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를 통한 기업형 중매가 선호되면서, 제주에도 ‘맞선’을 전문으로 하는 정보회사가 생겼다.

"괸당 문화"가 자리잡은 제주에 결혼정보회사가 생긴 것은 매우 이채로운 일이다. 한집 걸러 친척, 친구, 선후배, 그게 아니면 "한 다리" 걸러 아는 사람이 허다한 좁은 지역에 결혼을 전제로 인위적인 (arranged) 만남을 주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픈한지 삼개월이 지난 지금, 가나결혼정보회사에는 가입하려는 회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대개는 자식들 혼사를 걱정하는 부모님으로부터 조심스레 의뢰가 들어오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젊은 미혼남녀들도 속속 신청서를 작성하러 오고 있다.

가나결혼정보회사에서 회원 가입 신청서를 낸 김모씨(31·여). 평범한 회사원이라 일반 회원으로 등록된 김씨는 ‘모두 7번의 맞선’을 볼 수 있다는 말에 놀랐다.

“그 정도 만나고 결혼은 정말 할 수 있는거냐”고 묻자 “커플매니저가 종합적 분석과 정보를 바탕으로 최고의 짝을 뽑는다”는 회사측의 조금은 무성의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반신반의에도 불구 김씨는 우선 결혼이 급했기 때문에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성사되느냐, 마느냐를 떠나 다양한 사람들을 맘편히 만난다는 데에 기대가 컸다.

결혼정보회사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선우, 듀오 등 국내 주요 결혼정보회사의 이용자 수는 3만981명으로 재작년에 비해 56% 늘어났다.

이같은 높은 이용률에 대해 김민지 가나결혼정보회사 회원관리팀장은 “맞선과 소개팅이 적절히 조화된 자연스러운 만남을 주선해 주기 때문에 젊은층들이 부담없이 찾는 것 같다. 자유롭게 다양한 계층, 성격의 이성과 만난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요즘 젊은 층들의 ‘계산적인 결혼문화’를 꼬집기도 한다. 서로의 입맛에 알맞게 측정되고, 저울질 된 배우자감을 찾아 평생의 반려자로 삼는다는데 대한 이질적 방식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층들은 과거 중매, 소위 ‘마담 뚜’를 통한 중개 방식보다 훨씬 양성화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니 보다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자부한다. 재미있는 것은 부모세대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가입비는 일반 회원, 특별 회원, 재혼회원 등 회원구성 특징과 남녀 성별에 따라 제각각이다. 가나결혼정보회사의 경우 일곱 번의 만남과 직장인 이벤트, 미혼남녀 이벤트 등을 포함해 특별회원의 경우 최고 70만원에서 여성 일반회원의 경우 20여만원까지 다양하다.

제주지역에도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이른바 노블레스(귀족) 회원도 많이 가입돼있다. 일부 미혼남녀들은 소위 학벌과 재산이 많거나 외모와 가정환경이 출중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커플매니저에 따르면 제주지역에서 매칭(주선)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막상 입맛에 맞춰 소개해줘도 ‘아는 언니의 후배더라’ ‘집안끼리 잘 아는 사이’라고 하는 경우도 꽤 된다.

특히 재혼자 가입이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편이다. 이같은 현상은 제주지역 이혼률이 39%(2000년도 기준)라는 통계청 발표만 보더라도 금방 고개가 끄덕여진다. 결혼 커플 3쌍중 1쌍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다보니 손쉽게 새 배우자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인 결혼정보회사에 들어갈 확률도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혼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재혼에 대한 편견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김 팀장은 “재혼의 경우 직접 회원가입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당사자도 있지만 대개는 부모님들의 의뢰로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혼과 달리 재혼은 첫 결혼이 실패하면서 오는 일종의 보상심리 때문에 서둘러 쉽게 결정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

김 팀장은 “재혼의 경우 상대방을 고를 때 우선 외적인 조건을 잘 따지고,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자녀문제와 양육, 전 배우자와의 관계 등 외적·내적 조건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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