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막한 산야를 휘덮는 눈발,기적소리 울리며 달리는 기차,납작하게 엎드린 홋카이도의 간이역사 앞에 나무처럼 서있는 까만색 유니폼의 초로의 역장.정년퇴임을 앞두고도 다른 곳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선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는 사람.

어쨌든 참 융통성없다는 말을 들을 법한 이 역장은 직업인간처럼 자신의 인생의 모든 것을 직업에 둔다.아무리 직업이 중요하기로서니 애가 아팠는데,부인이 죽어가는데 '철도원'과 정치인 자리를 지키고 있다니.참 너무 무심한 남자다. 더구나 지금 시대에 그러한 복고적 감상이 있을 법한가.

 그런데도 이 일본영화 「철도원」은 많은 화제작이 됐고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영화가 많은 이들로부터 이끌어낸 것은 쓸쓸한 여운을 남기는 감동이다.영화는 일을 하고 싶어도 불황 때문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된 사람들의 아픔이 담겨졌다.한국의 구제금융상황을 떠올리게한다.그리고 경제발전 위에 자기는 물론 가정까지 희생당한 철저한 회사인간이 풍미하던 일본의 70-80년대 상황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90년대부터 국내 출판계에 불기 시작한 일본문학 붐을 타 더 팔리고 있다한다. 야쿠자 출신이었으나 늘 소설가를 꿈꾸다 마흔이 돼서야 소설가의 꿈을 이룬 작가다. 지금 철저한 직업근성으로 다져진 철도원 직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그렇다고 화려한 정치가의 직업은 아직도 유효한가.21세기 가장 유망한 직종으로 학생들 대부분이 컴퓨터 관련 직종이라고 답한다.

 엊그제 시사풍자 프로그램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말을 했다.“말 안듣는 학생 보고 너 그러면 커서 정치인된다 그래요.그러면 애들이 진짜로 울어요”풍자이기 전에 진실이라는 얘기다.
얼마나 심각하게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가 인기가 없어졌는지 알만하다.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이 아니다.얼마나 신선한 일인가.

 우리 국민들 10명중 9명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또 가장 많은 부정을 저지르는 직업은 정치인이라고 답한다.또 윤리학교수 등 전문가들이 한 조사에 따르면 직업윤리가 가장 부족한 집단으로 압도적으로 정치인을 꼽았다. 덧붙여 21세기에는 직업윤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데 89%가 동의했다는 것이다.

 시대와 함께 직업도 변한다. 그 변화의 직업관에 정치인이 있다. 초등학생들의 꿈으로 작용하던 그 정치인은 이제 '국회의원 어르신'들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사라졌다.

시민사회의 대혁명이 새로운 세기의 증후로 나타난 지금,이러한 직업의식도 이제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절차가 중요한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인기가 없어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그러나 정치가는 되고 싶지 않되 정치는 할만한 사회로 나가야 한다. 누구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라면 그런 곳에서 구태여 왜 정치가가 되고 싶은가. 근래들어 시민들은 정치를 이야기한다.우직하게 한 길만 가는 철도원처럼 아예 그렇게 융통성 없더라도 철저한 직업정신과 의식을 갖고 있는 정치가를 보고 싶다.

근래들어 시민들은 정치를 이야기한다. 우직하게 한 길만 가는 철도원처럼 아예 그렇게 융통성 없더라도 철저한 직업정신과 의식을 갖고 있는 정치가를 보고 싶다.

 다변화되고 다양화된 시대의 시민혁명앞에 문화예술인들도 기꺼이 동참했다. 지금까지 특권의식을 갖고 있었던, 철저한 공인의식을 탈로 위장한 정치인들이 쓰고 있는 탈을 벗겨내자고 나섰다.오만하게 갖가지 탈을 쓰고 군림하던 정치인들이 너무 많아서 그 탈을 벗겨내는 일을 지금 하는 것이다.자신의 일이 생명과 직결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윤리의식을 가진 철도원처럼 직업윤리의식을 가진 정치인을 뽑기 위해서다.

그 길을 지금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이제 왔다. 일대 주민참여에 의한 개혁운동이 활화산처럼 번지고 있다. 희망적인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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