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을 햇살이 밝게 쏟아져 내리는 날씨 속에서 게이트볼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노인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치라는 같은 팀 동료의 훈수를 받은 김윤주 할머니(74)가 신중하게 스틱을 잡고 잠시 거리와 각도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딱’소리와 함께 빨간색 8번 볼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김 할머니가 친 8번 볼이 게이트를 통과하고 상대방 볼을 경기장 밖으로 밀어내자 노인들을 마치 혈기왕성한 젊은이 마냥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친다.

도내의 경우 김 할머니처럼 게이트볼을 즐기는 인구는 3000명을 넘고 전국적으로는 약 60여만명의 회원이 있다. 게이트볼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스포츠이지만 골프나 수영 등에 비해 근육에 무리가 덜 하기 때문에 노년층이나 부녀자, 어린이 등을 위한 운동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렇다고 게이트볼을 단순히 노인들의 소일거리쯤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게이트볼이 비록 다른 운동과 같은 격렬한 맛은 없지만 시합시간 내내 걸으면서 소비하는 운동량이 결코 만만치 않은데다 상대팀을 제압하기 위한 전략도 필수적이어서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스런 두뇌활동 덕분에 게이트볼은 노인치매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승부에 대한 묘미와 함께 친구들과 함께 한 팀을 이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기본에 속하고 스틱과 볼 구입비 이외에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3년 전부터 게이트볼을 시작했다는 강승부 할아버지(68)는 “게이트볼을 하기 전에는 집에서 할 일없이 TV를 보며 소일했었다”며 “하지만 게이트볼을 하고 나서부터는 허리와 다리가 편해지는 것은 물론 친구도 많이 알게 돼 즐겁다”고 게이트볼 예찬론을 폈다.

게이트볼은 애초 프랑스의 크로케(Croquet) 게임을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서 변형시켜 만들어 낸 스포츠다.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 초 일본 관광객에 의해 게이트볼이 국내에 소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는 20×15m 또는 25×15m 크기의 맨땅이나 인조 잔디구장에서 열린다. 정규경기의 경우 5명이 한 팀이 되지만 정식시합이 아닌 경우에는 한 팀에 8명까지도 가능하다. 구장에는 쇠막대기로 만든 게이트(가로 24㎝×세로20㎝)가 3개 설치되며, 빨간색과 하얀색 볼이 각각 5개씩 필요하다. 10개의 공은 1,3,5,7,9의 홀수볼과 2,4,6,8,10의 짝수볼로 나뉜다.

게이트볼 게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당구와 골프를 합쳐 놓은 듯한 인상을 받는다. 흰색과 빨간색의 공을 사용하며 자신의 공을 이용해 다른 두 개의 공을 잇따라 맞히는 것은 당구와 흡사하고, T자형 스틱을 잡는 방법은 골프채를 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구 잘 치던 사람이 게이트볼도 잘 친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경기방법으로는 먼저 공격에 들어간 팀이 빨간색 볼 5개를, 나중에 공격하는 팀은 흰색 볼 5개를 쳐서 볼이 게이트를 통과하거나 골폴에 맞을 때마다 1점 혹은 2점의 점수를 얻게 되는데 총점이 더 많은 팀이 승리한다.

선수들은 자신의 번호와 색깔에 해당하는 공만 칠 수 있다. 당구처럼 볼 두 개를 동시에 맞히면 한번 더 타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상대편의 볼을 라인 밖으로 밀어낸 경우에는 상대방의 타격기회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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