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전설] <27> 김녕사굴 전설

탐라순력도 중 '김녕관굴'

베염은 벳부기가 항만이 솔지고
굴속에 살멍 숭년 뒈게 허여가난
연초에 술광 음식으로 굿을 허멍
처녀를 지물로 바쪗젱 허영마씀

구좌읍 김녕 을에 무지무지게 큰 베염이 사는 굴이 나 셔신디, 그 굴은 들어가는 딘 베염 대가리처록 크고 소곱으로 들어갈수록 베염 꼴렝이처록 족으난 베염 닮은 굴이옝 ‘사굴(蛇窟)’로 불럿주마는, 김녕지경에 싯고 다음광 은 전설이 이신 후제론 김녕사굴로 더욱 유멩여져서마씀.

그디 사는 베염은 어마어마게 컹 몸통이 다섯 섬 들이 항만이 여낫젠 읍주. 이 베염신딘 해마다 술광 밥, 또시 처녀  사름썩 지물로 올령 큰 굿을 여서마씀. 만약시 그치록 지 아니는 날엔 그 베염이 나왕 이 밧 저 밧  거 읏이 곡석밧을 다 려부렁 큰 숭년이 들게 여십주. 경여부난 매해 꼭꼭 처녀  사름썩 희생물로 바친 겁주기.

경주마는 잘 사는 집이나 세도가 이신 집이선 을 잘 내놓젠 아니여서마씀. 경여서 심방이나 못 사는 몰멩 집 덜은 시집을 가지 못영 죽어갈 판입주.

경던 중에 조선조 중종 적에 서련(徐憐)이렝 는 열아홉 베끼 안뒌 젊은 판관이 제주섬에 부임여 와서마씀. 서 판관이 섬을 돌단 이치록 베염신디 제 지내는 연을 들으난 ‘그런 해괴 일이 다 싯나. 어떵연 베염 따문에 불쌍 처녀가 희생뒈여사 덴 말이냐?’ 멍, 제삿날을 지드련 펭상시 는 대로 술곡 떡곡 처녀곡 올령 굿을 시작염시렝 여둰 군졸덜을 거느련 나타난 겁주.

굿을 시작연 한창 진행뒈여 가난, 진짜로 그 어마어마 베염이 나완 술을 먹고 떡을 먹은 다음에, 처녀를 들러먹젠 입을 벌련 세를 멜록멜록 는거라마씀. 이 때 서판관이 군졸덜이영 이 려들언 창검으로 베염을 찔런 죽여부러서마씀.

그걸 본 심방이 와리데기멍,

“저 저  탕 성안더레 읍서. 어떤 일이 셔도 뒤터레 돌아봥은 안뒙니다예.” 멍 재촉여십주.

서 판관은 는 에 채찍을 놘 성안더레 려서마씀. 갈 땐 디지도 멀도 아니 디랏주마는 쮀끼는 형펜이라 너미도 먼 거라마씀. 제우 동문 베꼇디지 와신디, 뒤 라오단 군졸 나가

“뒤에서 피비 렴수다.” 난,

“무신 피비? 경 법이 어디 싯느냐.” 멍 심방이 은 말도 잊어불고 두령청이 뒤터레 야겔 돌리난 ‘펀쩍’연게 쌀맞안 그 자리에 씨러젼 죽엇뎅 여마씀. 베염이 죽으멍 뿜은 피가 하늘러레 올란 비가 뒈연 서판관의 뒤를 라완 복술  겁주.

 

서련 판관 사적비.
서련(徐憐) 판관은 1511년(중종 6년) 무과에 장원급제고, 1513년 2월 최양보의 후임으로 제주에 도임연, 1515년 4월 10일 재임 중에 죽은 이라마씀. 당시 제주목사는 김석철광 후임 성수재, 정건 등이라십주. 기록엔 1515년(중종 10년) 3월에 판관 서련이 김녕굴에 이신 요사시러운 베염을 죽여신디, 그 베염은 벳부기가 닷 섬 들이 항만이 지고, 굴속에 살멍 숭년이 뒈게 여가난, 그 동네 사름덜은 연초에 술광 음식으로 굿을 멍 만 15세의 처녀를 지물로 바쪗젱 여마씀.

경지 아니 엿당은 이상 름광 비가 일년내낭 령 농사를 망쳐부러가난, 서 판관은 젊고 담력이 대단 분이라, 이녁이 알앙 켕 연 처녀 대신 상 우티 눳단 들러먹젠 여가난, 창으로 팍 찔르난 군졸덜이 디 려들언 드러 칼로 찔런 죽으난 베꼇더레 내쳔 케우난, 그 내우살로 도저히 껏더레 가지 못엿젠마씀. 또 일설엔 서련이 혼자 탄 오단 뒤를 돌아보난  줄기 벌겅 요기가 좇아 왐시난 허겁지겁 관아레 려들멍 정신을 잃언 씨러져신디 열흘만이 죽엇젱 여마씀. 경난 그 시신은 제주도민덜이 운구연 고향인 충청도 홍성군 구정면 지석리 보개산에 안장시켯젠마씀.

지금 김녕사굴은 낙석 위험으로 출입이 통제뒈고 이신디, 굴 앞의 강 보문 서련 판관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광 사적비가 도롱이 세와젼 이서마씀.

(출전 「제주도전설지」)

김창집 소설가·제주작가회의 자문위원

 

숭년 : 흉년(凶年)

몰멩다 : 하는 일이 시원치 못하고, 미련하다

세 : 혀

심방 : 무당을 일컫는 말로 하는 일이나 규모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불림

와리다 : 마음이 바빠 가만히 있지 못하고 지나치게 서두르다

성안 : 여기서는 ‘제주읍성’ 안

디다 : 가깝다

두령청이 : 갑자기 어떤 충격에 정신이 아찔해 뭐가 뭔지 분간을 못하다

벳부기 : 배[腹]의 낮은 말

도롱이 :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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