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기획 '제주잠녀' 7부 문화융성의 핵심으로
2. 실행 계획 절실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에 앞서 제주도 차원의 철저한 준비와 실행계획이 주문되고 있다. 매그넘 소속 데이비드 앨런 하비가 포착한 물질을 마친 제주 잠녀들의 모습. 제주도 「제주 해녀」 발췌.

잠녀에 대한 관심은 이제 '지역'범주를 넘어섰다. 그렇다고 관심마저 멀어진다면 '문화유산 3관왕' 도전을 단순히 '기념'(MEMORIAL) 작업으로 전락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산' 등재는 상징적인 과정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제주도가 할 일이다. 이는 전문가들만의 의견이 아니라 실제 '유산'을 활용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충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적 관심 대상…전승보전 의지 구체화 중요
눈에 보이지 않은 '가치'에서 성과 도출이 과제
'브랜드' 공감대 확대 등 유산정책 차별화해야

'포상'아닌 '숙제'

지난달 초 제주에서 열린 한·중·일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워크숍에서 히로아키 하야시 오이타현 구니사키 우사지역 세계중요농업유산추진협의회장은 "유산 등재는 '상'이 아니라 '숙제'"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일본 오이타현 구니사키 반도 우사지역은 지난 2013년 5월 29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국제회의를 통해 세계주요농업유산 인정을 받았다. 상수리나무숲과 저수지군(群) 관리를 통해 유지된 표고버섯 재배 등에 있어 경작 부적격지 활용과 식량 위기 해법 제시 등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결과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전후 작업이다.

등재를 위해 최종 결정 1년전 우사지역 내 6개 시·읍·면을 중심으로 세계 농업유산추진협의회 설립을 준비하며 유엔 식량 농업기관과 유엔대학 관계자에 의한 사전 현지 조사에 대비했다. 관계기관과 신청에 관한 협의를 꾸준히 진행하며 협의회 명의로 국제연합 식량 농업 기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등재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활용'이라는 과제가 던져졌다.

히로야키 협회장은 '표고버섯 재배 농업인'임을 거듭 강조했다. 농업유산 등재가 일상 생활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실제적 증거이기도 하다. 히로야키 협회장은 "'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는 것은 이를 활용해 전승·보전 체계를 구축하고 부가가치화해 먹고 살 거리를 만들라는 얘기"라며 "등재에 따른 자부심은 있지만 그것이 직접적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브랜드를 만들고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등재당사자, 주민들의 역할이라는 점도 역설했다.

자연-문화, 보존-개발 균형

그런 관점에서 제주 잠녀·잠녀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제3기 전승보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움직임은 있지만 구체적 실행계획은 없는 상태다. 유네스코 등재가 문화재청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지 실사 등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제주도 차원의 준비가 절대적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적어도 전승보전에 대한 정책적 균형과 '브랜드 활용'을 위한 공감대 확대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유산 등재가 행·재정적 지원이 아니라 명예를 주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앞서 '등재' 축포를 쏘았던 전례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보태진다.

가장 가까이 '칠머리당영등굿'이 한 예다. 제주도가 생물권보전지역(2002년)·세계자연유산(2007년)·세계지질공원(2010년) 등재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이란 타이틀을 앞세우며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친 것과 달리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린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은 세계적으로 문화적 가치를 평가받은 것이 무색할 정도의 '홀대'를 받아왔다.

6년 넘게 '문화유산'활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며 '유네스코 정책' 난맥상 해소에 대한 갈증만 키우고 있다.

자존감이 '지속가능성'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등재 구심체 역할을 할 '잠녀 조직'역시 서둘러야 할 부분이다.

올해 초 부산 지역 한 언론이 3회에 걸쳐 '부산 해녀 문화 명맥을 잇자' 기획을 연재하는 등 해녀 문화 활용에 대한 지자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장군 다음달부터 신규 허가…거제 해녀아카데미 등 주도권 위협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부산·경남 지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제주잠녀가 원조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미 3세대로 넘어가며 '부산 해녀'로 정착됐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실제 지난 25년간 묶여있던 부산 나잠어업 신규허가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부산시는 1990년대 초 지역개발 관련 보상 문제와 어장 보호 등의 목적으로 나잠어업 신규 필증을 발급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장군 지역 일부 어민들이 신규 허가를 요청하는 행정심판을 냈고 부산고등법원이 원고 승소 결정을 내리며 새로 '해녀'를 받아들일 조건을 확보했다.

경남 거제에서도 5월부터 해녀 양성 아카데미 과정이 운영된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해녀들의 존속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녀 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취지다. 거제해녀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해녀 기초 이론과 물질, 해상안전교육, 해녀노래 부르기를 교육하고 수료 후에는 해녀해설사나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어딘지 익숙한 모습이다. 심지어 이들 지역에서는 물질경연대회가 열리고 해녀축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해녀조례를 만드는 지자체도 나왔다. 제주도가 잠녀·잠녀문화 전승·보전을 위해 조례를 만들고 등재 채비를 하는데 6~7년의 시간을 들인데 반해 타 지역들은 비교적 쉽게 방법을 찾고 부가가치를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바다가 있는 곳이면 '잠녀'가 있고 그들이 전한 잠녀문화가 있다는 점을 보다 공고히 하지 않으면 그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것은 단순한 우려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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