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명숲 곶자왈 연대기 19. 새로운 곶자왈 탐사 필요성
명확한 정의 난항…분포·면적도 차이 보여
김녕곶·회전동 등은 곶자왈 분포도서 제외
마을 숲 형태 상존지 정확한 조사 이뤄져야

완벽한 원과 완벽한 사각형 등 사물에 있어서 '완벽함'이란 추상적이고 관념 아래 존재하는 개념일 뿐 현실 세계에서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만난 것에 사로잡혀 있거나 관념적 구분 짓기에 머물기도 한다.
곶자왈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형태인 사물을 한마디 말과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처럼 곶자왈을 명확히 정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곶자왈 정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음이 방증한다.
어떠한 정의가 내려진다 해도 세상 단 한사람도 같은 형상을 하지 않듯이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제주도 용암류가 만들어낸 곶자왈을 자를 댄 듯 따져 구분해낼 수 없는 것이다.
땅 속 깊은 곳을 뚫고 나오는 용암류를 파호이호이용암이니 아아용암이니 하는 학술적 정의에 맞춰 완벽하게 구분할 수는 없기에 우리 눈에 비친 용암류와 용암류 위에 만들어진 곶자왈은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구분·분포도 등 차이 많아
그러다 보니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곶자왈이나 곶자왈 분포도 역시 여러 기준과 관점에 따른 구분일 뿐이어서 곶자왈을 다 담아내지 못하거나 곶자왈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란도 끊이지 않는 것이다.
제주도가 사용하는 곶자왈 분포도는 1997년 중산간 종합조사결과에 따른 투수성지질구조인 곶자왈지질구조 분포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제주도내 곶자왈 면적은 109㎢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제주도가 실시한 곶자왈보전관리종합계획 수립 용역결과를 통해 이러한 분포도와 면적에 많은 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
조천과 구좌-성산, 애월, 한경-안덕곶자왈 지대로 통용되는 곶자왈 구분 역시 현재 제주도가 활용하는 곶자왈 분포도와 차이를 보이고 있음이 드러났다.
어느 순간 우리가 알고 있는 곶자왈이 전부일까 하는 의문을 안고 있었다.
제주도는 수십만년 세월동안 붉은 용암류가 뒤덮으며 만들어낸 화산섬이다. 곳곳에 용암류가 지표상에 드러나 있으며 용암류 위에 만들어진 숲인 곶자왈이 어디든 존재할 수 있음을 뜻한다.

곶자왈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바꿔 제주 곳곳을 다니다 보니 마을 사이사이 숨겨진 듯 감춰진 곶자왈을 비롯해 그동안 논란이 되던 곶자왈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곶자왈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하게 하는 곳이 김녕곶이다. 선흘동백동산 동쪽으로 이어진 곶자왈지대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김녕수(金寧藪)로 나와 있다. 제주목성 동남쪽 50리에 있고 둘레가 50리로 기록하고 있을 만큼 대표적 곶자왈 지대다. 하지만 지금은 곶자왈 분포도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으나 과거 기록과 현재 실존하는 형태를 놓고 보더라도 곶자왈이라 해야 할 곳이다.
김녕곶처럼 규모가 크고 과거에 이름을 남긴 곶자왈도 있지만 크고 작은 마을 숲 형태로 남아있는 곶자왈 또한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제주시 서회천 마을을 지나다보면 마을 농경지 한 가운데 섬처럼 울창한 숲을 이룬 곳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현무암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석인상으로 유명한 제주시 회천동 마을에 있는 숲으로 영락없는 곶자왈 모습이다. 2만㎡에 이르는 숲 주변은 과수원과 밭으로 개간돼 독립된 섬처럼 남아있으나 숲속은 크고 작은 용암더미가 쌓여있고 팽나무와 종가시나무, 조록나무, 생달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또 함몰지를 따라 밤일엽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처럼 곶자왈 용암류 흐름과 단절된 채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독립된 형태로 이뤄진 곶자왈은 한경면 낙천리와 청수리, 남원읍 남원리 등 마을 내에 여러 곳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곶자왈 용암류가 토양층으로 피복되면서 일부만 남아있는 모습이기도 하고 용암류가 함몰되면서 함몰지 형태로 곶자왈을 이루기도하고 어떤 것은 용암이 팽창하면서 튜물러스 형태로 부풀어 오른 곳에 숲을 이루기도 한다.
이렇듯 마을숲 형태로 남아있는 곶자왈은 비록 면적이 1만~3만㎡ 정도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마을 문화와 생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곳으로 정확한 조사를 통해 보존해나가야 한다.▲특별취재팀=김영헌 정치부 차장, 고경호 사회부 기자 ▲외부전문가=김효철 (사)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
| 정의·분포…곶자왈 보전의 오래된 숙제 |
| 1997년 도정 자료 활용 높아 곶자왈이 무엇이며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은 곶자왈 보전에 있어 오래된 과제다. 현재 곶자왈 분포도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이용되고 있는데 가장 자주 활용되는 것은 제주도가 1997년 작성한 투수성지질 분포도에 따른 곶자왈 분포와 면적이다. 하지만 곶자왈 용암류를 연구한 송시태 박사는 곶자왈을 4개 지대 10개 곶자왈용암류로 구분한 분포도를 제시한 바 있고 이 또한 많은 곳에서 인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4개 지대 109㎢로 알려진 곶자왈 분포와 면적은 앞선 두 가지 조사 결과가 혼재된 것으로 오류를 안고 있다. 2012년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실시한 곶자왈 조사 용역결과 또한 이와 같은 분포와 면적에 있어 적잖은 차이와 오류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곶자왈 분포도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2015년 곶자왈 보호지역을 확정하기 위해 새로운 곶자왈 경계설정 방법에 따라 분포도를 조사할 계획이다. 곶자왈에 대한 제주도 차원의 첫 분포도 조사이기 때문에 분포와 면적을 둘러싼 오류와 논란을 해소하고 곶자왈 보전을 위한 기본 자료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금까지 곶자왈 분포도에 들어있지 않은 크고 작은 곶자왈들에 대해 꼼꼼한 조사를 통해 곶자왈 지정과 함께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