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말에 대한 이해] 대립되는 두 씨끝과 때가림소(1)

앞에서 다루었던 ‘-느냐, -으냐’와, ‘-읍니까, 수가/우꽈’ 들은 대립되는 씨끝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이와 같은 짜임으로 된 ‘-는가, -은가’, ‘-는고, -은고’, ‘-느니, -으니’, ‘-느녜, -으녜’와 그 대답 ‘-는다/ㄴ다, -다/저’나 ‘-아/어’ 따위들도 표준어와 꼴이 같거나 비슷해도 쓰임이 달라서 제주 사람들이 혼동해서 쓰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ㄱ. 철수는 비 오면 집에 들어와서 있는가? 그래, *있는다 - 있을 것이다 - 있다.

ㄴ. 철순 비오민 집의 들어왕 잇는가? 으, 집의 들어왕 잇나 - *잇저.

ㄷ. 철순 집의 들어완 이신가? 으, 집의 들어완 잇저 - *잇나.

ㄹ. *철순 집의 들어완 잇는가? 으, 집의 들어완 잇나 - 잇저.

위의 ㄱ은 표준어인데 ‘있는가’의 물음에 대답할 이는 상황에 따라서 그 대답은 ‘있는다’는 안 되고, ‘있을 것이다’나 ‘있다’가 됩니다. 그러나 제주말인 ㄴ에서는 ‘잇는가’에 대답으로 ‘잇나’만 되고 ‘잇저’는 어긋납니다. ‘잇나’는 ‘있는다’에 대응됩니다. 표준어에서는 이렇게 못 씁니다. ㄷ의 ‘이신가’에 대한 대답은 ‘잇저/다’는 되고, ‘잇나’는 어긋납니다. 제주말에서는 ‘잇는가’에는 ‘잇나’가, ‘이시냐’에는 ‘잇저’가 물음과 대답으로 쓰이고, 때소도 ‘-는가, -나’에는 ‘-ㅇ’이, ‘-은가, -저/다’에는 ‘-ㄴ’이 호응하게 됩니다. ㄹ은 겉으로 보면 맞는 것 같지만, ‘들어완 잇는가’는 어느 규칙에도 맞지 않은 것입니다. 제주말에서 ‘잇는가’의 ‘-는가’에는 때소 ‘-ㅇ’이 쓰여야 합니다. ㄴ, ㄷ과 ㄹ을 잘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송상조 문학박사·㈔제주어보전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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