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그대로일까. 아니 연상했던 그대로다.

 영화는 원작 소설이 확보한 예비관객들의 조바심에 절반의 안심을 돌려준다. 일단 기상천외한 마법의 판타지를 실사로 기막히게 재현했다는 점에서는 100점 만점을 받았다. 놀라울 만큼 영화는 원작을 충실히 좇았다.

 다만 원작의 매혹적인 상상의 늪을 과연 영상으로 구현해 냈는지에 대해서는 평단의 논란이 분분하다.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안경을 끼고 계단 밑 벽장에서 지내온 소년 해리의 판타지 모험담.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만들어졌다. 고아인 해리포터의 가정생활과 마법학교 입학과정, 그리고 마법학교에서의 모험담이다.

 구박받는 해리의 가정생활은 콩쥐팥쥐 동화를, 하지만 자정이 지나 생일이 되는 순간 상상치 못한 마법의 세계로 초대되는 신에서는 신데렐라와 천일야화의 무의식을 건드린다.

 마법학교 생활은 할리우드의 최첨단 특수효과의 마법을 실감케 한다. 수백 개의 촛불이 공중에 떠있는 신입생 반 배정식 장면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기숙사 계단 등은 책을 보면서 떠올렸던 그대로다. 반 대항으로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벌이는 ‘퀴디치’경기 장면은 영화화 작업의 진수라 할 만하다.

 현실에서 소외 받던 왜소한 어린 소년이 마법의 세계에서 펼치는 영웅담은 어린이를 위한 예술, 어른을 위한 동화로 충만하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심성을 착하게 창조하는 「해리포터」의 지위는 남다른 것이다. 이를 위해 세 주인공이 ‘어둠의 숲’ 등 금지구역을 넘나들며 신비한 ‘돌’을 차지하려는 마법사의 음모와 대결하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반면 영화적 재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포장을 씌우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터. 「나 홀로 집에」「미세스 다웃파이어」 등으로 유명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반복 재생산하는 가족주의의 환상은 여전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스필버그식 동화적 모험담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오즈의 노란색 벽돌길을 걷고 싶은 인간의 신화를 잊지 않고 있는 점. 그래서 ‘상상했던 그대로뿐이다’라는 문제제기에 영화는 한마디한다. ‘그게 어떠냐’고.

 4만명의 경쟁률을 뚫은 히로인 대니얼 래드클리프(해리포터)와 루퍼트 그린트(해리의 친구), 엠마 왓슨(헤르미온느 그레인저) 등 아역들조차 소설 속에서 막 빠져나온 듯하다.

 전 세계 46개 언어로 번역돼 1억2000만 권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운 조앤 K. 롤링의 원작 소설은 국내에서도 4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영화 역시 전미 역사상 최고의 개봉 흥행기록(9300만 달러)을 비롯, 영국·독일 등 개봉 국가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소설의 인기와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반비례한다는 공식은 오히려 이 영화의 흥행전선을 밀고 있다. 소설 속 장면들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관객들의 눈길과 발길이 모이고 있으니 말이다.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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