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 쏘오, 레츠 쏘오(Let’s saw, let’s saw 톱질하세, 톱질하세)”

 저녁 8시. 표선면 세화2리 마을문고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아이들이 영어로 ‘흥부전’을 하고 있었다.

 가마초등학교 4∼6학년 32명이 모여 12월 중순에 있을 영어연극준비에 한창인 작년 봄부터 시작된 영어야학 ‘신나는 영어교실’의 현장에서였다.

 “남편과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온 뒤 제 인생의 정착지를 정해버렸지요”

 97년 가족과 함께 이곳 표선에 정착한 뒤 홍선미씨(35)는 제주시에서 한 학습지 지부장을 맡으면서 세화리에도 뭔가 아이들을 위한 학습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대학 졸업하고 한때 학보사 기자로도 활동한 바 있던 홍씨는 자신이 결혼 전에 했던 활동의 근성을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발휘해 보리라고 결심했다.

 ‘연극·영화관 하나 없는 문화변두리 지역인 이곳 애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것, 그게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하던 홍씨가 학부모에 제안했던 것이 바로 영어야학이었다.

 “영어?”하는 눈빛을 보이던 동네사람들과 애들의 반응을 “아하! 영어!”로 돌려놓는 데에는 홍씨의 노력이 남달랐다.

 우선 마을문고의 한켠을 강의실로 개방해 줄 것을 마을에 제안했다. 

 ‘애들 교육이라면!’하는 현화섭 마을문고회장(43)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문고 옆에 따로 강의실이 생기자 아이들이 한 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월·수·금 1시간씩 저녁마다 치러내는 애들과의 영어전쟁(?)은 회화에서 노래, 쓰기 등으로 어우러져 이젠 제법 외국인을 만나면 간단한 영어 한마디쯤 거뜬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까지 됐다.

 가마초등생들과 그녀는 이제 선생님과 제자들, 더 나아가 영어로 노는 작은 교실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유화양(13·가마초교6년)는 “영어쓰기가 너무 좋아요. 저는 커서 동시통역사가 될 거예요”라며 다부지게 포부를 말했다.

 홍씨는 “애들이 영어로 자기를 표현할 때마다 보람을 느끼죠. 딸·아들 같은 이들에게 영원한 야학선생으로 남길 바랍니다”라며 웃었다.

 고액 영어과외가 무색하리만치 영어실력을 갖게 된 이들 ‘신나는 영어교실’의 아이들은 홍씨의 지도 하에 12월이면 마을 어른들 모시고 흥부전영어연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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