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기획 '제주잠녀' 7부 문화융성의 핵심으로
1. 해녀문화세계화 5개년 계획

'제주해녀'가 국가중요어업유산 1호로 선정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잠녀문화의 유산적 가치 확장을 위한 보존·개발의 정책적 균형과 공감대 확대 노력이다. 사진=이운철 시민사진기자

2009년 보존·지원 조례 후 2년만에 기본계획 확정
올해 2단계 추진…콘텐츠산업 등 부가가치 극대화

'제주해녀문화'의 가치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첫 문화유산 3관왕 완성을 위해서는 올해 던져진 숙제가 산더미 같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최우선 과제로 이를 활용하는 방안과 더불어 '제2차 해녀문화 세계화 5개년 계획' 수립과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해녀박물관'의 내실을 키우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사실상 제주잠녀·잠녀문화가 국가 브랜드이자 '문화융성'의 모델이 된다는 얘기다. 제민일보는 지난 2005년 '제주잠녀'의 정체성(Identity)을 지역 화두로 꺼낸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이들 작업에 앞장을 선다.

도내·외 등재 작업 순항

'제주해녀'는 지난해 국가중요어업유산 1호로 선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제주 잠녀·잠녀문화가 가진 세계적 희소성과 보전 가치를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중요한 것은 '인정' 그 다음이다. 올해 초 진행된 '한·중·일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워크숍'에서 전문가들은 등재 보다는 관리에 무게를 실었다.

제주잠녀·잠녀문화의 유산적 가치 확장을 위해서는 보존과 개발에 대한 정책적 균형과 공감대 확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유네스코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3년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단독 신청 종목으로 결정되면서 수성된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추진단'은 1월 비공개 회의를 갖고 '등재 의지'를 보여 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2014년 정식 신청서 제출에 이어 지난해 보완 제출까지 거쳤지만 보전에 대한 국가적 입장과 보전 정책을 구체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줄다리기 등재 과정에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로부터 '보류'판정을 받았던 경험이 약이 됐다. 그 결과 해녀박물관과 해녀축제, 국제학술회의, 해녀 체험 및 양성 프로그램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추록이 이르면 이달 중 유네스코에 제출되는 등 '등재'작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제주도 역시 지난달 5일 제3기 '제주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위원회(해녀전승위)'를 구성하는 등 채비를 갖췄다. 현직 해녀들을 전진 배치하면서 내부 공감대 조성에 힘을 쏟았던 2기와 달리 3기는 도외 전문가를 섭외하는 등 '등재 이후'까지 고려한 구성으로 관심을 모았다.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작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박상미 문화재청 문화재위원과 김귀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팀장 등이 이름을 올렸고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도 포함됐다.

'살아있는 유산' 도민 자존감으로

제주잠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가시화하는 것과 별도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이선화 제주도의원이 지난 2012년 발의한 '해녀문화 콘텐츠산업 진흥 조례'는 아직 변변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가 '대한민국무형문화유산국가목록'에 제주 잠녀를 포함시키면서 잠녀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정체성을 살려 지역 문화 콘텐츠로 키우려는 움직임은 더딘 상황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지난해 제주해녀가 우리나라 국가어업유산을 상징하게 된 배경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질 기술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문화유산(Living Heritage)'이자 나눔과 배려의 공동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문화 유산적 성격에 있다는 점이다.

올해 수립되는 '제주해녀문화' 세계화를 목표의 중장기 발전계획(2016~2021)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제주도는 2009년 해녀문화 보전 및 지원조례가 만들어진 지 무려 2년 만에 세계화 기본 계획을 확정했다. 2011년 9월 확정된 1단계 기본 계획(2011~2015)에서 제주도는 615억원 상당의 예산을 투입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와 '해녀의 날' 지정, 해녀상 건립, 해녀문화교육센터와 해녀문화 체험장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을 제시했다. 이중 상당수가 2단계 계획으로 넘겨지는 것 외에 '유네스코 등재'를 활용할 다양한 시책이 포함돼야 한다.

고령 등의 이유로 그 수가 줄어드는 잠녀의 인위적 양산보다는 '잠녀문화'가 지닌 가치를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논의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장치를 담는 것 역시 과제다.

도 관계자는 "잠녀문화 활용은 제주 입장에서 도전이자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며 "지역사회 공감을 전제로 잠녀는 물론 도민의 자존감을 높이고 문화·산업 부가가치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스밴드 사우스카니발이 지난달 13~30일 쿠바에서 제주 잠녀를 알리는 플래카드와 공연으로 제주잠녀를 알리고 있다.

사우스 카니발 지난달 13~30일 쿠바서 잠녀 홍보공연
김가온 어린이 등 현지인 시선 끌어…추가 작업 필요

한국하면 '야구'하던 쿠바 사람들이 일본 아마 대신 '제주 잠녀'를 기억하게 됐다.

제주 10인조 브라스밴드 사우스카니발(리더 강경환)이 지난달 13~30일 공을 들인 결과다.

모든 경비를 자비로 만들다 보니 잠자리도 먹을 것도 변변치 않았지만 일정 내내 제주해녀박물관에서 대여한 해녀옷이며 테왁 등은 소중히 챙겼다. 그 마음은 고스란히 현지인들에게 전해졌다.

제주 잠녀를 알리는 플래카드와 더불어 잠녀 복장을 한 10살 김가온 어린이가 나눠주는 홍보물은 공연 때마다 금새 동이 날 만큼 반응이 좋았다.

김 어린이는 아버지인 ㈜이다 김명수 대표를 따라 사카의 쿠바행에 동행했다.

사카는 현지에서 "쿠바에도 있었다"는 제주 잠녀의 뿌리를 찾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미 현지 교포 사회가 4세대로 넘어간 뒤라 '1세대'를 기억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지만 '애니깽' 4대가 함께 생활하는 가정에 방문해 '아리랑'과 '고향의 봄'을 함께 부르는 등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강경환 리더는 "현지 사람들이 일본 아마는 알면서 제주 잠녀를 몰라 안타까웠다"며 "한명이라도 더 잠녀를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열심히 공연했다"고 귀띔했다.

또 "'잊지 않고 있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이번 쿠바 공연은 예산 사정으로 더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만큼 뜻 깊었다"고 말했다.

사카는 쿠바에 이어 제2·제3의 제주잠녀 홍보 공연을 기획중이지만 쿠바 일정과 문화 사업 지원 기간이 겹치며 예산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강 리더는 "뜻이 있으면 방법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며 "제주잠녀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 지역의 더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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