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8> 수월봉(水月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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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가에 위치한 수월봉 | ||
수월봉은 한경멘 고산 바당듸 신 오름인디, ‘녹고루’옌도 주. 지금은 갈라진 오름 절벡이 지질 연구에 좋은 자료가 뒌뎅 영 지질공원으로 지정뒈여신디, 그 오름에 얼거진 이약이우다.
엿날 고산 을에 수월이옌 는 처녀광 녹고옌 는 총각 오누이가 홀어멍을 모션 의좋게 살아십주. 아방을 인칙 여의와부난 어려운 생활을 꾸려나가는 처지랏주마는 경여도 집안에 웃음차제기가 그치질 아니엿수다.
경디 어느 해 봄이랑가 어멍이 덜칵게 몹씰 벵이 들언 자리에 눕게 뒈여신디, 날이 갈수록 벵환이 지퍼가기만 여십주. 이 약 저 약 좋덴 는 약은 지멍 물으멍 다 쎠봐도 벨 효과가 읏엇수다. 벵은 점점 위중여가는디 수월이광 녹고는 무신 약을 더 씨문 좋을 중 몰랑 서로 베리멍 울 수베끼 읏어서마씀.
경단 어느 날, 어떤 스님이 지나가단 오누이가 우는 걸 봔, 무사 울엄시녠 들어보난 연이 하도 딱연, 백 가지 약초 일름을 아주멍 그걸 구여당 디 놩 딸여 먹으문 낫넨 여둰 가부러십주.
뒷녁날부터 수월이광 녹곤 약초꾼으로 련 나산 약촐 케기 시작여서마씀. 저 케여당 멕영 어멍을 살릴 욕심으로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멍, 두린 사름처록 돌아뎅기멍 케단 보난 아흔아홉 가지 약초가 모아져서마씀. 나 못 켄 건 ‘오갈피’라십주. 사름덜 는 걸 들으난, 하도 좋은 약초라부난 사름덜이 케어가부런, 어디 높은 절벡이나 험 산중, 사름 손이 잘 안 가는 디 실거렌 엿수다.
둘인 그 약만 젠 껏디 당산봉 절벡을 뒤지단 버쳔, 차귀도예 들어가봐도 못 인 거라마씀. 이번엔 야씩 긴 여도 수월봉 녹고루를 근근 펴서마씀. 경단 보난 지성이문 감천이라고 두 사름 눈에 오갈피가 붸는 거라마씀. 사름덜이 라준 대로, 멀리서 봐도 입상귄 다섯 개로 갈라지고 줄기옌 가시가 돋은 분멩 오갈피라마씀.
경디 그게 다른 딘 읏고 절벡 꼭 중간에 두어 뿔리 붸여십주. 절벡에 낫주마는 늦인 봄이라 어랑어랑게 름이 부난 꼭 손짓영 불르는 것 닮아마씀. 그걸 본 수월이는 앞뒤 릴 어간이 읏이 위험덴 생각도 못고 려가기 시작여십주.
화산재로 뒌 절벡이 비름에 깎이단 보난 돌처록 딱딱게 굳지 못여서, 발만 꼼 잘못 디디문 헉이 부서졍 털어지는디도 시가 급여 놓으난, 스운 중도 몰라서마씀. 오직 눵 이신 어멍 재게 살릴 욕심에 다가간 박 아뎅견 매어서마씀. 어디서 그런 심이 나신디 단번에 뿔리지 뽑아십주.
지쁜 지멍에 절벡을 올르는디, 우티 손 심을 디가 읏언 아래짝에 착 손은 심어둠서 손 꼼 심어도렌 오갈피 든 손을 조왁이 내미난, 녹고는 반가운 지멍에 몬저 약초만 받아신디, 수월인 손 심는 줄 알안 착 손을 내부난 천장만장 알러레 차르륵 털어젼 죽어부러십주.
녹고는 순간 아뜩연게 정신을 련 보난 어멍을 살리젱 단 수월이가 죽언 이신거라마씀. 녹고는 어떵문 좋을 중 몰란 아무 생각도 읏이 앚안 눈물만 흘렷수다. 얼마나 슬퍼시문 그 때 가심 속으로 흘리단 눈물이 바위 트멍으로 솟아나완 녹고물이 뒈엿젱 여마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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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월봉절벽 | ||
“아이고, 고산에 소녜로 일름난 수월이가 너미 안뒈엿져게.”그 실을 뒤늦게 안 을 사름덜은
“늙은 어멍 구젱 단 쌩판 처녀가 죽어시난 하늘님도 무정우다게.”
“에에. 아명 급엿주마는 거 무시거라. 쉣배라도 당 낭에 딱 묶엉 리주기.”
“요 성님아! 경 정신이나 십니깡? 멧날 메칠을 안 뎅기단 눈에 비치난 뭇 두린 겁주기.”
“맞아. 다 죽어가는 어멍 살리젠 눈이 벌겅여신디, 어느 를에.”
“이제 죽어분 걸 어떵니까게. 정말 을에 얼굴도 곱곡 음세도 고운 아까운 처녀 나 일러분 거라.”
“소녜주기. 소녜라. 앞으로 아의덜신디 이 말 르멍 소재 소녜로 키와사쿠다.”
그 뒤로 을 사름덜은 바위 트멍에서 끗엇이 솟아나는 물을 녹고가 흘리는 눈물이렌 멍 ‘녹고물’이렌 일름 지우고, 소재 소녜로 의좋은 오누의 정을 기렷덴 는 이왁이우다.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인칙 : 일찍
아주다 : 적어주다
야씩 : 조금. 잠깐. 살짝
어랑어랑다 : 잎사귀가 연하고 야들야들하여 윤이 나는 상태
심다 : 손으로 붙잡다
소녜 : 효녀
쉣배 : 마소에 짐을 실을 적에 동여매는 조금 굵직하고 기다란 참바
소재 : 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