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호메로스 「오디세이」- 오디세우스의 귀환

신과 인간의 고통 매한가지…타인의 생존에도 책임감 느끼는 마음 문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는 인간 삶의 끊임없는 화두다. 수많은 철학서와 문학작품, 예술 작품은 이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하여 나름대로의 답을 이론적 혹은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복잡해지고 삶이 고단할수록 이에 대한 물음은 절실하고, 사람들은 이의 해답을 찾아 고전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인간 삶의 보편적 상황을 제시하면서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는 것은 역시 고전이 아닌가 싶다. 생존의 문제를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의 가치에 대한 물음이야말로 인간이 스스로의 생명성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 유일한 태도일 것이다.
기원전 8세기께 '호메로스(Homeros)'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라고 알려진 「일리아드」(Iliad)와 「오디세이」(Odyssey)를 집필하였다. 고대 그리스 철학의 기원이라고 하는 밀레토스 학파가 제기한 물음, '만물이 근원은 무엇인가' 하는 우주의 존재론적인 물음보다 2세기 앞서 호메로스는 인간의 삶을 신화적·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신과 인간,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존재론적 물음을 제기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역사적 상황은 변했지만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가치로운 삶인가 하는 물음은 그때나 이때나 여전하다. 세계는 알 수 없고,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 생성하는 우주 공간에서 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 영웅들이 귀향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고통과 모험을 다룬 대서사시다. 오디세이(odyssey, odysseia)는 '오디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으로 이타카 섬의 왕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와의 전쟁을 치르고 10년 동안 여러 나라를 방랑하며 귀향하기까지의 모험담을 다룬 이야기이다.
「오디세이」 줄거리
트로이 함락 이후 고국으로 돌아가는 그리스군의 여러 장군들은 각각 여러가지 고난을 겪게 된다. 그 중에서도 오디세우스의 운명은 가장 가혹하여 귀국하기까지 10년간 여러 곳을 방랑하게 된다.
지혜가 많은 영웅 오디세우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서 고향 이타카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오디세우스가 여신 칼립소의 섬에 체류하고 있을 무렵부터 시작된다. 「일리아드」는 이야기가 직선적으로 진행되는데 이와는 달리 「오디세이」는 두 상황이 복선적으로 나란히 시작된다. 즉 오디세우스의 방랑과 함께 다른 편에서는 그의 아내와 아들의 수난사가 서술된다.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이아와 아들 텔레마코스는 고국 이타카에서 포악한 구혼자들에 의하여 괴로움을 겪게 된다. 그의 아내 페넬로페이아는 수많은 영주들의 성화같은 청혼을 무릅쓰고 오로지 남편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만 20세가 된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어머니 페넬로페이아의 청혼자들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만다. 그러나 아테네의 권고로 은밀히 아버지 오디세우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 어렵게 아버지의 소식을 듣는다. 그러다가 오디세우스의 귀환과 더불어 부자가 힘을 합하여 악인들을 물리친 뒤 비로소 20년 동안 헤어졌던 아내와 아들, 그리고 늙은 아버지 라에르테스와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오디세이」 본문 읽기
"오디세우스여, 그대의 힘은 인간 이상으로 강하고, 사지는 결코 지칠 줄을 모르시는구려. 그러니 당신은 무쇠로 만들어졌음이 틀림없습니다. 심한 고생과 잠을 못이루어 지친 부하들을 뭍에 오르지도 못하게 하시다니,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올라가 다시 한번 차조밥이나 먹었으면 좋으련만, 그런데 그대는 밤을 새워서 계속 배를 저으면서 깊은 안개가 덮인 섬을 배회하라는 구려. 그러나 밤이 되면 배에는 무서운 돌풍이 불어옵니다. 그런데 우주의 영도자인 신들은 조심하지 않고 가끔 배를 침몰시키는 남풍이나 거세게 몰아치는 서풍, 아니면 갑작스런 폭풍우를 몰아치게 하십니다. 그러면 누군들 그 결정적인 파멸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자, 검은 밤의 명령에 순종하시죠. 그리고 저녁을 마련해서 배 곁에서 휴식을 취한 뒤에 날이 밝으면 다시 배에 올라 망망대해를 항해하도록 하시죠"
이러한 유리로처스의 말에 나머지 동료들도 동의를 했습니다. 그때 나는 어떤 신께서 화를 품었음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입을 열어 말했습니다.
"유리로처스여, 그대는 은근히 강요하는구려. 그렇다면 동지들이여, 모두들 내게 굳은 맹세를 하시오. 우리가 암소나 수많은 양떼들을 보더라도 누구를 막론하고 제멋대로 단 한마리도 죽이지 않을 것이며, 서시에 나오는 신께서 주신 음식이나 받아먹으면서 만족해하겠다고 말이오"
내 말이 떨어지자, 그들은 모두 맹세를 했습니다. 그들은 언약과 맹세를 마치고 깨끗한 수로 가까이에 있는 둥근 포구에 배를 정박하고, 배에서 나와서는 서둘러 저녁을 마련했답니다. 그들은 마음껏 먹고 마셨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스킬라가, 배에서 잡아먹어 치운 동료들이 떠올라,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들은 모두 울었습니다. 실컷 울고 나더니, 그들은 달콤한 잠에 빠졌습니다. 삼경에 이르러서 별들은 천정(天頂)을 넘어가고, 구름의 지배자 제우스 신께서 광풍을 성난 태풍으로 돌려보내서 해륙이 구름으로 뒤덮였습니다.

위 내용은 오디세우스가 동료들과 온갖 역경을 딛고 고향 이타케로 향하는 방랑의 마지막 부분을 다룬 내용이다. 오랜 방랑과 모험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안도의 한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물론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서로를 위로하면서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기뻐하며 살자고 다짐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신화의 서사는 뻔하다. 원수를 갚기 위해 모험을 떠나고, 싸우고 이기고 돌아오는 필연적인 내용들이다. 욕심이 지나치거나 순리를 거역하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 남의 재물이나 사랑을 빼앗는 일에 대해서는 신의 응전을 받는다. 아무리 영웅이라도 가족의 문제에 대해서는 목숨을 내놓고 싸운다. 사랑의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양보가 없다. 이것이 인간사가 보여주는 보편적인 상황이며 문제이다. 하물며 신마저도 인간과 똑같은 이유로 칼부림을 한다.
신이나 인간이나 고통의 문제는 매한가지다. 문제는 어떤 해답이 가장 지혜로운가 하는 것이다. 지혜로움의 근거는 공존에 있다. 자신만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타인의 생존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끼는 마음, 정당하게 얻는 이익 밖의 것을 추구할 때는 반드시 응전의 대가가 있다는 것. 이것이 「오디세이」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