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성장을 위한 독서 산책 11. 하나가타 미쓰루 「조금 늦은 18살」

'외톨이' 신타로, 아이들과 어울리며 '성장'
"후회없이 질릴 때까지…일단 해보는 거야"

두려워 말고 앞으로 걸어가 보기

결혼 이후 가족과 육아에만 매달려 있다 보니 어느 새 10여년이 훌쩍 지났다는 걸 깨달았다. 나와 내 주변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세우고, 그 속에 들어 앉아 나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시간들. 나도 모르게 흘러가버린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잘 자라 주었지만 예전의 나는 그림자로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의 엄마로만 설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꿈꾸고 계획하는 나로 설 것인가가 어느 순간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주변의 조언으로 다시금 무언가에 몰두하게 되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먼저 낯설음에 대한 어색함이 크게 다가왔다. 달라진 환경, 색다른 분위기, 새로운 사람들…. 나만의 울타리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시간만큼 나의 마음은 작아져 있었다. 

다행히 실패나 좌절은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시작한 걸음인데…. 나는 잘 적응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어색함은 살짝 내려놓기로 했다. 이후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생각을 나누고, 같은 걸음을 걷는 이들로 인해 조금씩 바로 서려고 하는 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타인과 함께 나누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좀 더 넓게 바라보고 생각해 보는 시선을 가질 수도 있게 되었다. 안주하던 곳에서 벗어나서야,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서야, 이전과는 달라진 나를 찾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는 늘 곁에서 응원하고 지지하고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도 또한 알게 되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쉽게 쓰는 말이지만 입에 붙는 말과 달리 그 첫 걸음을 내딛기까지는 정말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실행이 있다면 그 결과를 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첫 걸음 떼기는 이미 성공했으므로…. 하지만 성공만이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실패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실패가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소중하게 쌓일 경험이다. 오히려 실패가 더 큰 자양분으로 마음을 자라게 할 수도 있다.  

"심리학자 딘 사이먼틴에 따르면 실패는 우리가 옛날에 걸음마를 배울 때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창조성이란 생산성에 뒤따르는 확률적 결과물이다". 이것은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좋은 아이디어를 낼 가능성도 커질 뿐 아니라, 자주 시도할수록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사이먼틴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성공을 일궈내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그저 얼마나 시도를 많이 했느냐, 그리고 기꺼이 실패를 계속할 의지가 있느냐, 이것뿐이다"(알렉스 리커만 「지지 않는 마음」 중).

늦는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신타로는 18살이다. 그러나 그는 동생이 태어난 이후 동생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긴 채 자신의 감정은 숨기고, 외로움이나 결핍을 외면하며, 나답게 사는 법을 모르는 착한 아이로만 살아간다. 그러다가 실연의 충격으로 한 달여간 '히키코모리'(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같은 생활을 하던 신타로는 8개월 만에 엄마의 전화를 받게 된다. 늘 편애하던 동생이 축구선수가 되어 사립 축구명문학교로 진학하게 됐고, 아버지 회사의 사정도 그다지 좋지 않으니 신타로에 대한 지원은 기본적인 것을 빼고는 끊겠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그간의 은둔형 생활로 생각지도 못하게 시험에도 빠져 장학금마저 못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충격으로 신타로는 일자리를 구하러 나선다. 

우연히 '산과 바다와 강에서 실컷 놀아봅시다!'라는 광고에 끌려 유유관이라는 놀이학원의 강사로 일하게 된 신타로. 여느 학원과는 다른 분위기의 놀이학원에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지켜봐주는,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가지게 하는 마사무네씨와 만나게 되고, 그 곳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관계를 맺고 조금씩 성장해간다.

따스한 시선이 필요한 때

"그러니 잠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되지 않을까. 질릴 정도로 하게 내버려 두면 어느 날 진짜 질려 버리지. 그게 성장한다는 거야" 

먹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때면 실컷 먹게 해주라는 말씀을 시댁에서는 많이 하셨다. 더불어 하고 싶은 것도 나쁘지 않은 경우에는 아낌없이 할 수 있게 해주라는 말씀을 친정에서 많이 하신 편이다. 그러한 말씀들 덕분에 새로운 뭔가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작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나의 아이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하고 싶은 무언가를 질릴 정도로 해 볼 수 있어야 성장도 가능하다는 마사무네씨의 말. 힘들게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으니, 쉽게 내린 판단에 모든 걸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은 경험해 볼 수 있어야 진짜 성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쉽게 포기하는 아쉬움은 남기지 않도록. 오히려 그럴 때면 한 발 물러서 지켜봐 줄 수 있는 따스한 시선이 더욱 필요할 듯하다. 

나와 타인을 함께 들여다보기

"정말 어머니가 안심을 할까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부모란 말이야, 자식이 옆에 있어만 줘도 기쁜 거야"

신타로의 가슴 속에서 뭔가가 스르르 풀리고 있었다. 그동안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 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동생만을 위한다고 생각했던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게 되면서 소원해졌던 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하게 되는 신타로. 하지만 그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고, 엄마와의 부딪힘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며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기 시작한 신타로에게는 벗어나고 싶고, 어둡기 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무조건 마음을 묻어두고 혼자서만 감내하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신타로처럼 나답게 사는 게 무언지를 잊고 그저 착하고 바른 아이로만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겉보기로만 좋아 보인다고 과연 그 아이의 마음도 건강할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른이라면, 또한 누군가의 부모라면. 모르는 사이에 그보다 더 큰 부작용을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심겨주지 않으려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살피며 또한 표현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누구보다 자신만의 색을 지닌 아이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 우리가 아닌 나만을 위하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내밀어주는 손길이어야 하지 않을까. 

"꿈을 품고 뭔가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시작하라/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당신의 천재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괴테)

김시은 독서지도사 치유적 독서모임 '산책' 회원

 

■ 작가 소개

하나가타 미쓰루(花形 みつる)

1953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나 도쿄학예대학 교육학부에서 공부했다. 
「용과 함께」로 노마아동문예 신인상을, 「최악의 짝꿍」으로 니이미난키치 아동문학상을, 「아슬아슬 삼총사」로 노마아동문예상과 일본아동문학가협회상을 받았다. 
그 밖에 지은 책으로 「잘 부탁해, 벳시」 「그들이 얌전히 있을 리 없다」 「조금 늦은 18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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