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농업분야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오등동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내 설치된 온도구배하우스의 고추·배추
기온상승 노지감귤 생육주기 변화 육지부 재배적합지 확대
한라봉 전남 등 상품화 성공…월동채소 경작지 빠르게 북상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산업은 농업이다. 특히 제주를 비롯한 한반도는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수백년간 이어온 제주전통농업이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제주특작물인 감귤이 점차 북상하고, 경쟁력이 높았던 월동채소류가 점차 경작하기 힘들어 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제주농업은 위기에 처해있지만 새로운 기회도 맞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제주농업의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감귤꽃 개화 빨라져
제주지역은 연중 다습하고 온난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감귤농사가 매우 발달했다. 또한 화산토로 이뤄진 지질특성상 논농사보다는 밭농사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감귤과 채소류의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감귤은 제주만의 특산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1960년 초기에는 서귀포를 중심으로 한 제주도가 한국 유일의 감귤류 생산지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한반도 남부지방의 통영·고흥·완도·남해·거제 등지에서도 일부의 감귤류가 재배되고 있다.
현재까지 제주감귤산업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30년 이내에 한반도 남부전역에 노지감귤 재배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앞으로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감귤 꽃의 개화시기는 봄철 제주지역 평균기온 상승으로 1970년대 평균 5월16일이었지만 최근 10년 동안(2004∼2013년)엔 평균 5월14일로 2일 정도 빨라졌다. 또한 앞으로 2030년대에는 5월 10일, 2050년대에는 5월7일까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 감귤이 느끼는 생물 계절 역시 전반적으로 빨라져 감귤 재배 농업인의 농약과 비료 관리가 필요하고 수확 시기 역시 조절해야 한다.
한라봉 국내서 경쟁해야
한라봉은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과수로 인식되면서 농가들이 고수익을 올리는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한라봉의 재배지가 제주에서 빠르게 육지부로 확대되면서 품질과 가격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 전라남도 고흥군의 '하나봉'.
전남 고흥군은 2002년 한 농가가 제주에서 한라봉을 도입해 '하나봉'이란 재배하기 시작했고, 현재 토착화해 성공하면서 고흥농민의 '4대 소득작목'으로 자리잡았다.
고흥군은 올해 40여농가·18㏊에 하나봉을 재배하면서 300여t을 생산, 20억원이 넘는 농가소득을 올렸다.
지속적인 기온이 상승으로 온실가온비용 등이 절감되면서 육지부 지역에서도 경제성이 높아졌고, 당도도 13~14브릭스 이상 나오는 등 품질면에서 제주의 한라봉과 비슷해지고 있다. 이에 전남과 경남 등 남부지역은 물론 경북과 충청 등 중부지역에서도 한라봉이 생산되고 있다.
반면 제주지역에서도 한라봉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됐지만 최근 들어 서귀포 일부지역에서 노지재배가 가능해졌고, 앞으로 기온상승으로 도내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등 감귤산업이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월동채소류 등 경쟁력 약화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의 노지감귤과 한라봉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제주의 대표 채소작물인 겨울배추와 감자 등 월동채소류 재배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온이 상승되면 채소류 농작물의 생육이 지연되고, 수량과 품질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월동채소류 재배농업은 겨울철 고온으로 점점 심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월동배추와 양배추, 가을감자 등의 재배지역은 제주에서 전라남도와 충청남도 등으로 이동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을철에 파종해 겨울철 저온을 거쳐 봄에 자라나서 초여름에 수확하는 난지형 마늘은 현재 제주 동·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산악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남부지방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열대 지역에서 제주로 유입된 병해충들이 기온상승으로 점차 토착화되면서 특정 병해충 발생빈도가 높아져 예상치 못한 농작물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제주농업이 기후변화 위기를 넘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병해충에 견딜 수 있는 적응품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아열대 작물 등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의 대체작물을 발굴해야 한다.
또한 농작물의 생육주기의 변화와 병해충 발병 등을 대비한 새로운 농업기술을 개발해 신속하게 농민들에게 보급해야 한다. 김용현 기자
"현재까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제주농업은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변화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변화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이며 생존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문경환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박사는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1~2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수십년간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나타나기 때문에 그동안 어느 정도 대비는 가능했다"며 "하지만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의하면 앞으로 기온상승으로 인한 농업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여파도 매우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박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제주농업의 영향은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으로 확실하게 나뉠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적인 면은 겨울온도 상승으로 월동채소류 재배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고, 노지감귤도 농작기술을 바꾸지 않은 한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아열대의 병해충들이 유입돼 토착화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감귤이나 월동채소류 등의 재배지가 우리나라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문 박사는 "겨울철 난방비가 절감되면서 온실작물의 재배환경이 좋아질 수 있고, 한라봉 노지재배가 가능해져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며 "특히 열대작물을 중심으로 경제성을 갖춘 신규작물을 개발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면을 설명했다.
문 박사는 "제주농업이 기후변화를 극복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예상시나리오를 면밀히 분석해 위기를 사전에 대비하고, 새로운 기회를 성공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제주도는 지구온난화로 인핸 미래농업 변화의 연구의 최적지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후변화는 작물재배지의 변동, 이상기상 증가, 식량수급, 병해충 발생 등 농업에 많은 영향을 준다"며 "이 때문에 제주도가 농업환경에 적합한 더 상세한 농업기후와 기후변화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데 핵심지역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