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에는 제주시청 부근의 패기만만한 청년문화도, 일도지구 먹자골목 같은 서민적인 먹거리가 형성돼 있지도 않다. 그런가하면 동문시장 안의 흥성거리는 재래시장의 문화도 만날 수 없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해 있는 2001년의 탑동을 찾아갔다.
◈잃어버린 고향 ‘탑바리’
제주항 서부두 방파제 입구로부터 오리엔탈 호텔 서쪽에 이르는 바닷가를 매립한 것이 탑동이다. 이 일대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76년 제주시가 공유수면 매립을 위해 건설부에 매립면허를 신청하면서부터. 16만5400㎡에 이르는 탑동해안 매립공사는 매립면허 특혜의혹으로 도민반발에 부딪혔으나 지난 91년 준공돼 상업지역으로 변했다. 아직도 호텔과 위락시설 신축, 방파제 보수공사 등으로 개발이 한창이다.
이곳은 해변공연장에 진입하기 위한 탑동4거리를 중심으로 왼편의 탑동로와 오른편의 임항로로 나뉜다. 탑동로에는 북쪽으로 대형약국, 시네프라자, E마트 등이 늘어서 있고, 남쪽으로는 호텔, 음식점 등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임항로 쪽으로는 위락시설, 편의점, 음식점들이 차지하고 있다.
탑동지역에는 현재 140여 개의 가게들이 블록마다 줄지어 늘어서 있다. 제주시가 마련한 청소년푸른쉼터는 청소년들의 놀이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이곳에 대형할인점과 위락시설이 들어서면서 주변 상권이 편의점·패스트푸드점·커피숍 등 기생업종으로 재편되면서 독자적인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이들 점포들은 할인점과 위락시설이 몰아준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임승차 영업을 기대하는 한편 상권을 주변으로 확산시키는 촉매제 역할도 하고 있다.
◈新舊가 공존하는 상권
형성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의 특징은 과거와 현재가 혼재해 있다는 점이다. 80년대 유행했던 학사주점부터 나이트클럽, 단란주점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을 찾는 특정한 부류나 계층도 따로 없다. 관광객과 호주머니 사정이 변변치 않은 시민들이 함께 모여든다.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가게들 또한 이들의 경제적 수준에 맞춰 횟집과 함께 중저가대의 각종 음식점, 선술집 등이 공존한다.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 대는 다른 지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곳에서 20여년 간 횟집을 경영하고 있는 이우림씨(해진횟집)는 “다른 데는 10대들이 극성이라는데, 이곳은 주로 30대에서 40대 이상이 많다”면서 “젊은층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여전히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다”고 말한다. 그는 계절 탓도 있지만 이곳 먹거리 문화가 예로부터 중년층 이상 입맛에 맞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나름의 이유를 댄다.
한편 수산마트와 서부두의 수협공판장에서는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활어와 싱싱한 생선들을 팔고 있다. 수협어시장상가번영회장인 박금순씨(47·추자수산)는 “공판장을 통해 나온 싱싱한 제주특산물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애수산을 하는 윤성률씨(52·구좌읍 행원리)도 “깔끔한 포장과 싱싱한 상품이 소비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인 것 같다”며 “매출이 급증세는 아니지만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또한 문화공간과 위락시설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95년 3월에 개장된 해변공연장은 개장되자마자 다양한 행사유치로 도내 대표적 문화공간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또 ‘오션파크, 워터피아, 영플라자, 환타지아’라는 블록별 명칭을 가진 4개 테마로 구성된 ‘제주월드21’은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제주월드21 문철부 영업본부장은 “여름철 성수기가 지나고 위축된 지역경기 영향으로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관광객들은 꾸준히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싱싱한 갯내음 물씬 나는 부둣가를 따라 늘어선 47개소의 횟집과 토속식당들은 탑동의 간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의 토속적인 정취라서 더욱 정감이 간다. 그곳에 우리의 허기를 달래주는 음식의 향연이 있다. 갈치국, 고등어회, 옥돔구이 등 육지에서는 제 맛내기 힘든 독특한 메뉴들이 관광객의 발걸음을 잡는다. 비릿한 듯하면서도 담백하게 입에 쩍쩍 달라붙는 맛에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난개발에 갇힌 탑동
그러나 한편에서는 탑동이 단지 ‘먹고 마시며 즐기는’ 퇴행적인 수준에서 답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역상권을 살리고 활기 넘친 탑동으로 만들기 위해 업주들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이곳에서는 변변한 번영회 같은 단체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 이 일대에는 대형 할인매장과 상가들이 들어서고, 대규모 유희시설이 개장되면서 극심한 교통난이 발생하고 있다. 시청에서는 일시적으로 유료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지만, 도로변 무단주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대형버스 주차공간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곳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서부두방파제를 진입하기 위한 서부두길 쪽은 추워지면서 횟집들이 방파제 사이에 설치한 간이식사대를 많이 철시했을 뿐더러, 아예 문을 닫은 곳이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또 탑동의 흥취와 분위기를 더해주던 바다를 조망하는 곳에는 몇 해 걸러 다시 방파제 조형물과 부조물 공사를 하고 있어 이곳의 독특한 분위기를 변질시키고 있다.
서부두낚시점 홍창환씨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찾고 즐겼던 과거의 정취와 물씬 풍겼던 인간미는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며 “주차문제와 녹지공간 조성, 삭막해진 거리풍경은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1년의 탑동은 신세대 소비문화의 거센 물결과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트클럽과 유흥주점이 정의하는 메마른 성인문화의 틈새에서 서성이고 있다. 이 시대 개발현장의 현주소가 아닐까.<글=정용복·사진=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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