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기획 '제주잠녀'6부-36. '한국의 해녀' 그리고…

   
 
  ▲ 울산에서는 해녀관광 상품화를 위한 다양한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울산 지역 해녀가 물질을 하고 나오고 있는 모습.  
 
기장군 갯마을축제 '해녀 테마'주목 물질체험 등 유사
포항시 2013년 나잠어업 조례 '전국 첫 사례' 소개도
부산 영도 등 '생업문화' 전파 역력…체계화 서둘러야
 
'제주 잠녀'의 얘기가 들린다. 아쉽게도 섬 안이 아니라 섬 밖의 관심이다. 누군가 알아준다는 것을 좋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30대 잠녀 남편의 '처가살이'에 70이 넘은 노잠녀의 장수 비결, 특이하다는 '해남'까지 지극히 흥미 위주다. 제주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까지 추진할 만큼 의미 있는 '문화상징'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소설 속 '보재기'가 문화 상징으로

지난 7월 말 부산 기장군에서 '해녀 축제'가 열렸다. 사실 축제 명칭 자체는 '기장 갯마을 축제'다. 무려 나흘 일정으로 펼쳐진 행사는 영화 '갯마을'을 추억하는 문화행사다. '갯마을'은 1953년 발표된 소설가 오영수의 동명 단편 소설 '갯마을'을 원작으로 한다. 당시 영화의 무대가 되었던 일광 바닷가 마을은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풍랑으로 남편이 사망한 여인네들이 많았고 이들은 또 남편을 빼앗아간 바다 속을 매일 드나들며 삶의 애환을 풀어내던 '잠녀'들이었다. 올해 행사부터 영화에 등장했던 기장 잠녀들을 테마로 축제의 틀을 새로 짰다. 성황제와 '해녀길놀이퍼레이드', '갯마을 해녀페스티벌' '갯마을 열린음학회' '낭만가요제' 등 주요 행사 외에 후릿그물, 나도 해녀다, 해녀물질대회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행사로 꾸려졌다.
 
어딘가 익숙하다 싶은 것이 제주 해녀축제와 그 형태가 비슷하다. 사실 부산 기장군청에 등록된 잠녀 수만 500여명이 된다.
 
그들이 '잠녀'를 주제로 축제를 진행하는 것을 뭐라 할 수 없지만 아쉽다. 갯마을 속 잠녀 역시 제주 출신이다. "…해순이는 '보재기'의 딸이다. 그의 어머니가 김가라는 뜨내기 고기잡이 애를 배자 이 마을을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해순이가 태어났다. 해순이는 그의 어머니를 따라 바위 그늘과 모래밭에서 바닷바람에 그을리고 조개 껍데기를 만지작거리고 갯냄새에 절어서 컸다. 열 살 때부터는 잠수도 배웠다. 해순이가 성구에게로 시집을 가기는 열 아홉 살 때였다. 해순이의 성례를 보자 그이 어머니는 그의 고향인 제주로로 가면서 '너 땜에 20년 동안 고향 땅을 못밟았다. 인제는 마음놓고 간다…'…" 
 
   
 
  ▲ 기장 갯마을 축제 '해녀길 놀이'.  
 
'세계화'작업 퇴색 우려 

전국적으로 비슷비슷한 아이템의 축제가 열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큰 일을 앞두고 있는데다 잠녀문화 세계화 계획의 핵심으로 '제주해녀축제'를 꾸려왔던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맘에 걸릴 수밖에 없다. 
 
제주에서는 경력이나 실력에 따라 상군·중군·하군을 나누는 대신 기장 잠녀들은 갓잠수(초보)부터 온잠수(베테랑)로 구분한다. 처음부터 물질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제주에서 온 잠녀들에게서 배운 것이 생업이 된 사람들이다. 처음 유네스코 등재작업을 할 때 일부에서 '한국 해녀'를 주장했던 배경에는 제주 잠녀로 인해 파생된 생업 중심의 생활문화가 있었다.
 
부산만 놓고 보더라도 작은 제주로 불리는 '영도'에만 주민등록을 옮겨 자리를 잡은 제주 잠녀만 150여명에 아직 물질을 하는 잠녀만 20~30여 명에 이르는 것을 지역 특성으로 설명한다. 이들의 근면성이 이후 '깡깡이 아지매'와 '자갈치 아지매'로 이어진다(영도구 '보물섬 영도 이야기 스토리텔링 100선')고 평가하기도 한다. 기장군은 축제에 앞서 지난해 '마지막 해녀'라는 뮤지컬도 만들었다. 여름이면 '해녀막사'와 '해녀촌', '해녀체험'프로그램까지 성황을 이룬다.
 
어찌 보면 '잠녀 문화'에 대한 기준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면서 이런 상황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부분이다.
 
   
 
  ▲ 기장군 두호리 해녀상.  
 
지역 콘텐츠화 대응 주문

울산 역시 '해녀문화 융성'을 내건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관광 콘텐츠와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울산 역시 제주 잠녀들이 동구, 방어진 연안에 자리를 잡으면서 생업 문화를 전파했다. 분명 제주보다 그 수도 적고 '나잠회'라는 이름으로 비교적 그 영향력이 적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발 빠르다. 주전어촌체험마을을 중심으로 잠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을 이용한 '해녀밥상'이 시행되고 있고, 이들에 대한 복지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 역시 지역 잠녀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나잠어업 보호 및 육성 조례'를 제정했다. 2013년 제정된 조례에는 '해녀 보호·육성위원회를 구성해 노령 해녀의 안전관리와 해녀 육성정책 등을 시행하는 한편 해녀를 위한 잠수편의시설을 우선 설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제주의 '해녀문화 보존·전승에 관한 조례'가 2009년 제정됐지만 '전국 첫 사례'라는 포항시의 보도자료는 고스란히 지역 언론 등에 옮겨졌다.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나잠어업'조례)은 아니지만 '잠녀'라는 큰 그림으로 봤을 때는 어딘가 불편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고 미 기자
 


영화 갯마을 속 '보재기' 다양한 해석


잠녀 문화 아닌 문예영화 가치

잠녀를 다뤘다고는 하지만 영화 '갯마을'에서 '잠녀'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을 상징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문화를 훑어내지는 않았다.

'갯마을'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와 더불어 1960년대 전반기에 배출된 우리나라 대표 문예영화 중 하나로 가작(佳作)으로 꼽힌다.

1965년 김수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당대 유명 배우인 신영균·고은아·이민자·황정순·전계현·이낙훈을 주연으로 제작된 영화(제작사 대양영화)로 제5회 대종상에서 여우조연상·촬영상·편집상을 수상했다. 제9회 부일영화상에서 작품상·감독상·여우조연상, 제2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에서 작품상·감독상·연기상 등을 받는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원작 소설은 보재기(잠녀) 해순의 기구한 운명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고 문예미학적 특징을 살린데 반해 영상미학적 장치들은 절제미와 더불어 '원초적 성의 건강미'를 발현하는 것으로 느낌이 달라진다.

'갯마을' 흔히 그 이후에 나타나는 문예영화 붐의 물꼬를 튼 작품으로 간주된다. 또 하나 '리바이벌'을 통한 재조명 역시 주목되는 부분이다. 1978년 김수형 감독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 컬러 영화 속 해순의 역할은 장미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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