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상가아케이드와 상설시장은 지난 70년대 제주관광사업의 활성화에 따라 화려했던 시절을 경험했었다. 그 후 감귤이 ‘대학나무’에서 천덕꾸러기 작물로 전락하고, 항구엔 사람이 뜸해졌다. 사람들 또한 썰물처럼 빠져나가 서귀포 시장경제는 그 기력을 상실한 채 언제 깰지 모르는 동면에 들어갔다.
“초록바다 물결 위에 황혼이 오면…”으로 시작되던가. 가요‘서귀포사랑’이 서귀포 부두로 흘러들던 화려한 시절은 온데 간데 없다. 중정로 상가앞으로 한 떼의 관광버스가 스쳐 지나고 관광객들은 무심한 시선을 흘린 채 곧장 중문이나 제주시로 발길을 돌린다.
관광객들은 정말 “서귀포를 아시나요”
▣화려한 날은 가고 빈 상가만 늘어
오후 8시. 동명백화점과 녹원빌딩 앞. 만남의 장소라 일컬어지는 이곳에 학생들이 줄줄이 앉아 있다. 그 옆 서귀포상가아케이드 주변 점포들이 일찌감치 문을 닫고 귀가를 서두른다.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맞은편 이중섭 거리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서귀포의 상권지역은 동서로 초원빌딩(옛 초원다방)에서 동문로터리까지 남북으로 삼일빌딩에서 천지동 어린이 놀이터까지를 주로 일컫는다.
70년대 초,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골목시장에 상설시장이 들어섰고 이어 동명백화점, 목화백화점이 차례로 생겨났다. 관광과 감귤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당시 이곳은 시장기능 활성화에 촉매제역할을 하면서 서귀포의 중심상권으로 손색이 없었다. 서귀포항으로 입항하는 여객선과 화물선은 감귤호황에 따른 유동인구와 물건을 가득 싣고 와 이곳에 쏟아 부었다. 이는 그대로 서귀포경제의 기폭제 역할을 해줬다. 생필품이 절대부족하던 때였으므로 서귀포 매일시장이나 상가들은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던 것이 물량과 인구가 점점 제주시로 빠져나가면서 서귀포 경제에 먹구름이 꼈다. 화물선의 부도와 최근 여객선이 제주시로만 항로를 제한해 서귀포항은 말 그대로 ‘불꺼진 항구’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90년대 초 대형할인점이, 97년의 IMF한파가 몰아치면서 서서히 퇴락하기 시작했다. 점포분양 공고 시 너도나도 점포 임대하겠다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 상가는‘빈 집’이 늘어만 갔고 상인들도 하나 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면서 이곳은 ‘단물 빠진 껌’ 꼴이 되어갔다.
▣‘뚜껑 있는 상가’ 이젠 상가경제도 보호를
“이래선 안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재래시장의 입주상인들과 건물주들이 상가조합(조합장 유창남)을 구성, 체감경기를 극복하고 상가경제를 살리는데 주력했다.
99년부터 시장 재정비에 들어갔고 명칭도‘서귀포매일시장’에서 ‘서귀포아케이드상가’로 바꿨다. 현대식 아케이드시설(뚜껑 있는 상가)을 갖추기에 이른다. 비가림 시설과 제주석으로 포장해 산뜻한 상가의 모습으로 바꿨다. 2003년까지 재정비사업은 마무리 질 예정이다.
목표는 서귀포시민, 관광객은 물론 인근 남원지역까지 아우르는 상권의 중심지로 거듭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인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서귀포 경제의 악화가 시설재정비만으로 가닥을 잡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줄어들기만 하는 인구문제와 경비행장 건설 등 근본적인 경제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주차장시설과 중정로의 여건도 열악해 이 곳의 상황을 더 부채질했다. 중정로인 경우 현재 편도 1차선으로 진입이 순조롭지 못해 쇼핑거리로서 문제점이 많다. 저녁때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한번 들어선 차량들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짜증나 죽겠다”고 푸념한다.
짜증이 나는 것은 시민뿐만이 아니라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만물상을 하는 김병수씨(58)는 “33년 간 삶의 터전이던 이 곳이 요즘처럼 경기악화가 심해졌던 때가 없었다”면서 “인구는 계속 줄지, 주 소비층들은 웬만한 물품은 제주시에서 구입해 오니 그 고통은 더 심하다”고 털어놓았다.
입항하는 선박들의 감소와 감귤값 하락, 해마다 줄어드는 인구는 재래시장으로서 그 특성을 살려보자는 상가 나름의 목적 또한 상실하게 했다. 상가의 한 상인은 “전국적으로 소매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는 있다”면서도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면모를 갖추려면 그 지역 특성을 살린 상가가 생겨야 하지 않겠는가”는 말을 털어놨다.
현재 서귀포상가아케이드와 상설시장은 젊은 층 소비패턴의 변화를 따라잡고 관광특구의 한 구역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관광객들이 자유로이 상가에서 쇼핑하고 이중섭거리와 천지연폭포를 관광하도록 유도하고 상설시장 내에 시민과 관광객들이 두루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계획이 마련되고 있다. ‘서귀포 사랑’이 다시 메아리칠 날을 기대한다.<글=현순실 기자·사진=부현일 기자>
현순실
sshyun@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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