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익 토르소 흔적전이 30일부터 11월5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마련되고 있다.인간의 몸통을 캠퍼스에 담아내고 있는 오씨의 이번 작품전은 제주도문화진흥원 주최 2001년 제8회 청년작가 기획초청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

토르소(torso)는 목·팔·다리 등이 없는 동체만의 조각작품을 말한다. 그리스·로마의 유적에서 발굴된 토르소에 조각으로서의 미를 인정한 근대의 조각가들은 토르소에 의하여 인체의 미를 상징하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그러나 서양화가다. 토르소라는 입체 조형물을 평면으로 얘기하고 있다. 그는 토르소에 대해 “내적 의미인 ‘미완성’과 ‘다듬어지지 않은 사색’에 긴장감 깃든 무한함을 느끼며 매력이 끌린다”고 말한다. 토르소는 불확실성과 끊임없이 계속되는 긴장감이라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번 작품전은 ‘TORSO Ⅰ-불확실’‘TORSO Ⅱ-마애불’‘TORSO Ⅲ-흔적’ 등 3개의 테마로 구분된다.

우선 ‘TORSO Ⅰ-불확실’연작에서는 대담하게 잘라내 마구 일그러진 형태의 토르소에서 힘차고 역동적인 아름다움이 풍겨 나온다. 안정감 있는 율격, 탄력 있는 긴장감, 시적 형상화와 서정적 힘 등이 이미 일정 수준을 넘어선 듯 하다.

마애불은 심오한 슬픔과 아픔을 승화한 고결한 미소로 그 자리에 있다. 마애불은 종교적인 가치를 지닌 조형물이다. 그는 ‘TORSO Ⅱ-마애불’연작을 통해 ‘역사 속에서 목이 잘려 나가고, 손목이 잘려나가도, 남겨진 토르소는 종교의 신성함보다 고결함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TORSO Ⅲ-흔적’연작은 슬프고 우울하다. 그는 “역사 속의 흔적들 중에서 아픔과 고통의 흔적을 새롭게 느껴보고 싶었다”고 한다. 두터운 마티에르에 새겨진 나이프 자국에는 우울, 비애, 한(恨), 고통 등이 담겨 있다. 토르소 형식이 주는 단절감을 소재로 부재하는 것에 대한 긴장감도 느껴진다.

그는 한국미술협회, 산남회, 화우회, 신맥회, 시상청년작가회원이며, 현재 제주여상 미술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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