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의 청소년 인문학콘서트]27.리차드 바크「갈매기의 꿈」

단순히 먹기위한 비행 거부하고
더 높이 날고 더 멀리 보기 위해
운명과 한계를 넘으려는 조나단
자신의 가능성 시험하고 싶다면
생각에 머물지 않고 실천 필요


중간고사를 앞두고 청소년들의 기진맥진한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세상은 그들에게 성적으로 존재 가치를 매기고 있음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니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말이 절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하는 한 즐거운 공부는 어불성설에 불과 하다. 혹여 위로가 되는 답을 문학작품에서 구한다면,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이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는 표제어로 유명한 이 작품은 리차드 바크가 1970년 출간해 무려 40여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청소년들에게 단순하게 꿈과 이상을 가져라 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읽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한 말은 세상이 강요하고 있는 메시지와 동일한의미의 진부한 교훈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갈매기 조나단의 고된 비행법 훈련의 과정에서 삶의 기술과 태도를 배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갈매기의 꿈 에 나온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은 무리의 다른 갈매기들과는 조금 다른 데가 있었다. 그는 먹이를 구하는 것에 목적을 둔 삶이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는 먹이를 구하고 돌아오는 일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이 날기 위한 비행법을 홀로 연습한다. 물론 고꾸라져서 죽을 뻔한 위기도 여러번 경험한다.

부모는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오히려 왜 다른 갈매기들처럼 살 수 없는 거니? 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한다. 조나단은 나는 단지 알고 싶어요. 공중에서 무엇을 내가 할 수 있는지, 무엇을 내가 할 수 없는지를요 라고 대답한다. 그는 자유롭게 날면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부모에게도, 무리들에게도 조나단의 순수한 뜻은 이해받지 못하고 추방당하고 만다. 자유를 향한 몸부림은 분별 없는 무책임 이라는 죄목이 씌워지면서 추방의 이유가 되고 만 것 이다.

먼 벼랑에서 혼자 고독과 씨름하며, 고단하고 고통스러운 비행의 과정을 거치며 그가 도착한 하늘에서 전환점이 되는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는 치앙이라는 늙은 갈매기와 설리반이라는 지혜로운 스승을 만나 처음으로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자신이 비행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토록 고통스러운비행이 어떤 의미가 있는 행위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가 오랜 시간에 걸친 비행과 스승에게서 배운 교훈은 자유와 사랑이었다. 그가 배운 자유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어디서나 살아있음을 깨닫는 것 이다. 또한 끊임 없이 사랑을 위해 힘쓰라 는 치앙의 말은 진정한 자유의 실현은 마음의 집으로부터 벗어나 사랑의 실천에 있다는 것이었다. 무리로부터 이해받지 못함, 그로 인한 슬픔이나 고통마저도 벗어던 질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얻은 것이라는 가르침은조나단으로 하여금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 한다. 조나단은 자기를 추방한 갈매기떼에게 돌아가 그들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비행술을 가르쳐 주기로 한 것이다.


조나단은 옛 고향, 그를 추방했던 곳으로 돌아간다. 그를 배회하면서 던지는 멸시와 주변의 눈빛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 갈매기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비행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플레처 린드라는 갈매기였다. 치앙이 설리반에게 했던 것처럼, 설리반은 조나단에게, 조나단은 플레처에게 스승이 된 것이다.

구절구절이 모두 명언이라 할 만큼이 작품은 작가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리차드 바크는 우리에게 왜사는가? 혹은 왜 공부하는가? 를 묻고 있는 듯하다.

조나단이 지켜본 무리들의 일상은 먹이를 구하는 일에만 몰두해 있다. 먹이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지 그 목적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것이 조나단의 의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무도 하지 않는 비행법을 혼자 연습하게 된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찾는 기쁨을 알게된다. 그러한 속력은 힘이었고, 기쁨의 속력이었다. 그리고 그 속도는 바로 순수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라고 말할 정도로 비행으로 인한 속도의 경험은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실마리가 된다.

원하는 곳에 갈 자유가 있고, 또 우리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자유.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하나의 새가 스스로 자유롭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일 이라고 한 것처럼 우리가 스스로 자유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행여 생각을 한다 해도 실천하지 않으려는 것, 앉은 자리에서 생존에 필요한 먹이만 받아먹고 살려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영원히 자유로부터 멀어 지게 하는 무지의 병인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삶이 답답하다면 기존의 관념을 버리고 어디론가 비행을 시도해봄이 어떨는지. 한발짝이라도 움직여보려는 작은 용기로부터 자유는 시작된다는 것을 갈매기의 꿈 이 보여주고 있다.
제주대 평생교육원 강사

리차드 바크

 리차드 바크는 1936년 미국 일리노이주 오크파크에서 출생했다.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로 이사해 롱비치 스테이크 칼리지를 중퇴한 후 공군에 입대, 1957년 파일럿 자격을 얻었다. 이듬해에는 뉴욕과 로스엔젤레스에서 비행기 잡지의 편집자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오랜 시간 파일럿 생활을 통해 무려 3000시간에 달하는 비행시간을 기록했다고 한다.

1963년 첫 작품 Stranger to the Ground 를 발표했고, <리더스다이제스트>의 우량도서로 선정됐다. 두번째 작품인 Biplane 도 미국도서협회의 젊은이를 위한 양서 25권 중 하나로 선정됐고, 1970년 출간된 세번째 작품 갈매기의 꿈 역시 세계적으로 크게 호평 받았다.

작품 속 책갈피

너는 언제나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어 이동하는 일, 혹은 여행에 대한 완전한 극치를 경멸하는 자는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한다. 하지만 느린 속도일지라도 완전성을 위해 이동을 겁내지 않는 자는 어떤곳이던 즉시 갈수 있는 법이지.

천국은 결코 시간 속에 있는 것이아니란다. 왜냐하면 시간과 공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야자신이 원하는 대로 빨리 난다는 것은 바로 거기가 어디든지날아갈 수 있다는 뜻이지.너는 이미 자신이 도착했음을 앎으로서나는 것을 시작할 수 있을거야생각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비결은 먼저 스스로가 극히 제한된 육체에 갇혀 있는 가련한 존재라는 생각을 중단해야 한다. 즉 지식의 도표 위에서만 설계할 수 있었던 동작을 중단해야 된다. 또 자신의  진정한 본성이 쓰여지지 않은수처럼 무한하고 완벽하며 모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어디서 나 살아있음을 깨닫는 일이다.


날기 위해 믿음은 필요없어.다만 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면 된다. 정확한 비행은 우리의 진정한 본질을 표현하는 최소한의 전진이야. 우리를 소외시키는 모든 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돼. 그것이우리가 연습을 하는 진정한 이유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하나의 새가 스스로 자유롭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일이야. 그가 조금만 시간을 할애하여 연습에 열중하면 그 자유로움을 입증할 수 있을 텐데. 그 일이 왜 그렇게 힘든 일일까? 네가 증오와 악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그렇지만 너는 연습을 계속해야 하고 진정한 갈매기를 보아야 하며, 그들 속에 있는 선을 보아야 하며, 그들 스스로가 그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힘쓰지 않으면 안돼. 그것이 내가 말한 사랑의 의미야. 그 요령을 터득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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