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남자 유병률 38.8% … 전국 평균보다 높아
우울·열등감, 불안증상 호소, 자기 파괴적 욕구도

알코올 사용 장애(알코올 남용, 알코올 의존)란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양 이상의 음주를 하여 개인의 건강이나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를 계속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오랜 기간에 걸친 계속되는 과도한 음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질환이다. 알코올 사용 장애에 대해 제주한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인철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알아본다.

알코올 사용 장애로 인한 과도한 음주는 식도와 위의 염증을 일으키며, 특히 췌장염 발생을 3배나 높인다. 그리고 간 손상이 지속되면 지방간이 발생하게 되고 더 악화되면 다시는 건강한 상태의 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간경화로 진행된다.

그리고 심혈관계 질환과 악성 종양의 발생을 높여 결과적으로는 사망률을 높인다. 또한 남성에게는 성기능을 약화시키고, 여성에게는 생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종적으로 뇌의 퇴화를 촉진시켜 성격변화(주로 잘 참지를 못하는), 인지기능의 저하, 뇌졸증 등의 조기 치매가 나타날 수 있다.

음주관련 질환은 개인의 신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음주관련 질환의 총 진료비 지출 현황은 2005년도 약 866억원에서 2009년도 1,688억원으로 증가했다.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는 전체 교통사고의 약 13%를 차지하며,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990년에 379명에서 2009년 898명으로 급증했다.

음주폐해 연간 15조~16조원 달해

이러한 음주의 폐해를 사회경제적 비용으로 추산하면 한 해 동안 알코올로 인한 의료비, 조기사망, 산업장 손실, 재산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 비용은 연구자에 따라 국내 총생산(GDP)의 2.86%에서 3.53%인 15-16조원에 이른다. 이는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01년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강력범죄의 43.5%가 음주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 알코올 사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15.9%이며 남자가 25.2%, 여자가 6.3% 정도로 남자가 여자에 비해 유병률이 약 4배 높다. 이는 숫자로 환산하면 우리나라에 알코올 사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의 수는 220만 명으로 추산되고 되고 있다.

같은 해에 조사된 한 연구에 의하면 제주도민의 알코올 사용장애의 유병률은 전체 21.8%. 남자 38.8%, 여자 1.5%로 제주도 남자가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았다. 또한 정신의료 서비스 이용 실태를 보면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5.5% 만이 의사나 기타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심리·사회적 요인 복합 작용

알코올 사용장애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개인의 생물학적, 심리적 요인 및 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우울감이나, 열등감, 불안증상을 더 많이 호소한다. 이에 대한 해석으로는 불안한 느낌이 들 때, 무엇을 섭취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구강기적 욕망과 관련이 있고, 또한 어린 시절 부모의 애정이 부족하거나, 충분한 만족을 얻지 못한 경우, 부모에 대한 적대감정이 자기 파괴적 욕구를 일으켜 술 문제로 발전한다는 학설도 있다. 이처럼 개인의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갈등 및 결핍이 알코올 사용장애 형성에 관여함으로, 치료에 있어서도 이러한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알코올 사용장애는 가족병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집안을 조사해보면, 술 문제를 가지고 있는 어른이나 형제자매들이 유독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기분장애와 빈번하게 공존한다. 주요 우울장애의 32.5%가 평생 알코올 사용장애로 진단받았다.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알코올 사용장애가 1.8-4.2의 위험비로 기분장애의 위험도를 증가시켰다. 그리고 눈여겨 볼 것은 알코올 사용장애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우울증 진단의 공존과 더 강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적으로 보면 남자들은 술을 많이 먹게 된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동반하는 경향이 있고 여자들은 먼저 우울증이 생긴 후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향이 있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

알코올 사용장애에 대한 치료는 아직까지는 상담이든 약물치료이든 한 가지 방식으로 완벽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없다. 어떠한 치료를 통해서도 결과적으로는 도움을 받고 회복되는 환자들도 있는 반면에 또 한편으로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임상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치료방법 중에 각 현장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치료 방법을 복합적으로 동원한다. 알코올 사용장애의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다. 조기 선별과 적절한 개입은 매우 중요하다.

폭음과 만성적인 음주는 시간에 걸쳐 점점 악화되는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위험한 알코올 사용에 대한 선별과 적절한 개입을 통해 본인의 음주행태와 신체적, 사회적, 재정적, 법적 문제점들과의 관련성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주는 것이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에서의 중요한 치료 전략이다. 도움말=최인철 제주한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윤주형 기자
 

술로 인한 질환으로 다른 과에 입원한 환자를 협진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그래서 긴장한 채 환자를 만나 이야기 해보면 지레짐작했던 것처럼 앞뒤가 꽉 막힌 분이 아니다. 대부분 소박하고 여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대해 고마워한다. 그래서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조심스레 술 이야기로 넘어가 본다.

여기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더 이상 할 이야기 없다는 투다. 술에 대해서는 워낙 주위 사람들로부터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의사의 말도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더 이야기하다 보면 꼭꼭 숨겨둔 자신의 상처를 조심스레 드러낸다. 대부분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고, 그동안 인생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며, 무엇보다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쓴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것이 문제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남모르는 속앓이를 하게 되고, 결국은 술의 힘을 빌어 힘든 세상을 견뎌 보려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몸과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어 정말 고집만 남게 된다.

이 분들이 결국 원하는 것은 술로 가려져 있던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고, 온전한 위로를 받는 것이다. 그리하려면 마음의 문을 열게 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이 분들과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고 다시 만나려고 노력한다. 아직 본인의 인생에 남은 것이 술 하나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