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기획 '제주잠녀' 6부 39. 공동체성-1

정체성 정립 제자리…체험 이상 접근 한계 지적
'머정''게석''불턱문화' 등 내면적 가치 부각해야
'제주잠녀문화'의 가치란 무엇인가. 벌써 수년째 던지고 있는 질문은 아직 그 답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정체성에 대한 정리 없이 '살아있는 문화유산(Living Heritage)'이란 평가를 얹으면서 현실과 거리감만 만드는 상황이 됐다. 제주 지역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잠녀'는 해녀박물관 현장 체험 이상의 접근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녀학교' 역시 체험 프로그램 범주를 넘어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접근.해석 확대 주문
제주발전연구원(원장 강기춘) 제주학연구센터는 '해녀문화 대중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잠녀들이 가지고 있는 협업적 노동문화와 근면.자족적인 정신, 직업의식 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해녀문화 관련 지적 재산권 확보'와 '주체적 역량을 가진 현장 인력 발굴·육성 지원 정책' 등을 제안했다.
이들 인력들로 하여금 잠녀.잠녀문화의 정체성과 자긍심 등을 전파하도록 한다는 의견도 보탰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접근에 있어 조금 다른 주장도 나온다.
해양문명사나 생활문화사 등 어느 방향으로 들어다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려니와 전반적인 잠녀 문화 이해를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제주잠녀가 남긴 해양문명사적 가치로는 '고유 직업으로서 세계성' '해양지역 민회문화(Citizen Assembly)의 원형(잠수회)와 해녀항쟁' '경제적 개척주의' 등을 꼽을 수 있다.(이경주.고창훈. '제주해녀의 문명사적 가치와 해녀문화의 보전과 계승' 「제주의 해녀와 일본의 아마」. 민속원. 2005)
△민회 문화의 정수 '잠수회'
제주를 기준으로 자급자족 경제에서 패류 채집자의 존재는 기원전 3세기(상모리 패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에 잠수업의 '성별 분업'이 이뤄진 점이라던가 근대화 과정에서 조직과 임노동의 경험을 한 새로운 직업 집단(유철인. '제주잠수: 채집자인가, 물질 담당 계층인가, 직업인인가, 무호흡 잠수자인가' 세계섬학회 발표요지. 제주대학교. 2001)으로 구분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러시아까지 진출했다.

유네스코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제주잠녀 특유의 '공동체성'에 주목한다. 잠녀 공동체의 가장 큰 특성은 제한된 공간인 바다 어장에서 공동으로 해산물을 채취해 판매하고, 그 수확을 동일하게 배분하는데 있어 상하 기술 우열에 차등을 두지 않으며 젊고 늙음에 관계없이 호혜평등의 원칙을 고수하는데 있다. '머정'과 '게석'이라 불리는 민속지식(혹은 생업에서 파생된 문화)은 잠녀 공동체를 끈끈하게 유지해온 원동력으로 꼽힌다.
△ 사회문화적 해석 중요
'물엣 것은 친정어머니보다 낫다'는 비유는 공동체가 소유하는 바다 생산물은 마을 어장을 이용할 수 있는 잠녀들이라면 대가없이 채취할 수 있는데다 그 혜택에 구분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잠녀들은 경제적 이득이 많은 것을 '머정 좋다'고 표현한다. 자신의 능력치가 아니라 그날 작업운이 좋았다는 낮은 표현이다.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능력을 과신하지 않은 겸허함이라 해석된다.
'게석'이란 잠녀 용어가 있다. 옛날 작업에 서툰 '똥군'잠녀들의 의지를 북돋워 주기 위해 상군들이 자신들의 채취한 물건을 물 속에서 몰래 망사리에 넣어주는 행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요즘 표현으로는 '격려'또는 '배려'로 해석할 수 있다.
불턱 역시 공간적 의미 외에도 사회문화적 해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잠녀들은 이 불턱에서 정보 전달과 의사 소통은 물론 인간적인 질서와 상하 배려, 삶의 미덕을 배운다. 이런 내용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기능.기술을 중심으로 한 겉핥기식 교육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 미 기자

자체 규약·보존의지 등 적극 강조
'제주잠녀'와 잠녀문화에 대한 관심 역시 다각적이다. 일단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생업에서 파생된 공동체 문화'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일부에서는 '사라질 위험이 있는 직업'으로 유네스코 사회 유산 등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확대한 형태로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말 해양수산부에 국가중요어업유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은 오랜기간 형성·진화시켜 온 보전·유지 및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어업활동 시스템과 그 결과로 나타난 어촌경관 등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말한다.
어업유산 지정은 제주 잠녀를 '해산물을 채취하는 직업'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잠녀는 적은 투자와 전통적인 방식의 작업으로 적당한 소득을 얻는, 자원고갈에 관심을 갖는 친환경적 직업이다. 공동어장(공동재산)을 유지하고 관리함으로써 공동자원의 공동관리 중요성을 삶의 일부로 터득하고 있다. 이번 유산 신청에 있어 강조된 부분이기도 하다.
공동자원 관리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해안 자원 관리 측면에서 잠수회의 역할과 자체 규약의 의미는 공동체적 바탕 위에서 형성된 유산으로 가치가 높다는 점이 어필됐다. 또 외형적 기술과 물옷.물질도구, 노동요(해녀노래) 등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는 점 역시 유산 지정 이유에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