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5> 각시바위

서귀포시 호근동에 강, 한라산 펜더레 베려보문 큰큰 돌로 뒌 오름이 신디, ‘각시바위’옌도 곡 ‘학수바위’엔도 주. 꼭대기에 올라강 보문 뽀족게 나온 것이 다 큰큰 돌덜이고, 남쪽 암반 아래론 그정으로 뒈여십주. 을 사름덜은 이 오름을 열녀바위옌도 는디, 그 바위엔 슬픈 전설이 려와마씀.
엿날 이 열녀바위 아랫을 귀 집안에 3대 독(獨子)신디 시집온 메누리가 살아신디, 두어 해가 넘어가도 태기가 읏이난 집안에 걱정이 만여십주. 양반 집안이고 독로 라 대 려오단 보난, 후사를 잇젱 문 아이 낳는 일이 무신거보단도 중여서마씀. 경단 보난 메누린 줴 짓인 사름처록 애간장을 태우멍 한숨으로 날을 세와십주. 라 가지 덴 는 방법은 다 쎠봐도 아무 소득이 읏인 채 기영저영 3년이 지나도록 아기가 읏어가난, 집안 사름덜이 모연 의논을 여신디, 한라산 아래에 이신 용덴 절에 들어강 백일기도를 드리기로 여서마씀.
메누린 기도 드리레 절간으로 올라간 목욕재계 후제, 정성을 다연 밤낮으로 불공을 드리기 시작여서마씀. 루 이틀 사흘…, 정성을 다연 불공을 드리단 보난, 음이 놓아지멍 꼭 소원이 이루와질 것 은 믿음이 생기고, 경수록 더 열중연 불공을 드려십주.
경단 어느 날, 기도를 열심히 단 한밤중 기력이 다연 혼미 중에, 어느 못뒌 스님신디 몸을 더럽히고 말아서마씀. 오밤중이 웨로 떨어진 절에서 졸지에 당 일이라, 너미도 어이읏고 생각수록 분통이 터져십주. 경다고 주지스님안터레 앙, 절간을 들쑤셔봐도 발루와질 일도 아니고, 그 스님 모감지에 아졍 설어놓으렌 튿을 수도 읏고, 하여간에 미적미적 시간만 흘러가서마씀.
경는 중에 이 지나고 두 이 뒈여가난 몸에 태기가 오는 거라마씀. 새스방곤 멧 년을 이 자도 소식이 읏어신디, 거씬 도둑맞아신디도 용게 소식이 온 겁주. 그런 일만 아니문 뭇 잔치 일이주마는, 양심상 몰른 척 수도 읏인 일이라서 날이 갈수록 고민이 짚어가서마씀. 경 중 알아시문 부부가 디 왕 살멍 불공을 드리컬 여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 뒈여부난, 임신 안 만 못덴도 생각엿주마는 도저히 딜 수가 읏이 궤로와십주.
백일이 다 뒈여가난 헛구역질도 막 나오고, 이제 집의 려가사 건디 어떵콘 단, 세간을 다 설런 려오젠 난 도저히 을러레 발이 안 떨어젼, 절 아래 바위 우터레 올라간, 하늘을 원망멍 밤새낭 울단 그정에 털어젼 죽어부러십주. 경디 그 메누리가 죽언 얼마 읏임에 털어진 자리에 이상한 바위가 생겨신디, 을 사름덜은 그걸 ‘열녀바위’엔 여서마씀.

후세 사름덜은 또 각시바위를 ‘각수암(角首岩)’이엔도 곡 ‘학수암(鶴首岩)’이엔도 불르는디. ‘학수암’은 풍수지리 는 사름덜이 지운 일름으로, 학이 아완 앚인 모냥이엔 는 겁주. 학 리가 하논 한가운디서 새길 나신디, 그 새기 먹젠 베염이 려드난 학이 놀레연 파드득게 아완 앚인 모냥이 각시바위옌 는 거라마씀. 하논 가운디 신 동글락 보로미오름은 학의 난 새기인 셈입주.
경디 이 각시바위옌 또시 가지 애틋한 전설이 려와마씀. 엿날 이 지역 원님덜은 산더레 사농을 나왓다 문, 꼭 각시바위 정상 납조록 반석(盤石) 우티서 먹으멍 놀아서마씀. 삼방이 훤게 터지난 한라산도 올려 보곡, 널른 바당도 둘러보곡, 섬도 보멍 먹으문 더 맛 좋은 겁주. 시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경치가 좋으난에.
경고 당시 원님덜 사농 나올 땐 부름씨 관속(官屬)덜광 관기(官妓)덜도 라왕, 그 우틔서 놀레 불르곡 춤추멍 흥을 돋구와십주. 번은 그런 장압이 한창 무르익어신디, 펭소 원님의 총애를 받는 관기가 춤을 춰 가난, 그 꼬라질 눈엣가시처록 여기단 기녀가 이 나간 춤추단, 놈 몰르게 그 관기를 짹이 밀언 절벡 알러레 털으치와 분거라마씀.
그걸 몰른 원님은 불쌍덴 멍 그 시체를 거두완 각시바위 알펜더레 잘 묻어줘신디, 이름 읏인 그 기생 무덤이 요적이지도 셔낫젠 여마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그정 : 낭떠러지
발루다 : 잘잘못을 밝히다
모감지 : 멱. 목의 앞쪽
새스방 : 결혼 전후의 신랑
거씬 : 얼른. 잠깐
새기 : 달걀 또는 다른 날짐승의 알
납조록다 : 조금 납작하게 느껴지다
부름씨 : 심부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