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기획 '제주잠녀'6부-38.공동체성

대상군 기술 아닌 '덕성'…지역재생 아이콘으로
"'공유된(shared)' 방식이 전승 대상"한 목소리
제주잠녀.잠녀문화가 특별한 것은 그들 특유의 '공동체성'에 있다. 흔히 기술의 차이로 알고 있는 상.중.하군의 구분, 특히 '대상군'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도덕성'이었다는 점은 삭막해지는 현실에 있어 신선한 자극이 된다. 제주잠녀문화 전승.보존의 기준으로 '전통'을 살려야 한다는 주문 역시 같은 맥락이다.
# 정체성 부여 장치
지난해 11월 '농악'이 우리나라의 17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 주목해야 할 것은 '등재됐다'는 결과보다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가치'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농악의 '공동체성'을 눈여겨봤다. 농악의 영문 등재명 'Nongak, community band music, dance and rituals in the Republic of Korea'은 농악이 공동체의 음악이자 춤이고, 공연예술로서뿐 아니라 공동체 의례의 기능까지 수행했음을 시사한다.
무형유산위원회는 등재 사유를 통해 "농악이 다양한 형태와 목적으로 다수 행사장에서 공연됨으로써 공연자와 참가자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농악 등재'가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 간 대화 촉진에 이바지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는 등 공연예술적 측면 외에 공동체 내의 의미와 기능을 높이 평가했다. 공동체 생활의 구심점으로 문화정체성의 발로이자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이 주효했다는 얘기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공동체성'에 대한 해석이다. 박상미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한국 외국어대 교수)은 "농악은 공연예술이기도 하지만 관객까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연하고 개방성을 지닌 무형유산이라는 점에서 유네스코의 관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의 '김장문화'가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될 때도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세대를 거처 내려온'이라던가 '이웃간 나눔을 통한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의 증대' '유사한 식습관을 가진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간 소통'등의 문구는 공동체적 의미와 맥을 같이 한다.
박 문화재위원은 최근 ㈔한국문화인류학회(회장 유철인) 주관의 '여성과 해양문화' 주제 국제학술대회에서 제주잠녀문화의 '공동체성'을 언급했다.
박 문화재위원은 "유네스코 차원에서 '공동체'를 정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승.보존의 주체 외에도 이를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까지 포괄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제주잠녀.잠녀문화에 있어서 '전통'을 회복하고 원하는 방식을 '전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삶의 방식·원리 복구

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전통'에 주목했다. "'공동체'라 부르는 잠녀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과 원리를 복구할 때 그들의 '공동체성'을 살릴 수 있다"며 이를 공통재로 활용하는 방안을 주문했다. 잠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들의 문화를 접목해 전승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지금까지 지속가능한 연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근원을 도시화로 삭막해진 인간성 회복과 더 나아가 지역 재생으로 활용하라는 의견이다.
제라드 코세인 영국 뉴캐슬대학교 교수도 "자연과 문화, 과거와 현재의 상호 연계성과 책임감있는 자원 활용 측면에서 봤을 때 제주잠녀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나 마찬가지"라며 "과거 잠녀들의 민속지식이 이어졌던 것처럼 삶의 일부분으로 잠녀문화를 받아들이는 상호행위를 통해 그 의미를 전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다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보람을 느끼고 공동체에서 서로 협력하며 살아왔던 잠녀분들. 그들의 삶 속에 담긴 자연친화적 가치와 공동체 가치를 주변에 알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교장 강공택)의 진로학술동아리 '태왁이 둥둥'의 목소리다. '태왁이…'는 지난해 기수인 '숨비소리'에 이어 제주잠녀문화의 '다음 세대'를 대표하는 고등학생 그룹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2학년 최인영.양유선.신성길.고현수.전민재.고지연.고영호.양우석 학생은 직접 잠녀 물질 체험을 하고 현직 잠녀들을 인터뷰하는 등 공동체 문화를 이해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처음 '잘 몰랐다'로 모아졌던 시선은 '잠녀들이 지닌 가치를 알리고 싶다'는 바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단편적이지 않으면 전문적인 내용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잠녀 문화'를 바르고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찾았다.
현재 '태왁이…'는 학생 홍보용 PPT자료를 공유하고 있는가 하면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한 잠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지연 학생은 "우리가 홍보를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분명 반향이 있을 것"이라며 "자식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한껏 희생하는 모습에 감동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그 가치를 무의식적으로나마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