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5> 각시바위

▲ 마을에서 본 각시바위

서귀포시 호근동에 강, 한라산 펜더레 베려보문 큰큰 돌로 뒌 오름이 신디, ‘각시바위’옌도 곡 ‘학수바위’엔도 주. 꼭대기에 올라강 보문 뽀족게 나온 것이 다 큰큰 돌덜이고, 남쪽 암반 아래론 그정으로 뒈여십주. 을 사름덜은 이 오름을 열녀바위옌도 는디, 그 바위엔 슬픈 전설이 려와마씀.

엿날 이 열녀바위 아랫을 귀 집안에 3대 독(獨子)신디 시집온 메누리가 살아신디, 두어 해가 넘어가도 태기가 읏이난 집안에 걱정이 만여십주. 양반 집안이고 독로 라 대 려오단 보난, 후사를 잇젱 문 아이 낳는 일이 무신거보단도 중여서마씀. 경단 보난 메누린 줴 짓인 사름처록 애간장을 태우멍 한숨으로 날을 세와십주. 라 가지 덴 는 방법은 다 쎠봐도 아무 소득이 읏인 채 기영저영 3년이 지나도록 아기가 읏어가난, 집안 사름덜이 모연 의논을 여신디, 한라산 아래에 이신 용덴  절에 들어강 백일기도를 드리기로 여서마씀.

메누린 기도 드리레 절간으로 올라간 목욕재계  후제, 정성을 다연 밤낮으로 불공을 드리기 시작여서마씀. 루 이틀 사흘…, 정성을 다연 불공을 드리단 보난, 음이 놓아지멍 꼭 소원이 이루와질 것 은 믿음이 생기고, 경수록 더 열중연 불공을 드려십주.

경단 어느 날, 기도를 열심히 단 한밤중 기력이 다연 혼미 중에, 어느 못뒌 스님신디 몸을 더럽히고 말아서마씀. 오밤중이 웨로 떨어진 절에서 졸지에 당 일이라, 너미도 어이읏고 생각수록 분통이 터져십주. 경다고 주지스님안터레 앙, 절간을 들쑤셔봐도 발루와질 일도 아니고, 그 스님 모감지에 아졍 설어놓으렌 튿을 수도 읏고, 하여간에 미적미적 시간만 흘러가서마씀.

경는 중에 이 지나고 두 이 뒈여가난 몸에 태기가 오는 거라마씀. 새스방곤 멧 년을 이 자도 소식이 읏어신디, 거씬 도둑맞아신디도 용게 소식이 온 겁주. 그런 일만 아니문 뭇 잔치 일이주마는, 양심상 몰른 척  수도 읏인 일이라서 날이 갈수록 고민이 짚어가서마씀. 경 중 알아시문 부부가 디 왕 살멍 불공을 드리컬 여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 뒈여부난, 임신 안 만 못덴도 생각엿주마는 도저히 딜 수가 읏이 궤로와십주.

백일이 다 뒈여가난 헛구역질도 막 나오고, 이제 집의 려가사  건디 어떵콘 단, 세간을 다 설런 려오젠 난 도저히 을러레 발이 안 떨어젼, 절 아래 바위 우터레 올라간, 하늘을 원망멍 밤새낭 울단 그정에 털어젼 죽어부러십주. 경디 그 메누리가 죽언 얼마 읏임에 털어진 자리에 이상한 바위가 생겨신디, 을 사름덜은 그걸 ‘열녀바위’엔 여서마씀.

▲ 고근산에서 본 각시바위

후세 사름덜은 또 각시바위를 ‘각수암(角首岩)’이엔도 곡 ‘학수암(鶴首岩)’이엔도 불르는디. ‘학수암’은 풍수지리 는 사름덜이 지운 일름으로, 학이 아완 앚인 모냥이엔 는 겁주. 학  리가 하논 한가운디서 새길 나신디, 그 새기 먹젠 베염이 려드난 학이 놀레연 파드득게 아완 앚인 모냥이 각시바위옌 는 거라마씀. 하논 가운디 신 동글락 보로미오름은 학의 난 새기인 셈입주.

경디 이 각시바위옌 또시  가지 애틋한 전설이 려와마씀. 엿날 이 지역 원님덜은 산더레 사농을 나왓다 문, 꼭 각시바위 정상 납조록 반석(盤石) 우티서 먹으멍 놀아서마씀. 삼방이 훤게 터지난 한라산도 올려 보곡, 널른 바당도 둘러보곡, 섬도 보멍 먹으문 더 맛 좋은 겁주. 시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경치가 좋으난에.

경고 당시 원님덜 사농 나올 땐 부름씨  관속(官屬)덜광 관기(官妓)덜도 라왕, 그 우틔서 놀레 불르곡 춤추멍 흥을 돋구와십주.  번은 그런 장압이 한창 무르익어신디, 펭소 원님의 총애를 받는 관기가 춤을 춰 가난, 그 꼬라질 눈엣가시처록 여기단  기녀가 이 나간 춤추단, 놈 몰르게 그 관기를 짹이 밀언 절벡 알러레 털으치와 분거라마씀.

그걸 몰른 원님은 불쌍덴 멍 그 시체를 거두완 각시바위 알펜더레 잘 묻어줘신디, 이름 읏인 그 기생 무덤이 요적이지도 셔낫젠 여마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그정 : 낭떠러지

발루다 : 잘잘못을 밝히다

모감지 : 멱. 목의 앞쪽

새스방 : 결혼 전후의 신랑

거씬 : 얼른. 잠깐

새기 : 달걀 또는 다른 날짐승의 알

납조록다 : 조금 납작하게 느껴지다

부름씨 : 심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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