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 청소년인문학콘서트 30.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주인공 '핍'의 시련 극복 성장소설
물질적 가치 추구·삶의 파국 다뤄
능력·욕망 불균형, 결국 불행 자초
학생들에게 가장 갖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돈이요"라고 대답했다. 물으나마나 한 질문을 한 셈이다. 어디 학생들 뿐이랴. 누구에게나 물어도 똑같은 대답이 나올 것이라 예상된다. 그만큼 돈이란 게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세상이다.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에 대해 나무랄 수만은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정말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논외에 두고서라도 말이다.
물질적 가치 추구 일변도의 삶의 파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문학작품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다. 딱히 돈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신분 상승의 욕구, 그에 준하는 지위나 명예를 지님으로써 존재감을 드높이고 싶은 욕구는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욕망이 아닐까. 하지만 능력과 욕망이 균형을 갖지 못하면 그것은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욕망 다스리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찰스 디킨스의 작품, 「위대한 유산」은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위대한 유산」은 '핍'이라는 어린 주인공이 온갖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고 점차 삶에 대해 통찰하는 과정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주인공 '핍'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스무 살이나 많은 누이 손에 자라는데 누이의 학대가 심했다. 누이에게 얹혀 살며, 대장장이인 매부 밑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던 어느 날, 감옥에서 탈출한 죄수를 만나게 된다.
핍은 죄수가 필요로 하는 몇 가지를 집에서 훔쳐다 주는데,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 신분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에게 유산을 상속받게 되는 행운을 얻는다. 유산 덕택에 핍은 런던으로 가 신사 수업을 받게 된다.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방법에서 옷을 입는 방법 그리고 말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신사로서의 예절을 배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신사수업을 받으면서 핍은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대장장이 시절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속물 근성을 여지 없이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유산상속을 한 후원자가 자신이 몇 해 전 도와준 탈옥수 매그 위치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영국 식민지에 유배당한 탈옥자 매그 위치가 그곳에서 성공을 거둔 뒤 핍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변호사를 통해 유산을 상속했던 것이다. 결국 유산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서야 비로소 핍은 자기 인식에 이르게 된다. 참다운 의미에서 신사가 되는 것이란 사회계급인 상류사회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부드럽고 겸손한 교양인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인공 핍이 어렸을 때 대장장이의 견습공으로 일한 것은 상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여러 번 "이 세상에 대장간의 불같은 불은 없다" 고 생각한다. 뜨거운 불과 찬물에 단련되는 무쇠처럼, 시련과 고통을 겪은 후에야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인간은 아픔과 고통을 경험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 가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불탄 미스 해버심의 저택을 방문한 핍은 폐허가 된 정원에서 뜻하지 않게 에스텔라를 만나게 되는 것을 보면, 작가는 이 시련을 겪은 두 사람이 좀 더 굳건한 발판에서 결합하게 될 것임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제주대 평생교육원 강사

가난으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독학으로 공부한 그는 법률사무소의 서기를 시작으로 법원과 국회출입기자, 런던 신문사의 기자, 잡지 편집자를 하다가 마침내 소설가가 되었다.
찰스 디킨스는 단편집 「보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크리스 마스 캐럴」, 「두 도시 이야기」 등 20여 권에 이르는 소설을 썼다. 디킨스는 한때 주간 잡지를 출간하였는데, 이 잡지 판매부수가 계속 떨어지자 경제적 위기를 느낀 디킨스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위대한 유산」이다.
■ 작품 속 책갈피 |
| "이 세상에 대장간의 불같은 불은 없다
언젠가 내게 주어질 유산에 점점 더 익숙해지면서 나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서서히 그것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 유산이 나 자신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가능한 한 인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이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조에 대한 내 행동에 대해선 만성적으로 불편한 상태로 살았다. 내 양심은 비디와 관련해서도 결코 편안하지 않았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면 ─ 마치 커밀라처럼 ─ 기진맥진한 기분으로, 만약 미스 해비셤의 얼굴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옛날의 그 정직한 대장간에서 조와 동업자가 된 걸 만족해하며 어른으로 성장했더라면 틀림없이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