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군가는 “학창시절에 얼마나 놀았으면 지금에야 난리냐”며 괜스레 찔러볼 수도 있겠다.

김현순씨(52·남원읍 위귀리)는 “동양화며 장구·연극·민요 등 학창시절에 꿈만으로 삭여야했던 취미들을 최근에야 배우게 돼 마음이 벅찰 정도”라고 한다.

그녀의 시간표엔 일주일 여정이 빼곡하다.

월·수는 연극, 화·수는 민요와 장구 목·금은 봉사활동, 토요일은 성가연습과 예배 등등.

요즘은 귤을 따느라 취미생활을 잠시 접었다.

1남 3녀의 어머니인 김씨는 자녀들을 학원이나 도서관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스스로 공부하게 하면서 자신도 함께 책을 읽으며 밤 세우기도 했다.

그녀는 3년 넘게 배워온 동양화, 특히 사군자를 칠 때 깨우쳐지는 몰두의 정신을 사랑한다. 몰입할 수 있는 그 순간은 바로 자신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여름마다 직접 물들인 갈천으로 침낭제품이며 옷 등을 해 입기도 했다.

남군생활개선회의 연극동아리에도 가입, 지난 10월에는 무대에까지 올랐다.

그런 활동에 남편의 후원이 무엇보다 힘이 됐다.

남편은 세상과 소원한 채 자칫 전업주부로만 살았을지도 모르는 그녀를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22살의 꽃다운 나이에 시집가서 ‘폐경기’라는 세월까지 건너왔다.

“폐경기는 ‘여자로서의 기능상실’이 아닌 바로 ‘여성인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가족에 헌신했던 ‘부엌데기’ 어머니에서 ‘나 자신’만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시기 말이죠. 이제야말로 내 인생 한번 제대로 살아보는 때가 바로 폐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