 욕이 귀에 들어옵니깡? 그 처녀에 미쳔 혼이 나가분 겁주. 뭇 두린 사름 취급  정도가 뒌 거라마씀.

경단 보난 이녁냥으로 오멍지 못는 어멍은 저실 추위를 디지 못고, 질로 먹지도 못연 죽어분 거라마씀. 경난 실 사람덜은 저거 사름도 아니엔 총각을 욕멍 르와부러십주.

“아이고 게메, 이녁 가남도 생각 못영 부제칩 을 넘봔게 꼴 좋다.”

“경디 그 어멍게. 금이여 옥이여 어름쓸멍 질루완 놔두난, 여안티 혼 뺏견, 지 어멍이 실련 죽어신지 굶언 죽어신지 몰랏젠 난, 베 아프게 아 낭은 무시거  거라.”

“초담엔 경 효자 소리 들엉게, 여자가 요물이주게. 그놈의 랑이 뭣산디.”

“랑 염젠 딱 경니까? 랑여도 쳇 일은 여삽주게.”

“두린 때 잘  건 아무 소용 읏이 뒈여부러시난, 아이고 요 노릇이여.”

욕도 욕이주마는 어멍을 언디 그냥 내불언 굶젼 죽엿젠, 아무도 베린 척 아니여십주.

▲ 영주산 기슭에 박힌 돌

경여도 무정 건 세월이라. 실 사름덜 입살이 꼼 수그러져 가는디, 를은 부젯집 이 지 아방 심바람 갓단 오는 걸 본 총각이 용기를 내언, 앞더레 나사멍 말을 붙여십주. 경디 우연치 아니게 처녀 아방이 봐분 거라마씀. 그 아방도 총각에 대 소문을 들언 영 좋지 아니 놈으로 봐 와신디, 소문이 여져 가는 처에 둘이 만나는 걸 보난, 부엣절에 훈두왁연 을 집의서 내조차 불어서마씀.

그 은 갈 디 올 디 읏이난  수 읏이 총각고 살렴을 려신디, 사름덜 눈이 수완 더 이상 그 실에선 살 수 읏어서마씀. 경 안여도 궂인 소문이 난 처에 기어이 붙언 살아놓으난 오죽  거우깡.

“아이구, 저것덜 사름도 아니여게. 이녁 어멍 행실작내와 먹고두고 둘이 붙언 살멘게.”

“게메. 하늘이 숩지 아니영, 저영  수가 셔. 사름의 탈을 씨고 난 것덜이.”

“저것덜 둘이 묶엉 멍석이 영 을 베꼇더레 내조차사 여.”

그 말을 들은 두 사름은 실을 뜨기로 연 올레를 막 벗어나는디, 하늘에서 베락 천둥이 치멍 두 사름 우터레 털어져십주. 베락 소리에 놀란 실 사름덜이 나완 보난 그 처년 영주산이 뒈엿고, 총각은 무선돌이 뒈연 이신 거라마씀. 줴 짓어부난 벳 난 날에 베락 맞은 겁주게.

총각신딘 늙은 어멍 잘 모시지 못 줴로 무선돌이 뒈영 산이 뒌 처녀를 베려만 보멍 상 이시렌 는 벌을 린 거고, 처녀는 줴는 읏어도 산으로 벤영 다신 난산리에 그치록 일이 일어나지 아니게 실 처녀 총각을 잘 직렌 는 하늘의 멩령이랏젠 전영 려온덴 아마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축읏이 :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툴다 : 세련되지 못하고 거칠거나 잘 다듬어지지 않아 투박하다

를헤원 : 종일

목직다 : 어떤 목적을 가지고 길목을 지키다

르다 : 따돌리다

가남 : 어떤 일을 처리할 능력이나 힘. 분수

어름쓸다 : 쓰다듬다

부엣절에 : 홧김에

훈두왁다 : 야단치다

행실작내다 : 어떤 일을 했는데, 그 결과가 실패작으로 나타남을 이르는 말

멍석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멍석에 눕혀 돌돌 말아 거꾸로 세워놓고 벌을 주는 일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