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소나무재선충병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도내 곳곳에 있던 해송림이 붉은색으로 변하며 말라죽었다. 사진=자료사진
소나무재선충 2004년 제주 유입 서서히 확산하며 적응
지난해부터 감염목 기하급수 증가 해송림 근간 흔들려
제주산림 난대서 아열대산림 빠르게 변화 대응책 필요
제주지역은 해안지역과 중산간 지역에 드넓은 소나무숲이 자생하면서 사시사철 푸른 건강한 산림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소나무재선충병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도내 곳곳에 있던 해송림이 붉은색으로 변하며 말라죽었다. 현재 제주의 소나무가 생존위기에 처한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급격한 기후변화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산림정책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10년간 잠재
제주지역의 소나무림 면적은 1만6284㏊로 전체 산림면적 8만8874㏊의 18%에 달하는 등 제주의 산림생태계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소나무가 최근 소나무재선충병 등으로 절멸위기에 처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0.6~1㎜크기의 재선충이 소나무에 기생하면서 수분통로를 막아 고사시키는 병으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통해 전파된다. 일단 감염되면 치료제가 없어 100% 고사시켜 소나무에이즈로 불리고 있다.
치명적인 소나무재선충병은 제주의 경우 2004년 처음 19그루가 감염됐고, 이후 제주도 산림당국이 방제작업에 나섰음에도 불구 2005년 44그루, 2006년 52그루, 2007년 28그루, 2008년 16그루 2009년과 2010년 15그루, 2011년 13그루, 2012년 59그루 등으로 매년 발병했다.
소나무 고사목도 병해충과 염해, 자연재해 등으로 2010년 5752그루, 2011년 9567그루, 2012년 1만8261그루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소나무재선충병은 발병지역이 매년 확산됐지만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감염목은 매년 100그루 미만으로 발표됐고, 고사목 역시 전체 해송림에 비하면 극히 소수라는 이유 등으로 제주사회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지 못했다.
대응력 부족한 제주 산림정책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제주지역에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과 고사목이 급속도로 증가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의 상징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내 감염목 확인현황을 보면 9월 3만5000그루에서 11월 10만 그루, 지난해 12월 22만8000그루로 급등했고, 올해초에는 53만7000그루에 달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 소나무가 생존위기에 처한 주요 원인으로 급격한 기후변화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산림정책이 꼽히고 있다.
현재 정확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에 대한 현황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산림청은 고사목의 25%정도가 감염목으로 추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13만4000여 그루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지역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의 수치는 더 이상 무의미했다.
이처럼 지난해 소나무재선충 감염목과 고사목이 급속도로 확산된 이유에 대해 태풍과 가뭄,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가 주요한 원인이다.
산림전문가들은 제주지역이 기후변화 등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병하기 적합한 환경여건으로 바뀌었고, 점차 발병지역을 넓히다가 갑작스런 요인으로 소나무의 생육상태가 나빠지자 폭발적으로 확산됐다고 밝히고 있다.
기온상승·태풍·폭염 등 주요인
2012년 초대형태풍인 '볼라벤'이 제주를 강타한데 이어 한달에 태풍 3개가 잇따라 내습하는 등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더구나 제주지역은 지난해 여름 90여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비롯해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현상이 극심했다.
결국 제주지역 소나무들이 잇따른 태풍으로 뿌리가 흔들리고, 토양이 유실돼 생육상태가 나빠진 상황에서 가뭄과 폭염으로 더욱 악화,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위험이 매우 높아졌다.
여기에 오랜 가뭄과 폭염으로 솔수염하늘소의 활동이 더욱 왕성해지면서 소나무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확산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제주의 기후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난대지역에서 아열대지역으로 변화되면서 더 이상 소나무가 자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됐다.
기온상승이 더욱 빨라지면서 소나무 자생을 위한 적합지역이 중산간을 넘어 점차 한라산국립공원의 고산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제주도는 2010년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중이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수정·보완에 들어갔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및 대체수림 조성계획을 대폭 보강했다.
제주지역은 소나무숲의 대체수종으로 해발 200m 미만 지역에 대해 상록활엽교목과 편백나무 등을 중심으로 인공조림할 방침이며, 중산간지역도 상록활엽교목·편백나무·낙엽활엽교목을 식재할 방침이다.
기후변화는 소나무숲과 구상나무숲 등 제주의 산림생태계를 비교적 빠르게 변화시켰다.
결국 미래에 대한 신속·정확한 예측분석을 바탕으로 과감하고 획기적인 대비책 마련이 제주의 산림을 보호하는 길이다. 김용현 기자
"지난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과 고사목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획기적인 산림정책이 불가피하다"
김준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는 "소나무재선충병은 2004년 제주에 유입돼 제주환경에 적응하며 잠재상태였다"며 "하지만 지난해 소나무의 생육상태가 크게 악화되면서 잠재했던 재선충병이 표출됐고, 현재상황이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2012년 이례적으로 3~4개의 태풍이 잇따라 제주를 강타하면서 소나무들의 뿌리가 흔들리거나 토양이 유실돼 생육상태가 약해졌다"며 "지난해 가뭄과 폭염으로 더더욱 약해지면서 병해충을 이겨낼 생명력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또 "기온상승으로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서식환경이 좋아지고 가뭄으로 활동기간이 더욱 길어졌다"며 "오랜기간 진행된 기온상승과 가뭄과 폭염 등 순간의 이상기후 등 기후변화 때문에 제주소나무가 큰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해송으로 불리는 곰솔은 해안지역에 잘 자라는 수종으로 제주환경에 잘 적응할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당분간 제주해송의 생명력은 순식간에 잃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제주지역은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되면서 50만 그루 이상 제거되기 때문에 벌채지역에 대체조림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침엽수보다 활엽수를 중점으로 개가시나무·동백나무·까막종나무 등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제주지역은 기온상승과 함께 폭염, 혹한 등 극값의 격차가 심해지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아 재선충병 외에 새로운 산림병해충이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방제방법을 연구하는 동시에 미래 병해충에 잘 견디는 수종으로 산림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