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꿈을 이루려고 물에 뛰어들었지요”

 고동범씨(46)의 고향은 애월이다. 작살로 물 속을 뒤지며 다녔던 철부지시절. 

 물 빠진 바닷가에 고인 웅덩이에서 무지갯빛 물고기들을 잡아 병에 넣고 키우던 소년은 정신과전문의가 되어 다시 제주 땅을 밟았다. 

 그의 본업은 정신과치료이지만 한 달에 줄잡아 5일은 바다 속에서 생활(?) 한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바다에 빠져 있다.

 그의 최대관심은 청정해역 제주바다의 생물에 앵글을 맞추는 것이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수중촬영은 자연 자체를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더 매력을 느꼈지요”

 그가 소장한 바다사진만 해도 5000장이 넘는다.

 10년의 사진 경력에서 연산호 군락지와 다양한 어종들이 이제껏 모델이 됐는데 그의 촬영 특징은 예술적인 접근보다는 학술적인 기록의 형식을 취함에 있다.

 밤에는 물고기나 피사체가 사람이 다가가도 피하지 않는다. 또 숨어있던 갑각류가 비로소 활동을 하는 시간이라 그는 야간에 접사촬영을 자주 한다.

 그는 내년에 해양학자와 공저로 「제주바다생물도감」을 출간할 계획에 있고 여력이 된다면 ‘패류·제주수중사진 사진 박물관’도 만들고자 한다.

 “타국의 바다에도 몇 차례 가보았으나 제주도 수중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었어요”

 그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세계적인 생물의 보고인 제주바다에 대한 가이드북 한 권이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환자들의 우울증과, 치매증세 등을 치료하는 정신과전문의 고씨. 

 자신의 홈페이지(www.seasee.co.kr)에 "바다" 주제 사진들을 올려놓고 있다.

 그런 그의 고집스런 애착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앵글 속에 제주바다는 살아 펄떡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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