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부일체」
 충무로의 주인공은 단연 ‘조폭’일 것이다. 안방에서, 산사에서 출몰하던 조폭들이 이번엔 고등학교로 갔다.

 ‘또 조폭영화냐’는 눈총을 받고 시작한 탓에 「두사부일체」는 혐의를 벗기 위해 남다른 코드를 총동원한다. 반사회적 조직인 조직폭력배들을 사학재단 비리, 학교폭력이라는 대사회적 문제에 접합시키는 것이다. 이 해묵은 학교문제를 풍자하겠다는 영화의 변신술은 그러나 흥행을 의식한 가벼운 웃음으로 전락하고 만다.

 ‘다음 카페가 우리 구역이냐’고 묻고, 메일 주소를 묻는 질문에 ‘서울 중구 명동∼’을 읊는 조폭 두목의 무식함이야말로 이 영화가 구사하는 유머의 수준이다.

 이 무식한 조폭 중간보스 계두식(정준호)이 졸업장을 따기 위해 찾아간 고등학교는 바깥 세상 못잖은 폭력현장이다. 땅에 떨어진 교권에, 비리·조작이 난무하는 교단, 이성과 논리보다 주먹이 더 잘 통하는 학교를 보여주기 위해 「두사부일체」가 동원하는 것은 역시 주먹과 쇠파이프 일체다.

 이 거리낌없는 영화는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는 폭력을 체감시키면서, 너무 거북한 풍자를 대놓고 남발한다. 그래서 관객에게 남는 것은 폭력의 향연을 통한 배설 쾌감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오버’하지 않는 정웅인, ‘오버’함으로써 부드러워진 정준호의 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카메오 출연으로 주연급 폭발력을 거둔 임창정과 김상중의 카메오 출연은 이 영화의 깜짝 선물이다.

 광고계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한 윤제균 감독의 첫 연출작.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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