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미래성장동력으로]

국내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기대
역경 극복→성장 주춧돌→문화유산 등 평가 달라져
무형유산보호협약 기준 공동체 중심 지속가능 발전 중요
'제주 해녀 문화'가 우리나라의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대상으로 심사대에 섰다. 제민일보가 제주 해녀의 정체성(Identity)을 지역을 살릴 '힘'으로 세상에 꺼낸 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제주해녀에 대한 인식 전환과 '기록화'되지 않은 문화 유산적 가치를 정제하는 데 집중했던 과정은 '무형문화유산'인정에 따른 보호와 관리, 활용에 대한 요구로 이어진다. 제민일보는 해녀문화유산 정립을 주도했던 그 간의 과정과 연결해 지속가능한 유산 관리에 역량을 모은다.
△독립적 존재·공동체성 부각
제주해녀는 이제 제주의 문화상징 그 이상이다. '국가 브랜드'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학계에서 시작된 유네스코 등재 움직임에 힘을 보태 제민일보가 2005년 창간 15주년에 맞춰 '대하 기획 제주잠녀'를 통해 그들의 정체성을 살핀 이유는 충분했다.
그동안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억척스런 여성상과 경제 성장 역군, 바다밭에 대한 강한 소유욕 등 단편적 모습만 들춰지던 것들에 독립적 여성 모델과 공동체성이라는 가치를 응축했다.
시대가 변화면서 그들이 지닌 문화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유네스코' 등재라는 답에 보다 가까워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대표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제주는 이미 '칠머리당영등굿'이라는 무속문화 상징을 포함시켰다. 제주해녀만 하더라도 지난해 국가어업유산 지정과 후속으로 2017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 등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주해녀·해녀문화는 이런 일련의 조각들을 모아 우리나라 무형문화유산 정책의 선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생명력' 이을 사회적 합의 절실
앞으로 제주해녀·해녀문화 관리는 유네스코의 무형유산보호협약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무형문화유산의 보호(safeguarding, 무형문화유산의 지정 기록·연구·보존·보호·진흥·증진 교육을 통한 전승 포함)는 물론 △관련 공동체, 집단 및 개인이 보유한 무형문화유산의 존중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무형문화유산이 중요성에 대한 인식제고와 상호 이해 증진 △국제적 협력과 지원 도모를 포괄한다.
특히 무형문화유산의 생명력은 물론 그 여러 측면의 회복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예술적 표현, 기술, 지식, 관념 등)에 대한 인정과 그것을 전승하는 '사람'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해졌다.
세대간 전승 과정에서 박제화하기 보다는 사회에 맞게 생동성을 보장하고 변화를 인정하는 광범위한 의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주문되고 있다.
△'지역형'보호시스템 구축 관심
무형유산보호협약은 어떤 협약보다도 '공동체'의 참여를 강조한다. 최근 채택된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윤리원칙'에는 무형유산 보호에 있어서 공동체가 가장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무형유산 보호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에 있어서 공동체가 주요 수혜자가 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집중된 국가나 행정 주도의 하향식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발전' 역시 과제다. 미래세대의 필요충족 능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발전을 위한 지역 사회의 역할은 지금부터라도 그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부분이기는 하지만 무형유산에 포함되는 전통지식과 지혜, 사회적 관습, 가치, 전통기술, 예술 등이 경제·사회·환경적으로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문화 외적인 분야인 경제·정치·안보·식량·환경 분야 등에 두루 설득시키는 데 아직 구체적인 연구와 사례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기획은 그런 의미에서 '제주해녀·해녀문화'는 물론이고 '지역형 무형문화유산 관리 체계' 정착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취재반=고 미·강승남·이소진 기자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제주해녀에 대한 평가 세분화와 그에 맞춘 접근으로 문화유산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제3기 제주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위원회 위원이자 무형적인 유산 관리와 박물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해온 전문가의 의견은 '따끔'하다.
"제주가 못한다는 얘기가 아니"라고 전제한 천 관장은 "'해녀'를 구성하는 것이 다양한 만큼 제주도 차원에서 호흡을 맞춰야만 유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해녀박물관과 해녀학교 프로그램 등에 있어 긍정적 평가를 했다. 다만 유네스코 등재와 후속작업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천 관장은 "무형유산의 가시성 확보와 향유라는 점에서 해녀박물관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지금처럼 무형문화유산과 연관된 '유형의 것' 보다는 이를 보호하는 지식과 기술의 지속적인 재창조와 전승에 있어 구심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시행에 들어간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문화와 해양산업 관련 부서의 '협업'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제주도가 전승하고자 하는 것이 해녀를 중심으로 한 '나잠어업'인지 아니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산적 가치의 확대인지 그 기준이 분명할 때 후속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유네스코 기준에 맞춰 제주해녀 공동체의 역할과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며 "대표목록 등재가 다른 무형유산보다 '우월하다'는 인정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